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라틴이 만드는 쫀득한 아이스크림의 비밀


pixabay.com 제공 출처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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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운 여름에는 역시 아이스크림이 최고지요. 부드러운 소프트아이스크림과 쫀득한 초콜릿아이스크림, 아삭한 셔벗 중에 무엇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아이스크림마다 질감이 다른 비밀을 살짝 알려드릴게요. 요즘 최고 인기인 눈꽃빙수도 만들어 보자고요!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주말, 저희는 색다른 요리를 맛보기 위해 이태원에서 미식데이트를 즐겼어요. 해가 질 무렵까지도 푹푹 찌는 이 날씨에 딱 어울리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지요. 터키 아이스크림이라는 간판 아래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어요. 재미있게도 가게 주인은 커다란 통에서 아이스크림을 치즈처럼 쭈욱 눌러 콘에 담더니, 손님 눈앞에서 거꾸로 뒤집었답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은 약이 오를 정도로 절대 떨어지지 않았지요. 뭔가 특별한 것을 넣었나 봐요.


잠깐! 그러고 보니 제가 좋아하는 생과일 아이스크림이나 신랑이 좋아하는 셔벗도 맛은 비슷한데 생김새와 질감이 다르잖아요. 도대체 어떤 원리인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한양대 조리과학연구실 ‘사이언스 인 더 키친’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보기로 했지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초저온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법은 간단해요. 얼음이 잔뜩 담긴 커다란 대야에 볼(둥글고 우묵한 그릇)을 얹고 아이스크림 믹스(우유와 생크림(휘핑크림), 설탕, 바닐라 향료)를 넣어요. 그리고 주걱으로 둥글게 저어주면 되지요. 여기서 기억해야 할 주의사항! 얼음에는 굵은 소금을 섞어 주어야 해요.


물은 0℃에서 얼음으로 얼지만 설탕 같은 재료가 섞인 혼합물은 어는점이 낮아지거든요. 그래서 걸쭉한 아이스크림 믹스를 아이스크림으로 냉각시키려면 0℃보다 낮은 온도가 필요해요. 얼음에 굵은 소금을 넣어도 같은 원리로 어는점이 낮아진답니다. 얼음이 없다면 아이스크림 믹스를 냉동실(영하 18~20℃)에 넣어두고 10분에 한번씩 꺼내어 숟가락으로 저어주어도 된답니다.


‘사이언스 인 더 키친’ 연구원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주었어요. 아이스크림 믹스가 담긴 볼을 얼음 대야에 얹는 대신 초저온(영하 약 176℃)인 액체질소를 직접 붓는 거예요. 액체질소를 붓자마자 빠르게 저어주면 5분 안에 아이스크림이 완성된답니다. 액체질소를 이용하면 구슬아이스크림도 만들 수 있어요. 액체질소 안에 아이스크림 믹스를 한 방울씩 떨어뜨리면 구슬처럼 동그랗게 얼기 때문이지요


두 가지 방법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은 재료가 같기 때문에 맛은 똑같았어요. 하지만 질감이 무척 달랐지요. 얼음 대야에서 휘핑한 아이스크림보다 액체질소를 넣어 만든 아이스크림이 훨씬 부드러워 입안에서 살살 녹았답니다. 알프스 산맥에 쌓여 있는 만년설을 떠먹는 기분이었어요. 그 이유는 초저온에서 아이스크림 믹스가 순식간에 얼어붙었기 때문이에요. 눈사람을 만들 때 눈덩이를 굴리면 점점 커지는 것처럼, 아이스크림 믹스도 얼면서 입자가 점점 커져요. 


그래서 더 차가운 온도에서 더빠르게 얼어붙은 얼음결정이 더 작답니다. 그런데 액체질소는 다루기가 힘든데다 값이 비싸 아이스크림을 만들기에는 실용적이지 않아요. 이번 실습은 정말 럭셔리하게 시원한 경험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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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득한 아이스크림의 비밀은 ‘물 잡기’

터키 아이스크림이 쫀득한 이유는 살렙이라는 야생난초의 뿌리 가루를 넣기 때문이에요. 살렙 뿌리에 들어 있는 다당류가 엉겨 붙으면서 아이스크림 입자가 조밀해지거든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가 힘든 재료지요. 다른 재료로는 쫀득쫀득한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없을까요? 호기심이 많은 저는 직접 실험을 해봤어요.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 1) 설탕대신 꿀을 넣거나 2) 젤리를 만드는 재료인 젤라틴 가루를 넣어보았지요. 


꿀은 설탕물보다 끈적끈적하니 아마도 쫀득쫀득한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이태원에서 꿀을 넣어 만든 아랍과자를 먹어 보았는데 설탕을 넣어 만드는 일반 과자처럼 단단하거나 바삭하지 않고 꿉꿉하고 끈기가 있었거든요. 꿀이 설탕보다 습기를 더 잘 흡수하기 때문이랍니다. 역시 꿀을 넣은 아이스크림은 일반 아이스크림보다 쫀득했어요. 하지만 뭔가 살짝 아쉬웠어요. 제가 기대했던 그런 쫀득쫀득함이 아니었거든요.


