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으로 별세한 UNIST 교수의 ‘마지막 논문

고(故) 도윤경 UNIST 교수, 

에이즈 등 난치병 백신 단초 찾아


올해 3월 별세한 고(故) 도윤경 울산과학기술대(UNIST) 교수. - UNIST 제공


 

  올해 3월 난소암으로 44년 삶을 마감한 고 도윤경 울산과학기술대(UNIST) 교수의 ‘마지막 논문’이 세계적인 생명과학 분야 학술지 ‘셀 리포트’ 6월 30일 자에 실렸다.


포스텍 생명과학부 91학번인 도 교수는 국비장학생으로 2003년 미국 버지니아대 의대로 유학을 가서 면역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 랠프 스타인먼 미국 록펠러대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던 2009년 UNIST 교수로 부임했다. 스타인먼 교수는 인체 면역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수지상세포를 발견한 공로로 201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수상하기 3일 전 췌장암으로 유명을 달리한 인물이다.


도 교수가 남긴 연구 성과 또한 수지상세포와 관계가 깊다. 연구팀은 수지상세포 중 한 종류(CD8 α-수지상세포)가 아직 분화되지 않은 다른 면역세포인 T세포를 ‘폴리큘라 헬퍼 T세포(Tfh세포)’로 분화시키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Tfh세포의 존재는 면역학자들에게는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이 세포가 어떤 과정을 통해 생겨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Tfh세포는 인체에 침입한 병원체를 기억해 같은 병원체가 다시 침입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면역세포인 B세포 분화를 촉진한다. 


공동 교신저자이자 도 교수의 남편인 류성호 순천향대 의생명연구원(SIMS)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백신을 개발할 수 없었던 병원체나 에이즈처럼 한 번 감염된 뒤에도 항체가 잘 생기지 않는 난치성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가 실린 논문이 완성된 건 1년 전이지만 심사 과정에 여러 차례 추가 실험 요구에 따라 지난달 30일에야 비로소 빛을 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도 교수는 올해 1월 이후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이후에도 연구를 계속했다. 또 방사선 치료를 받는 중에도 상태가 호전되면 꾸준히 실험실을 찾았다고 류 교수는 전했다.


조윤경 UNIST 생명학부장은 “도 교수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UNIST에 많다”며 “도 교수가 면역학 연구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온 만큼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동아사이언스 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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