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전형의 허와 실 II : 학생부종합전형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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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전형의 허와 실 II : 학생부종합전형

2015.11.13


입학사정관전형(사정관전형)은 2015학년도부터 명칭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변경되었지만 기본 틀은 그대로 유지하며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대학에서 선임한 내부와 외부 입학사정관이 학생의 잠재력, 소질, 가능성 등을 평가해 특정 학과의 적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는 수시입시 제도로, 선발이 된 학생은 수능을 치르지 않아도 되지만 정시모집에는 지원할 수 없습니다.

사정관전형은 수능과 내신 성적을 중심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에 비해 ‘대입전형용 학생부자료(학생부)’에 제시된 내신의 전반적인 내용을 기반으로 성적보다 인성과 창의성, 소질과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전형 방식입니다.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제도가 대학입시에서 주요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속도전 식으로 무리하게 진행되며 많은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2014년 10월 8일 경향신문 오피니언 사설에 실린 내용입니다. “입학사정관제 대입전형에서 수상경력과 봉사활동 실적 등을 짬짜미로 조작한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경찰에 적발됐다. 해당 학생은 가짜 실적을 바탕으로 유명 대학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자기소개서 표절·대필, 사정관의 전문성 부족 등 잡음이 끊이지 않던 입학사정관제의 문제점이 또다시 불거진 것이다.”

본 칼럼에서는 사정관전형의 평가 자료인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에 대한 지난번 칼럼에 이어 학생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주요 영역의 평가에 대해 살펴봅니다. 

학생부에는 지원자들의 공통 사항인 ‘인적사항’, ‘학적사항’, ‘출결상황’에 이어 ‘수상경력’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수상경력에는 교과와 관련된 외부 수상실적은 기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토익(TOEIC), 토플(TOEFL), 텝스(TEPS), 일본어 능력시험(JLPT), 중국어 능력시험(HSK)과 같은 공인 어학시험 성적이나 해외 봉사활동 내용도 기재할 수 없습니다. 기록할 경우 평가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입학사정관으로 참여하며 한 학과에 지원한 16명의 수상 현황을 보니 수상경력이 없는 학생은 하나도 없었고, 10회 이상의 수상경력이 있는 학생들이 8명으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지원생 중 총 35회 수상을 한 학생의 실적이었습니다. 

사정관전형은 약 26개월(2년 2개월) 동안의 재학시절 활동을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그 학생의 경우 수상 실적이 있는 달의 수는 무려 17개월로, 방학 기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달에 수상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4회 수상이 한 번, 5회 수상도 두 번이나 있었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과연 이런 학생을 자신이 하고 싶은 전공에 대한 잠재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요.

이것은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학생들의 수상 실적을 늘리기 위해 '교과우수상'이나 '교내경시대회' 등 경진대회를 마구잡이로 늘리는 학교도 많습니다. 이렇게 상의 종류를 많이 만들어 수여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학생의 잠재 능력 차이는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학생부에는 수상경력에 이어 ‘자격증 및 인증 취득상황’과 학생과 학부모의 장래 희망이 학년별로 제시된 ‘진로 희망’ 영역이 있습니다. 진로 희망에 이어지는 ‘창의적 체험활동상황’에는 학년별로 자율 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진로 활동으로 구분해 참여 시간과 특기 사항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 영역 역시 학교와 교사에 따라 차이가 커 공정한 평가가 쉽지 않습니다.

체험활동 영역 중 일자 또는 기간, 장소, 활동 내용들을 적도록 되어 있는 봉사활동의 평가도 쉽지 않습니다. 봉사활동 평가에는 학생들의 나눔과 배려하는 마음에 대한 질적인 면이 중요한데, 학생부에는 양 중심으로 기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봉사 활동의 횟수가 수십 회가 넘는 학생들이 많으며, 165회인 학생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런 봉사활동 실적에서 부모나 다른 사람이 대신해준 엉터리 경력을 걸러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난 2012년, 장애 여중생 집단 성폭행에 가담한 학생이 ‘인성이 우수한 봉사 왕’이란 추천서를 받고 대학에 합격해 사회에 충격을 준 일이 있습니다. 2014년 사정관전형에서는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수상 경력과 봉사활동 실적 등을 조작해 작성한 가짜 실적을 바탕으로 유명 대학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 사례가 적발되어 사회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교과 학습발달 상황’에는 학생의 재학시절 교과별 성적이 나열되어 있는데, 학년별로 교과목에 따른 원점수/과목평균과 석차등급/수강자 수가 기재됩니다. 성적에 부가하여 세부능력 및 특기 항 기재가 뒤따르는데, 이 기록 역시 학교와 교사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 공정한 평가가 쉽지 않습니다.

학생부에는 교과 성적에 이어 학년별로 과목이나 영역에 따른 ‘독서활동 상황’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독서는 청소년의 기본 소양으로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학생들의 독서활동에 대한 관심이 많이 미흡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독서한 내용이 제대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제목만을 나열식으로 기록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평가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이는 독서활동이 평가에서 중요도가 낮다고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이나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의 인식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학년 담임의 학생에 대한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이 기재되어 있는데, 이 항목 역시 학교와 교사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공정한 평가가 쉽지 않습니다. 한 고등학생이 “사정관전형에 제출할 서류를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받아보니, 선생님이 작성한 행동특성에 자신이 마치 ‘나라를 구한 영웅’처럼 묘사되어 있었다.”라고 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학생도, 학부모도, 교사도 합격에만 포커스를 맞추어 과장해 작성하는 이런 인식은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할까요.

사정관전형이 우리나라 교육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제도이기는 하지만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우선 공교육이 입시 위주가 아닌 학생들의 잠재 능력, 소질 그리고 가능성을 높이는 인성과 창의성 중심의 교육으로 정상화되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입시에 대한 학교별 그리고 학부모별 편차가 심한 상황에서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중될 수밖에 없고, 교육이 세대 간 계층의 대물림 수단이 되어 ‘개천에서 용이 나는 날’이 점점 더 멀어져갈 수밖에 없습니다.

'고교정상화기여대학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입학사정관제에 적극 참여하는 대학에 지원금이라는 당근을 이용해 사정관전형을 빠르게 정착시키고자 하는 교육부의 정책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교육부는 현재 각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는 사정관전형의 실태 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정관전형이 본래의 취지에 맞게 운용될 수 있는 효율적 방안을 제시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대학 역시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정부의 지원금에만 관심을 가지고 실시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능력과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을 제대로 선발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갖춘 사정관 선임과 예산 지원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고등학교 현장에서는 정상적인 공교육 범위 내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 꿈과 끼를 펼쳐나갈 수 있는 진로탐색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정부나 교육부 관계자, 대학입시 종사자, 학부모, 학생, 언론인 등이 함께 뜻을 모아 ‘학생부종합전형’이 우리나라 교육의 밝은 미래를 여는 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때입니다. 

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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