돈-있어도 죄, 없어도 죄 [김홍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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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있어도 죄, 없어도 죄

2015.11.19


돈은 인간에게 무엇일까요?
최근 재능과 노력, 미모와 몸매 등으로 일확천금한 컴퓨터게임 개발자, SNS 스타, 잠수부, 가수들의 이야기가 잇달아 보도돼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이들 억만장자들의 심경은 천당과 지옥 차이만큼 다릅니다.

# 돈으로 행복은 살 수 없다
졸지에 25억 달러(약 2조8,200억 원) 돈방석에 올라앉은 사나이. 컴퓨터게임 ‘마인크래프트’를 개발한 스웨덴의 마르쿠스 페르손(36) 이야기입니다. 페르손은 1억 명 이상이 다운로드한 마인크래프트를 마이크로소프트에 팔아 벼락부자가 되었습니다. 미국 비벌리힐스의 7,000만 달러(약 790억 원)짜리 최고급 저택에서 호화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전 집주인이 현금으로 판 집값을 포도주 상자로 6일 동안 담아 날랐다는 이 집은 침실 8개, 욕실 15개, 차고가 16개나 된다고 합니다. 가히 궁전 급입니다. 주말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하룻밤에 16만 달러(약 1억8,000만 원)나 들여 파티를 여는 등 돈을 물 쓰듯 하며 사치와 방탕한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그에게도 상처뿐인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12세 때 알코올 중독으로어머니와 이혼해야 했던 아버지는 절도죄로 옥살이까지 하고 나와 자살했습니다. 여동생은 가출 끝에 약물 중독에 빠졌고, 자신도 조울증에다 왕따를 당해 컴퓨터 앞에 쪼그려 앉아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익힌 컴퓨터 기술로 떼돈을 번 그의 사치와 방탕은 어쩌면 한풀이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그가 최근 트위터에 “엄청난 부가 나를 극도로 외롭고 의욕도 없게 만들었다. 계속 노력해야 할 이유를 잃게 됐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이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딸 하나를 두었으나 ‘나의 삶이 두렵다’며 평범한 사람에게 가 버렷다. 나와 친해지려는 사람을 믿을 수가 없다. 돈으로 친구나 행복은 살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고통스럽고 말할 수 없이 외롭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조울증 탓, 아니면 그릇이 작은 졸부의 하소연일까요?

# 소셜 미디어는 허상이다
팔로어가 100만이 넘는 SNS 스타 에세나 오닐(19). 호주 퀸즈랜드 출신 오닐이 지난 2일 “소셜 미디어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텀블러 등에 업로드한 사진과 동영상 2,000여 장을 전부 삭제했습니다. 대신 그동안 자신이 누려온 온라인상의 인기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울면서 고백하는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12세 때부터 SNS를 시작한 오닐은 티 없는 피부와 탄탄한 복근, 화려한 의상의 사진 한 장씩을 올릴 때마다 수십만 명의 네티즌들이 “좋아요” 버튼을 누르며 환호했고, 댓글도 2,000 개가 넘었습니다. 그러나 “내 몸매와 나의 인생이 얼마나 멋진지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강박증에 시달렸다”며 “외모에 대한 집착이 나를 숨 막히게 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오닐은 멋진 사진을 위해 여드름을 짙은 화장으로 덮고, 복근을 부각하려고 종일 굶으며 100여 장의 사진을 찍는 고역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것을 모두 가졌는데도 자신은 소모되는 느낌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으로 SNS에 열광하는 소녀들 앞에 자신의 가면을 벗어 던졌습니다. 진짜 나는 화장, 비키니, 금발머리 같은 외모가 아닌 민낯에 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 찾는 자에게는 길이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 사는 글렌 버거는 14년간 물에 빠진 골프공을 건져 팔아 170억 원을 벌었다고 최근 USA투데이가 인터넷판에 소개했습니다. 지역 내 계약한 34개 골프장의 해저드(hazard: 개울이나 연못)에서 하루 건져 내는 로스트 볼(lost ball)은 3,500~4,600개, 연간 130만~170만 개에 이릅니다.

그는 물속에서 건진 공을 깨끗이 씻어 골프연습장이나 국내외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 개당 1달러씩 받고 팔아 14년간 1,500만 달러(약 170억 원)를 번 셈입니다. 미국에서만 매년 물이나 숲속으로 사라지는 골프공이 4억 개에 이르고 이 중 되찾는 것은 1억 개 정도라고 합니다. 버거처럼 억만금을 건져 낼 여지가 아직도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억’ 소리에 눈이 번쩍 뜨일지도 모르지만 결코 수월한 일은 아닙니다. 버거는 물속에서 45분을 견딜 수 있는 산소통 등 스쿠버 장비를 갖추고 뿌옇게 흐려진 물밑을 뒤져야 합니다. 물속에는 골프공뿐만 아니라 책상, 골프카트, 잔디 깎이 기계 등이 널브러져 있고, 때로는 뱀이나 악어 떼와 마주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공을 줍겠다는 그는 “엄청난 수입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 기부로 ‘개념’을 살린다
하루에 11억 원을 버는 미국의 여가수 테일러 스위프트(19). 영국 선데이 익스프레스는 지난달 스위프트가 올해 번 돈이 3억1,780만 달러(약 3,570억 원)로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음악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그녀가 서른 살 생일 이전에 자산 1조 원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2006년 컨트리 음악으로 데뷔한 스위프트는 지금까지 발표한 5개 앨범이 4,000만 장 이상 팔렸으며, 7회의 그래미상, 11회의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를 받았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세계에서 가장 수입이 많은 DJ 캘빈 해리스를 남자친구로 두고 있습니다. 해리스는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6,600만 달러(약 747억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그런데 돈방석에 앉아 승승장구하는 스위프트에게는 또 다른 면이 있습니다. 2012년부터 3년간 가장 활발한 기부활동을 한 스타로 ‘개념(槪念) 있는연예인'이란 별칭을 얻었습니다. 유니세프 등을 통해 꾸준히 봉사와 기부를 해온 그녀는 2013년 컨트리 음악 박물관 건립에 400만 달러(약 45억 원)를 내놓았고, 백혈병 투병 중인 6세 소녀 팬의 병원을 찾아 노래도 불러 주었습니다. 돈과 명성에 걸맞은 금빛 옷을 입은 셈입니다.

돈에 대한 잠언 격언 속담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앞서의 억만장자들을 그 카테고리로 분류하면 각기 다른 등식이 성립하는 것 같습니다.
-돈은 영혼의 파괴자다.(유고슬라비아)-마르쿠스 페르손
-돈이 그대의 하인이 되지 않으면, 그대의 주인이 된다.(영국)-에세나 오닐
-돈을 벌어라, 되도록 정직하게. 그러나 역시 돈은 벌어라.(영국)-글렌 버거
-돈의 가치는 소유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데 있다.(로마)-테일러 스위프트

다들 옳은 말이지만 ‘돈이 많으면 죄가 크다. 그러나 돈이 없으면 죄는 더욱 커진다’라고 한 러시아 속담이 훨씬 함축적으로 가슴에 와 닿습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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