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면 복이 와요 [김홍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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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면 복이 와요

2015.09.15


山吐孤輪月(산토고륜월)
江含萬里風(강함만리풍)
산은 외로운 둥근 달을 토해 내고
강은 만 리 가는 바람 머금었도다

율곡(栗谷) 이이(李珥)가 8세 때 지은 시 화석정(花石亭)의 한 구절입니다.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가 편찬한 백련초해(百聯抄解)에는 이런 시들도 있습니다.

山影入門推不出(산영입문추불출)
月光鋪地掃還生(월광포지소환생)
산 그림자 문 안에 드니 밀어도 나가지 않고
달빛이 땅을 뒤덮으니 쓸어도 도로 환생하네

月掛靑空無柄扇(월괘청공무병선)
星徘碧落絶纓珠(성배벽락절영주)
푸른 하늘에 걸린 달은 자루 없는 부채이고
푸른 하늘에 널린 별은 끈 끊어진 구슬이라

산과 강, 달과 별 그리고 바람- 성큼 다가온 가을에 범인들마저 시상에 젖게 하는 백미의 시작들입니다. 인간이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에 몰입하고 심취하는 정취가 구구절절 스며있는 명시들입니다. 

숙고·배려·사랑 같은 인간의 좋은 심성이라곤 하나도 없는 막말, 우체통처럼 들어온 것은 무조건 (자기 것인 양) 토해 내는 도청도설(道聽塗說), 점점 더 거칠고 험악해지는 비방, ‘네 탓’으로 ‘내 탓’을 덮으려는 결과적 자해(自害)가 난무하는 세상이다 보니 옛 명구들의 가치가 더욱 돋보입니다.

이 가을, 막장으로 치닫는 생각과 말과 행동을 원점으로 되돌려 시의 경지에는 못 미치더라도 그에 못지않은 유머라도 들으면 마음이 개운해질까요? 린위탕[林語堂 임어당]은 “현대인은 너무도 심각하게 생활을 생각한다. 유머는 우리의 문화생활의 내용과 성질을 변화시킨다”고 했으니까요.

#앤드류 존슨
미국 17대 대통령 존슨은 찢어진 가난을 겪은 무학의 정치인이었습니다. 16대 링컨 대통령 암살 사건으로 부통령에서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된 그에게 상대 당 국회의원이 맹렬히 비판했습니다.
"한 나라를 이끌어 갈 대통령이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하다니 말이 됩니까?"
존슨은 침착하게  응수했습니다.
"여러분! 저는 지금까지 예수 그리스도가 초등학교를 다녔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링컨
링컨은 조용하고 신중한 편이지만 부인 메리는 성급하고 신경질적이어서 평소 부부싸움도 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함께 생선가게에 갔다가 메리 부인이 짜증을 내자 가게 주인이 링컨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링컨은 생선가게 주인 어깨에 손을 얹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나는 15년 동안 참고 여태 살아왔습니다. 주인 양반은 15분 동안이니 조금만 참아 주시오.”

#엘리자베스 2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공습으로 버킹엄 궁성 일부가 무너지자 이렇게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그동안 왕실과 국민 사이를 가로막던 벽이 없어졌습니다.”

#처칠
·영국 노동당의 창시자가 누구인가를 두고 다투는 판에 처칠이 끼어들어 “그건 컬럼버스야” 하고 참견했습니다. 상대방이 어리둥절 하자 그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컬럼버스는 출발할 때 어디에 가는지를 몰랐고, 도착하고서도 거기가 어딘지 몰랐어. 게다가 그는 모두 남의 돈으로 했거든.”

체인 스모커로 90세까지 장수한 처칠이 말년에 가자회견을 끝낸 기자로부터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처칠은 웃으면서 답했습니다.
“내년에도 못 만날 이유가 없지. 자네는 아주 건강해 보이는데 내년까지는 충분히 살 것 같으니 걱정 말게”

#대처
딱딱하고 고집스런 ‘철의 여인’ 마거리트 대처 영국 수상은 600여 명의 지도자들이 모인 만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홰를 치며 우는 것은 수탉일지 몰라도, 알을 낳는 것은 암탉입니다.”

#루이 15세
프랑스 왕 루이 15세는 황태자비가 될 마리 앙뜨와네트가 국경도시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했다는  비서관의 보고를 받고 물었습니다.

왕-“미인이던가?”
비서-“천사와 같은 분입니다.”
왕-“눈이 아름답던가? 살빛은 어떻던가?”
비서-“말로 아뢸 수 없는 분이었습니다.”
왕-“가슴은?”
비서-“황송하옵니다. 신하의 몸으로 어떻게 그런 곳까지….”
왕-“자네는 좀 분명치 못하네. 만사는 그 가슴에서 시작되는 것이야.”

#드골
주견이 뚜렷했던 드골에게 정치 성향이 전혀 다른 한 의원이 “각하! 제 친구들은 각하의 정책을 매우 마음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라고 하자 드골 대통령은 거침없이 대답했습니다.
“아 그래요? 그러면 친구를 한번 바꿔 보세요.”

#고흐
어떤 사람이 고흐에게 물었습니다.
“돈이 없어서 모델 구하기가 힘드시다고요?”
“하나 구했어.”
“누구인데요?”
“나 요즘 자화상 그려.”

#최치원
신라의 석학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에게 누가 “해와 달은 하늘에 걸려 있는데 하늘은 어디에 걸려 있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고운은 서슴지 않고 말했습니다.
“산과 들은 땅 위에 얹혔는데 땅은 어디에 얹혀 있는가? 그대가 만일 이 대답을 능히 하면 나 또한 그대 물음에 대답하겠네.”

#이상재
월남(月南) 이상재(李商在)가 이토 히로부미와 이완용, 송병준 등이 참석한 조선미술협회 창립 기념식에서 친일파 이·송 두 사람에게 “두 대감은 일본으로 가시는 게 좋지 않겠소?” 하고 시비를 걸었습니다.
느닷없는 말에 어리둥절한 둘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되물었습니다. 월남은 그들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대감들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재주꾼들 아니오. 그러니 두 분이 일본으로 가면 일본이 망하지 않겠소.”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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