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 ‘종이접기 아저씨’에 눈물 흘린 이유는?

유년시절의 추억과 과학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씨가 출연했던 방송 캡처 장면. “우리 친구들 다 컸구나~” 종이접기 아저씨처럼 누군가 어린시절의 나를 대하듯 따뜻한 말을 건네준다면, 마음 한 구석이 찡하게 다가오죠.  - MBC <마이리틀 텔레비전> 방송 캡처 제공


  예능프로그램 <마이리틀 텔레비전(마리텔)>에 출연한 ‘종이접기 아저씨’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1980~1990년대에 방영된 어린이방송물에서 종이접기 코너를 진행했던 김영만 씨인데요.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거의 20년 만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20~30대 어른으로 훌쩍 자란 시청자들은 유년시절의 추억에 젖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특히 “코딱지들아(당시 어린이시청자 애칭)”, “이제 어른이 됐으니 (종이접기가) 쉽죠?” 같은 멘트에는 알 수 없는 뭉클함에 눈물까지 흘렸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나이든 아이는 추억으로 ‘보상’ 받는다

나이를 먹고 어느새 어른이 됐지만 현실의 짐은 무겁기만 하죠. 사람들은 현실이 각박할수록 과거를 회상하며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곤 하는데요. 종이접기 아저씨를 바라보던 20~30대 시청자들의 반응에는 이런 정서도 깔려있는 듯합니다. 자칫 과거만 바라본다며 부정적으로 볼 여지도 있겠으나, 심리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과거의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면 현재의 행복도 커진다는 말이죠. 추억을 음미할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밝혀낸 한 연구결과가 이를 말해주고 있는데요. 미국 럿거스대 마우리치오 델가도 교수팀이 지난해 10월 신경과학 분야 학술지 ‘뉴런’에 게재한 논문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연구팀은 피험자들에게 긍정적인 기억(가령 디즈니랜드에 놀러갔을 때)과 정서적으로 중성인 기억(장보러 갔을 때)을 떠올리게 했는데요. 그때마다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했더니 행복한 기억을 떠올릴 때 뇌의 선조체와 내측전전두엽피질이라는 부위가 보다 활발히 작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영역들은 뇌에서 보상회로를 이루는 부분입니다. 즉 음식 같은 1차적 보상, 돈 같은 2차적 보상, 음악감상 같은 추상적 보상 모두를 매개하는데요. 결론적으로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리면 보상회로가 활성화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이벤트에 당첨됐을 때처럼 현재의 기분까지 좋게 한다는 말이죠.

 


과거 행복했던 일을 기억할 때, 뇌의 보상회로인 선조체(왼쪽 뇌 이미지 원 안)와 내측전전두엽피질(오른쪽 뇌 이미지)이 보다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 뉴런 제공

과거 행복했던 일을 기억할 때, 뇌의 보상회로인 선조체(왼쪽 뇌 이미지 원 안)와 내측전전두엽피질(오른쪽 뇌 이미지)이 보다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 뉴런 제공

과거 행복했던 일을 기억할 때, 뇌의 보상회로인 선조체(왼쪽 뇌 이미지 원 안)와 내측전전두엽피질(오른쪽 뇌 이미지)이 보다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 뉴런 제공

 

추억은 뇌의 어디쯤 있을까?

그렇다면 어릴 적 아름다운 추억은 머릿속 어디에서 끄집어내는 걸까요? 기억에는 5~30분 내 습득한 정보에 관한 단기 기억과 비교적 영구히 저장되는 장기 기억이 있습니다. 장기 기억은 어의론적(semantic) 기억과 삽화적(episodic) 기억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요. 어의론적 기억은 누구나 알법한 상식적인 사실이나 개념에 대한 기억이라고 해요. 반면 삽화적 기억은 개인적으로 직접 경험한 사건을 떠올리는 걸 말합니다. 따라서 추억은 삽화적 기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죠. 삽화적 기억은 주로 뇌의 앞부분에 있으면서 인간의 기억과 정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변연계가 담당합니다. 기억을 분류하고 저장하는 해마, 정서적인 평가나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가 변연계에 속하죠.


GIB 제공

GIB 제공

 

추억을 간직하는 데에는 ‘뉴로리긴(Neuroligin-1)’이란 물질도 중요합니다. 뉴로리긴은 신경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를 만드는 단백질인데요. 포스텍과 스위스 바젤대 공동연구진은 2012년 이 뉴로리긴과 글루탐산 수용체라는 것이 직접 결합함으로써, 시냅스의 정상적인 신경신호 전달이 유지되고 인간의 기억현상도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죠. 그렇다면 추억을 떠올릴 때, 뇌 안에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요?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건 신경세포와 신경세포를 결합하는 시냅스가 단단해지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반면 저장된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는 건 기억이 저장된 해당 부위가 허물어졌다가 다시 결합하는 과정인데요. 즉 시냅스를 단단하게 만들었던 특수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시냅스가 허물어지는 과정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면

하지만 이렇게 떠오른 추억만으로는 부족했던 걸까요? 그 시절의 물건이나 콘텐츠를 소비하는 단계를 넘어 아예 어린 시절의 자신이 되어보는 체험도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은 욕망을 반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미국 뉴욕에 문을 연 유치원이 그 예입니다. 놀랍게도 20세 이상만 갈 수 있는 성인 유치원인데요. 수업도 그림그리기, 분장하기처럼 유치원에서 할 법한 프로그램에, 낮잠을 자는 시간도 따로 있는 등 실제 그 나이 또래가 경험하는 활동들을 하게 됩니다. 일상생활에서 벗어나는 즐거움과 함께 새로운 시각을 갖길 바란다는 취지로 만든 거라고 하는데요. 자유롭고 즐거웠던 어린 시절의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이들이 이 유치원을 찾는다고 합니다.

 

뉴욕의 성인 유치원에서는 어른들이 아이처럼 놀고 낮잠도 잔다고 합니다. 이런 유치원에 다녀보고 싶나요? 5주 코스로 진행되는 이 유치원의 등록비는 333달러(한화 약 37만 원)에서 999달러까지라고 하네요. - michellejoni.com 제공

뉴욕의 성인 유치원에서는 어른들이 아이처럼 놀고 낮잠도 잔다고 합니다. 이런 유치원에 다녀보고 싶나요? 5주 코스로 진행되는 이 유치원의 등록비는 333달러(한화 약 37만 원)에서 999달러까지라고 하네요. - michellejoni.com 제공

 

그런데 더 나아가 마음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의 몸으로 되돌아가는 체험도 미래에는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멜 슬레이터 교수팀은 헤드마운드 디스플레이와 신체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모션캡처 복장을 착용하고, 4살짜리 아이의 몸을 체험하는 ‘가상현실’ 실험을 한 바 있는데요. 참가자들은 가상현실 속에서 주변 사물을 실제보다 훨씬 크게 느끼고, 성인의 방으로 꾸며진 곳과 어린이 방으로 꾸며진 곳 중에 선택하라고 하자 아이의 방을 더 선호하는 등의 결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아이의 몸에 들어간 상황을 현실로 느끼는 뇌의 작용이 행동과 사고까지 지배한 것인데요. 이러한 기술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확장될 계획이라고 합니다.

동아사이언스 이종림 객원기자 lumen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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