이번에는 아이스크림 믹스에 젤라틴 가루를 섞었어요. 다른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보다 휘젓기가 더 힘들었지요. 정말 쫀득쫀득해지고 있는 걸까요? 왠지 이번에는 성공할 것 같다는 예감에 심장도 쫄깃쫄깃해졌어요. 드디어 완성! 티스푼으로 아이스크림을 쿡 찌르는 순간, 이미 성공을 직감했답니다. 한입 떠먹어 보니 끈끈한 푸딩을 씹는 듯이 쫀득쫀득했어요. 치아와 입천장에 찰싹 달라붙는 듯한 시원함에 아이스크림을 만드느라 피곤했던 두 팔도 가벼워졌어요.


젤라틴은 물을 잡아두는 성질이 있어요. 그래서 젤라틴을 넣어 아이스크림을 만들면 물을 잡아둔 채 얼기 때문에 입자가 더 빨리 엉기고 천천히 녹는답니다. 실제로 조리 실습이 끝난 뒤 먹다먹다 지쳐 아이스크림들을 녹여버렸어요. 대부분 아이스크림이 몇 분 지나지 않아 무너져 흘렀는데, 젤라틴을 넣은 아이스크림은 지조를 지키며(?) 제 모양대로 녹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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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을 시리게 하는 셔벗은 無지방!

이번에는 쫀득쫀득함이 전혀 없는 아이스크림이 궁금해졌어요. 어렸을 때 냉동실에 주스를 얼려 셔벗을 만들어 먹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지요. 그때 우유나 플레인 요구르트보다 주스를 얼린 것이 더 아삭아삭하고 맛있었답니다.


그래서 생크림을 넣지 않고 우유와 바닐라향료, 설탕만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보았어요. 결과물은 역시 아이스크림보다 셔벗에 가까웠어요. 혀로 핥아보면 일반 아이스크림보다 거칠고, 이로 베어 물면 푸석푸석하게 부서지면서 갈라졌거든요. 하지만 일반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차갑게 느껴지고 더 빨리 녹았답니다.


셔벗은 생크림 같은 지방을 넣지 않고 얼린 빙과예요. 지방은 얼음결정을 에워싸면서 더 이상 커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답니다. 그래서 생크림을 넣은 아이스크림은 얼음입자가 작아 부드럽지요. 또 지방으로 코팅된 덕분에 혀에 얼음입자가 직접 닿지 않아 덜 차갑게 느껴진답니다. 지방이 들어 있지 않은 셔벗은 얼음결정이 크기때문에 질감이 거칠고, 코팅되어 있지 않으므로 훨씬 차가워요. 그만큼 더 빨리 녹는답니다.


여러 가지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나니 무더위가 싹 도망가 버렸어요. 오늘 저녁 디저트는 초코시럽을 얹은 바닐라아이스크림과 레몬셔벗이에요! 시중에서 팔고 있는 터키 아이스크림이나 초저온 아이스크림처럼 럭셔리하지 않아도 무척 맛있을 거예요. 사랑을 듬뿍 담아 달달하게 얼릴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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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선 교수의 요리과학 TIP!

물과 주스, 탄산음료를 냉동고에서 얼려본 적 있나요? 하룻밤이 지나면 물은 꽁꽁 얼어 단단한 얼음이 돼있지요. 하지만 같은 온도, 같은 시간 동안 얼려도 주스나 탄산음료는 (물을 얼린) 얼음보다 단단하지 않아요. 순수한 물은 어는점인 0℃ 근처에서 얼기 시작하지만, 설탕을 넣으면 어는점이 낮아져 영하에서 얼기 때문입니다(어는점내림). 


소금을 넣어도 어는점내림 현상이 나타난답니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 얼음 대야에 굵은 소금을 섞는 것이지요. 이렇게 물은 온도에 따라 고체(0℃ 이하)나 액체(0℃ 이상), 기체(100℃ 이상)로 변하는 팔방미인이랍니다. 물이 변하지 않는다면 밥을 지을 수도, 더운 여름에 빙수를 먹을 수도, 맛있는 만두를 쪄 먹을 수도 없겠지요.

 

새댁 기자의 노하우 

아이스크림의 사촌, 팥빙수를 맛있게 만드는 방법도 살짝 알려드릴게요. 바로 우유나 연유를 넣어 얼린 얼음을 갈아보세요. 우유나 연유 속에 들어 있는 지방이 물 입자를 코팅해 얼음알갱이가 부드러워진답니다. 또 고소하고 달착지근해 고명을 많이 얹지 않아도 맛있는 빙수를 만들 수 있어요. 최근에는 눈처럼 부드러운 눈꽃빙수도 인기예요. 


어떤 업체에서는 얼음을 눈꽃처럼 갈아주는 빙수기를 내 놓기도 했어요. 눈꽃빙수는 순간제빙기술을 이용해요. 어는점(0℃)보다 낮은 영하 25℃에서 물을 급속 냉각시킨 뒤 곱게 갈아 얼음가루로 만들지요. 초저온아이스크림처럼 얼음결정이 작아 부드럽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답니다.

동아사이언스 과학동아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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