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살아남으려면 광고를 바꿔야 한다"

비론치2014 미디어 토론
*써카·플립보드 “콘텐츠화된 광고로 승부해야

앱 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2013년 최고의 뉴스 앱으로 써카를 선정했다. 


*써카(CIRCA)
독특한 기사 방식으로 유명하다.
써카는 기사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다른 매체와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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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기사]2014-05-17
  뉴스 소비의 중심이 종이신문에서 모바일 기기로 이동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그러나 모바일에서 직접 언론사 앱이나 웹을 찾는 이용자는 많지 않다. 다수는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플립보드, 써카(Circa)와 같은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한다. 

한국에선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이 온라인에서 뉴스 유통 플랫폼을 장악했고, 해외에선 큐레이션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IT업체들도 페이스북 페이퍼(Paper), 야후 뉴스 다이제스트(Yahoo News Digest) 등을 내놓으며 직접 뉴스 유통시장에 진출했다.

이런 변화가 가장 곤혹스러운 건 정작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들이다. 언론사는 고비용을 들여 기자를 채용하고 현장 취재를 시킨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더 이상 신문을 사거나, 언론사 사이트를 직접 방문하지 않으면서 광고수익은 점점 줄고 있다. 큐레이션 서비스가 대신 이 자리(수익)를 차지했다.

물론 이들은 언론사와 유료로 기사제휴를 맺거나 저작권 문제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인용 보도하지만, 언론사 입장에선 유통채널로서 영향력을 잃고 광고수익까지 빼앗긴다고 느낄 수 있다. 지난해 7월 이른바 ‘조중동매경’의 ‘네이버 때리기’는 이런 배경과도 연관이 있다. [관련기사 : 두들겨 맞는 네이버, 거대한 음모인가 자업자득인가]

페이스북 페이퍼, 야후 뉴스 다이제스트 
  
구조적으로 보면 신기술을 이용하며 사람들의 삶(뉴스 이용행태)이 달라지면서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간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일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며, 해외 유수 언론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15일 서울 동대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테크·스타트업 콘퍼런스 비론치(beLAUNCH)2014에선 이런 문제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알래스테어 게일 월스트리트저널(WSJ) 한국 지국장이 사회를 맡고 벤 허 써카 공동창립자(치즈버거 네트워크 대표), 에릭 알렉산더 플립보드 부사장이 토론 패널로 참여했다. 써카는 2013년 앱 스토어 최고 앱으로 선정된 모바일 뉴스앱이며, 플립보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잡지형 태블릿 뉴스앱이다.

아래는 이들의 토론 내용이다. 

벤 허 써카 공동창립자가 15일 서울 동대문DDP에서 열린 비론치2014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병철 기자 
  
▲알래스테어 게일= WSJ도 콘텐츠를 모바일 플랫폼에 어떻게 유통시키느냐를 고민하고 있다. 뉴스 유통의 새로운 기회를 어떻게 포착하고 이런 뉴스앱을 창업했나.

▲벤 허= 나는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했고, 미디어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이 나올 때 마다 새로운 포맷이 필요하다. 플립보드가 좋은 사례다. PC는 모바일과 다르고, 태블릿은 또 다르다. 각 기기에 따라서 다른 콘텐츠를 제공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기기마다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에릭 알렉산더= 우리도 기기를 먼저 봤다. 플립보드가 가능했던 건 아이패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아이패드가 나왔을 때 새로운 웹 브라우저를 만들어야 하는지 등 여러 (고민과)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리고 아이패드가 터치로 작동한다는 걸 듣고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것에 맞는 디스플레이를 준비했다. 아이패드에 맞춰서 제작한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 페이스북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알게 됐고, 이런 것을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종이신문을 PDF처럼 제공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그래서 SNS와 뉴스를 모두 제공한다.

15일 서울 동대문DDP에서 열린 비론치2014에서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김병철 기자 
  
▲알래스테어= 올드 미디어 중에서 그나마 새로운 시대에 적응한 매체는 누구이며, 실패한 매체는 누구인가.

▲벤= ‘혁신가의 딜레마’라는 책이 있다. 한 기술에서 다른 기술로 넘어가는 것(혁신)은 기존 플레이어가 아니라 새로운 플레이어가 한다. 새로운 역량을 모아서 이 경계를 넘어야 한다. 콘텐츠가 중요하다.

내가 이 말을 할 때마다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는데, 사람들은 앞으로는 콘텐츠 비용을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오늘날 너무나도 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 전문 매체보다 일반 이용자들이 만드는 콘텐츠가 훨씬 더 많다. 문제는 콘텐츠 공급이 계속 늘어나면 평균 가격이 0에 근접해진다.

