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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서울한다'고?
2015.11.06
서울시가 지난달 28일 새로 발표한 서울시의 도시 브랜드 ‘아이서울유(I.SEOUL.U)’는 한마디로 난센스입니다. 어떻게 고르고 골라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어거지를 당선작이라고 발표했는지 정말 의아합니다. 발표한 지 1주일이 넘은 지금도 이 브랜드는 국내외의 조롱과 비웃음을 사 서울시민과 한국인들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습니다.비난과 조롱이 무성한데도 서울시는 시청 앞 서울광장에 이 브랜드를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을 세운다고 합니다. 이미 조형물 제작을 위한 용역 입찰이 마감돼 곧 시설위원회 심의를 통해서 조형물 제작업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합니다. 예정대로면 ‘아이서울유’ 조형물은 설계와 시공을 거쳐 12월에 공개됩니다. 이 우스꽝스러운 브랜드를 개발하고 활용하기 위해 서울시가 쓴 돈은 개발과정 예산과 홍보와 마케팅 선포식 비용 등 8억 원 외에 버스와 택시, 휘장, 공공건축물 등 시설물 교체, 인쇄물 영상물 현장 소통비용, 관광 마케팅, 소셜마케팅 등 모두 15억 원이나 됩니다. 그런데 논란이 커지자 조형물을 고정형이 아니라 이동형으로 변경해 반응을 보기로 함에 따라 예산은 다소 절감되나 봅니다. 서울시가 선정한 ‘아이서울유’는 ‘나와 너의 서울’이라는 뜻이라지만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인터넷에는 ‘아이강남유’(길이 막힌다), ‘아이인천유’(나 돈 떨어졌어) 등 각종 패러디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서울 방문을 촉진하고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겠다는 취지이지만 내국인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이게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서울시는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이 ‘I Amsterdam’이라고 한 것을 유사 사례로 들었지만, 그것과는 비교하기가 어렵습니다. 암스테르담의 경우는 ‘I Am’ 부분을 절묘하게 활용한 점에서 위트가 느껴집니다. 독일 베를린의 ‘Be Berlin’ 역시 ‘Be’를 활용한 문구라는 점에서 성공한 브랜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서울유’에서는 문법적 문제나 어색함을 압도할 만한 위트도, 의미도 찾을 수 없으니 딱한 일입니다. 서울시가 새 브랜드를 선정한 것은 2002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 때부터 13년 동안 사용해온 '하이 서울'(Hi Seoul)보다 더 진취적이고 세계적인 것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하이 서울’ 문구 하단의 ‘Soul Of Asia’가 자존심 강한 중국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점도 교체 이유 중 한 가지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이상하고 우스운 것을 선정해 비난을 자초할 바에야 차라리 그냥 ‘하이 서울’만 사용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가만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도 있지 않나요?서울시는 7~9월 진행된 서울브랜드 아이디어 국제공모전을 통해 1만6,147개 작품을 접수한 뒤 서울브랜드 시민선정위와 디자인 전문업체 등의 심사를 통과한 30가지를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시민투표를 실시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게 '아이서울유'라는 건데, 그 말이 맞다면 이 작품이 좋다고 한 시민들이나 전문가들의 생각과 수준이 정말 의심스럽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재임하는 2018년까지 의미 전달은커녕 조롱거리밖에 안 되는 이 문구를 계속 봐야 한다니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장이 바뀌면 슬로건도 바뀔 게 뻔합니다.문제는 돈이 무섭고 아까운 줄 모르는 것, 자신의 임기 중에 뭔가 해야 한다는 성과주의, 이 두 가지입니다. 기관장이 바뀌면 멀쩡한 로고를 괜히 새로 만들고, 홈페이지를 뜯어고치고, 무슨 무슨 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고 그러는데, 따지고 보면 불필요한 예산 낭비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제라도 ‘나는 너를 서울한다’는 이상하고 해괴망측한 말을 버리기 바랍니다. 이미 당선작으로 발표를 했고 엄연히 당선자도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고요? 그 사람에게는 적당하고 알맞은 보상을 해주고 설득하기 바랍니다. 지금이라도 그 흔한 여론조사를 정밀하고 광범하게 해보기 바랍니다. 서울은 S로 시작되는 도시이니 ‘See Seoul’, ‘Safe Seoul’, ‘Say Seoul’, ‘Soft Seoul’, ‘Sweet Seoul’ 이런 구체적이고 알기 쉬운 말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서울시민들을 창피하게 만들지 말기 바랍니다. 한국일보에 ‘현지영어 정통영어’를 연재 중인 임귀열씨는 4, 5일 이틀 동안 ‘아이서울유’를 다루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5일자 글을 그대로 옮깁니다. “세계 도시의 slogan 수천 개를 모아 비교를 해 보아도 서울시의 이번 ‘I SEOUL YOU’같은 억지는 없다. 고유명사 Seoul을 동사로 쓰는 억지도 문제지만 서울을 연상케 하는 그 어떤 메시지나 내용 없이 구호도 기호도 아닌 슬로건을 내걸고 ‘시간이 흐르면 된다’는 오기가 더 큰 문제다. 시 공무원과 담당자들은 누구 돈으로 이런 오기를 부리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겉으로는 시민의 공모를 통해서 정한 것이라 대중성을 담보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몇몇 대학생의 출품작을 공무원과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뒤 이를 다시 표결에 부쳤다고 한다. 결론은 시민의 결정이 아니라 몇 명의 공무원과 심사위원들이 정한 꼴이다.”라는 말도 했습니다. 서울시 여러분, 이 말이 맞나요? 정말 그렇게 결정한 건가요?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임철순
1974~2012년 한국일보 근무. 문화부장 사회부장 편집국장 주필 및 이사대우 논설고문을 역임했다. 한국기자상, 삼성언론상, 위암 장지연상 수상. 현재 이투데이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한국1인가구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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