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서울 대표하는 빌딩 지역 도약한다

미군기지 개발, 재정비안에 들썩

캠프킴 부지에 60~70층짜리 빌딩

용산역엔 39~40층 주상복합·호텔

서부이촌동 용도 변경, 35층 가능최대 면세점, 

대기업 본사 들어서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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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강남구에 사는 정모(61)씨는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용산을 찾는다. 


초고층 재건축 길이 열린 서부이촌동 일대나 용산역 주변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주택이나 상가 매물이 거의 없어 번번이 헛걸음이다. 정씨는 “국제업무지구 개발 무산 이후 가격이 많이 내린 데다 최근 개발 호재가 잇따라 (지금 사두면) 손해는 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용산역 인근 용산전면2·3구역을 재개발해 분양 중인 초고층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미분양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올 들어 미분양 판매에 속도가 붙더니 최근엔 분양이 거의 마무리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던 오피스텔의 계약률이 빠르게 올라가 지난달 모두 완판됐다”고 전했다.


현재 한강 남쪽에서 바라본 용산의 삼성 래미안 첼리투스(최고 56층) 전경 사진에 이후 들어설 초고층 빌딩들의 상상도를 합성했다. [사진 삼성물산] 요즘 서울 용산 부동산시장에 ‘신바람’이 분다. 동북아 관광허브를 꿈꾸던 용산역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무산된 지 2년여 만이다. 


국제업무지구 무산 이후 쌓이기만 하던 주택·상가·땅 매물은 온데간데 없고, 미분양 주택 판매에 속도가 붙었다. 미군기지 개발, 서부이촌동 재정비안 등 잇따른 개발 호재 덕분이다. 부동산개발회사인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지금까지 나온 각종 개발계획이 마무리되면 용산은 초대형 공원과 초고층 빌딩을 갖춰 서울을 대표하는 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 부동산시장은 국제업무지구 무산으로 올해 초까지만 해도 풀이 죽어 있었다. 국제업무지구는 용산역 뒤편 철도정비창 부지를 주거·업무·문화시설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추정 사업비가 무려 51조원에 달했다. 용산이 동북아의 관광 허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던 만큼 무산 후유증이 컸다.



개발사업 속도 내려 올 민간 시행자 선정

2000년대 말 3.3㎡당 1억5000만원을 호가하던 땅값은 반토막이 났다. 2008년 14억원 선에 거래되던 한강로 시티파크 주상복합아파트 전용면적 116㎡형은 지난해 10억원대에 매물이 나왔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용산구 집값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내렸다. 한강로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뒤늦게 투자에 나섰던 사람들이 매물을 대거 내놨지만 매수세는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올 들어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시티파크 116㎡형은 5월 11억4000만원에 팔리더니 지금은 12억원을 호가(부르는 값)한다. 1월 8억2500만원에 거래된 이촌동 왕궁맨션 전용면적 102㎡형은 7월 8억8500만원에 팔렸고, 현재 9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5년 연속 내리던 집값은 올 들어 8월 말까지 1.8% 올랐다.


한남뉴타운을 중심으로 재개발 지분(새 아파트를 받을 권리) 값도 살아나고 있다. 뉴타운 3·5구역에선 33㎡ 정도의 지분 값이 5억~5억5000만원으로 올 들어 5000만원 이상 뛰었다.


호가만 오르는 게 아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까지 용산구의 주택 거래량은 1573건으로 지난해 연간 거래량(1679건)에 육박한다. 지난해 1년간 10가구가 거래되는 데 그쳤던 한강로3가 우림필유 아파트는 올 들 13가구 팔렸다. 지난해 거래가 전무했던 서부이촌동 중산1차 아파트는 올 들어 2가구 거래됐다.


 분위기를 바꾼 건 연초 정부가 내놓은 미군기지 개발 계획이었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주한미군 기지 이전 부지를 저밀·고밀 상업·업무지구로 개발키로 한 것이다. 정부의 개발계획에 따르면 미군기지 동쪽인 유엔사 부지 5만1753㎡는 70m(20층) 이하 저밀도로, 서쪽인 캠프킴 부지 4만8399㎡엔 지상 60~70층짜리 초고층 빌딩 7~8개 동이 개발된다. 동쪽 수송부 부지 7만8918㎡도 앞으로 개발키로 했고, 중심부인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243만㎡는 계획대로 공원으로 조성해 2019년부터 임시 개방된다.


“사업비 많은 초고층, 개발 지연 될 수도”

정부는 올해 안에 유엔사·캠프킴 개발에 대한 민간 사업시행자를 선정해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뒤이어 한강변인 서부이촌동 재정비안이 나왔다. 이 일대는 당초 국제업무지구에 포함돼 개발될 예정이었으나 사업이 무산되면서 주민의 피해가 컸던 곳이다. 서울시는 주택을 더 많이 지을 수 있도록 이곳의 용도지역을 2·3종주거지에서 준주거지로 상향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최고 35층까지 재건축할 수 있게 된다. 대상지역은 중산시범·이촌시범 아파트와 미도연립, 이촌1특별계획구역이다. 시에 따르면 중산시범은 30층 이하, 이촌시범·미도연립은 35층 이하로 재건축할 수 있다. 단독주택 지역인 이촌1구역 2만3147㎡는 최고 35층짜리 아파트와 높이 30m의 공공청사가 들어선다.


용산역 앞은 초고층 빌딩숲으로 변신 중이다. 전면2·3구역은 이미 삼성물산·대우건설이 지상 39~40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단지를 건설 중이고, 용산역 옆에 지상 39층짜리 호텔 3개 동이 건립된다. 대기업의 본사 사옥이 용산으로 이전하고, 용산역엔 국내 최대 규모의 면세점이 개점한다. 여의도와 마주보고 있는 한강변은 관광자원화 사업이 진행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자족기능과 함께 관광자원까지 마련되는 만큼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밋빛 개발 계획만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삼가라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 미군기지 터는 물론 각종 개발계획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업무지구 역시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던 2000년대 중반 사업이 시작됐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고꾸라지면서 어려움을 겪다 결국 무산됐다.


특히 초고층 빌딩 개발 길이 열린 미군기지 터는 정부가 민간에 땅을 매각키로 한 만큼 부동산 경기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60~70층짜리 초고층 빌딩은 일반 빌딩보다 사업비가 훨씬 많이 드는 만큼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 사업성 악화로 개발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시의 한강변 재정비 계획도 마찬가지다. 주민은 용산국제업무지구 무산 여파에 대한 보상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층수를 더 올려 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시와 주민간 입장 차가 큰 만큼 기대와 달리 사업이 진행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권대중 명지대(부동산학과) 교수는 “대기업 사옥 이전과 면세점 유치 등으로 다른 개발 사업에 대한 가능성도 커진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부동산 개발 특성상 부동산 경기가 어느 정도는 유지돼야 가능한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일보 황정일·황의영·한진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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