아직 WSJ과 뉴욕타임스(NYT)는 콘텐츠 대량 생산을 잘 하고 있고, 우리는 여전히 비용을 제공한다. 사람들은 금융처럼 더 돈을 벌어주는 곳에는 돈을 쓴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에릭= 현재 파이낸셜타임스와 가디언은 아주 잘하고 있다. 나는 콘텐츠 시장이 수익성 높은 시장이라고 본다. 그러나 10년 후에는 훨씬 더 적은 수의 독자들이 이런 뉴스매체를 유료로 구독할 것이다. 미디어와 콘텐츠는 이미 너무 많다.

▲벤= 마이클 잭슨이 사망했을 때 많은 추측성 뉴스가 나왔다. (당시) 구글에서 검색하면 약 1800개의 유사한 기사가 나왔다. 그러나 하나만 읽으면 나머지 1799개는 쓸모없는 기사다.

▲에릭= NYT, WSJ 모바일 앱은 아주 잘 만들었다. 다만 앞으로도 계속 통할지를 봐야 한다. 다음 세대 독자들이 뉴스를 유료로 볼까? 미국에서도 아주 잘 나가는 가디언의 기사는 모두 무료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양에 비해 콘텐츠가 너무 많다.

알래스테어 게일 월스트리트저널(WSJ) 한국 지국장, 벤 허 써카 공동창립자, 에릭 알렉산더 플립보드 부사장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김병철 기자 
  
▲알래스테어= WSJ는 세월호 침몰사고 취재를 위해서 기자들을 진도 팽목항으로 보내야 했다. 이처럼 전통 매체는 돈을 들이고 스토리를 발굴하고 있다. 물론 유통 채널이 중요하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우리가 일은 다했는데 써카에서 유통되네’라고 생각하게 된다.

▲벤= 논란이 될 수도 있지만, 나는 창업가고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기사만 가져온다. 또한 광고 수익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도 기자를 (고용해 현장에) 보낼 것이다. 그리고 우리(써카)가 기사를 재구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WSJ는 우리보다 더 많이 벌고 있지 않은가?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할리우드는 (미국) LA에서 시작했다. 영화 산업이 동부가 아니라 서부에서 시작한 첫 번째 이유는 영화 찍기 좋은 날씨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서부의 법적 규제가 적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영화화하지 못하는 동부를 벗어나 서부로 간 것이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써카도 기사를 올리기 전에 해당 언론사 편집기자들에게 전화해서 사실 확인을 한다.

▲에릭= 우리는 저널리즘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론사는 많은 기자를 고용하고, 때로는 6개월 파견을 보내기도 하고 (기자들이 위험한 지역에서) 숨어서 취재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런 기자들을 존경한다. 먼 미래에 우리도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지금 하는 건 다양한 스크린에 콘텐츠를 보기 좋게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언론과 협의한다. 타임(미국 시사 잡지)을 만났을 때, 그들은 아이패드용 레이아웃은 있는데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서는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우리가 언론의 이런 기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언론을 존중하며, 돈을 뺏으려는 게 아니라 도우려고 한다.

(또한) 언론은 ‘종이신문의 10달러짜리 광고가 온라인으로 가면 10센트로 가격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언론이 좋은 기사를 제공하면서 수익도 내는 걸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우리도 고민이다. 만약 언론이 없다면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될 것이다.

▲알래스테어= 그게 우리가 흔히 하는 고민이다. 뉴스 비즈니스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특히 한국에선 뉴스가 항상 무료였고, 한국인들은 돈을 주고 콘텐츠를 이용하지 않는다. 언론이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겠는가.

▲벤= 어려운 질문이다. 전환기에는 이런 어려움이 있다. 뉴스 수집에서 가장 어려운 건 뉴스를 찾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 꼭 사람을 파견해야 할까? 그쪽에 있는 사람을 활용할 수는 없을까? 기술을 활용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경제 기사는 속보성 현장 기사보다 분석 기사가 더 가치가 높다. 저널리즘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더 복잡하다. 그렇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이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에릭= 현실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런데 광고를 봐야 한다. 대부분 배너 광고는 너무 흉하게 생겼다. 사람들은 좋은 광고를 좋아한다. 만약 보그 잡지에 광고가 전혀 없다면 뭔가 허전할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아름답고 콘텐츠에 녹아든 광고에는 거부감이 없다. [관련기사 : 언론사 기사에 ‘비뇨기과 광고’가 붙는 이유]

온라인에서는 콘텐츠 바로 옆에 (배너)광고를 하기 때문에 이쁘지 않다. 이용자들이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플립보드는 콘텐츠와 광고를 분리한다. 또 광고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화면 전체를 차지하게 만든다. 플립보드에서는 광고를 별도로 구독(팔로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나의 출판 형식이 된 것이다.

사람들에게 좋은 광고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안젤리나 졸리가 아마존에서 찍은 루이비통 광고는 광고라기보다는 콘텐츠다. 이렇게 광고의 질을 높여야 한다.

▲벤= 맞다, 그건 콘텐츠다. 치즈버거 네트워크는 네이티브 광고를 활용해서 광고주가 ‘재밌는 광고’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독자들은 광고를 싫어하지만, 질이 높은 광고는 그렇지 않다. 많은 독자들은 ‘나를 웃게 해주세요’라고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잡지형 태블릿 뉴스앱 플립보드 
  
▲알래스테어= 종이신문은 얼마나 유지될 것이라고 보나.

▲벤= 이건 포맷의 문제인 것 같다. 신문, 라디오도 하나의 포맷이다. 종이신문은 종이롤 형태다. 지금 시대에 ‘롤을 어디서 사용할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수증도 일종의 롤이다. 한때 유행했던 것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특정 분야에 남을 것이다.

▲에릭= 구독자가 굉장히 줄어들 것이다. 기술이 계속 진화하고 곧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종이가 좀 더 디지털 포맷으로 변할 것이라고 본다. 

(미국)사람들은 주로 일요일 오전에 플립보드를 이용해 콘텐츠를 읽는다. 집에서 커피 마시면서 일요일 아침 신문을 읽는 게 우리 전통이다. ‘이런 게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많이 줄어들 것이다. 

아래는 청중과의 질의응답이다. 

▲청중= UGC(User Generated Contents)를 뉴스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벤= 일부 유사할 수는 있지만 UGC가 기자들의 전문적인 기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 CNN이 돈을 많이 들여서 iReport를 시작했다. 시청자가 만든 콘텐츠를 확인해서 기사로 만들려고 하는 시도다. 그렇지만 UGC와 뉴스는 보완적이지 대체재는 아니다. 시청자들이 뉴스 제작에 참여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UGC 뉴스가 뉴스를 대체하지는 못한다.

▲에릭= 나도 동의한다. 전문적인 뉴스 매체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본다. 금융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때 당연히 WSJ, NYT를 더 신뢰하게 된다.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언론은 윤리적으로 무엇이 옳을지 알기 때문에 전문적인 언론 매체는 계속 존재할 것이다.

▲청중=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보다 생산되는 정보가 더 많다. 어떻게 최적화된 정보를 찾을 수 있나.

▲벤= 치즈버거 네트워크와 써카는 아직 (편집에) 알고리즘을 활용하지 않는다. 여전히 사람이 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며 알고리즘은 보조라고 생각한다.

▲에릭= 실리콘 밸리에서는 알고리즘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플립보드는 알고리즘과 편집자를 다 활용한다. 알고리즘이 실시간 들어오는 기사를 분류하고 편집자가 그중에 고르는 형식이다. 우리는 타임 출신 편집자를 고용했고, 총 15명의 편집인이 커버스토리를 편집한다.

아래는 토론 전후로 진행된 미디어오늘과 패널들의 질의응답이다.

월스트리스트저널이 리스트형 기사를 올리는 매체 ‘파이브 씽즈’. 이미지= ‘파이브 씽즈’ 갈무리 
  
▲미디어오늘= 네이티브 광고가 온라인 언론사의 중요한 수익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네이티브 광고가 오히려 저널리즘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벤= 나는 네이티브 광고 비용을 누가 대는지만 공개한다면 괜찮다고 본다. 그러나 뉴스와 에디토리얼이 섞이면 복잡해진다.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소스와 엔터테인먼트는 분리하고 구분해야 한다고 본다. 써카는 뉴스용으로 만들었다.

▲미디어오늘= 버즈피드의 리스트형 기사(리스티클)는 뉴스인가 아니면 콘텐츠인가.

▲알라스터= 리스트형 기사도 글의 한 포맷이다. 뉴스이며 동시에 콘텐츠이기도 하다. WSJ도 리스트형 기사를 쓰는 ‘파이브 씽즈(Five Things)’라는 매체를 운영한다. 나도 거기에 북한에 대해서 리스트형 기사를 썼다. 아주 긴 기사를 쓰는 것도 가치가 있지만, 짧은 문장과 사진을 이루어진 리스트형 기사도 가치가 있다. 기사란 팩트를 전달하는 것이다. 리스트형 기사에 팩트가 있으면 된다.
미디어오늘 김병철 기자 | kbc@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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