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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의 대만 철수작전
2015.07.03
미국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 최대 햄버거 기업 체인인 맥도날드가 전면적인 경영체계 개편을 예고하면서 대만 사회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누적되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현행 직영점 운영 방식을 프랜차이즈 형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그 골자인데, 결국 자본 철수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사회적으로 유달리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대만에서 맥도날드의 위상은 다른 나라에서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는 사실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어느 점포에서나 ‘골든 아치’ 간판을 내걸고 빅맥과 치킨 너기트를 파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대만에서는 단순한 햄버거 가게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연합보(聯合報)>와 <빈과일보(果日報)>가 이 기사를 1면 톱으로 처리하는 등 현지 언론매체들이 깊은 관심을 보이는 데서도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과의 정치적 관계가 그 배경에 깔려 있는 것이지요.맥도날드가 ‘마이당라오(麥當勞)’라는 이름으로 타이베이에 첫 점포를 낸 것이 1984년의 일입니다. 미국이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의 관계를 단절한 상황에서 처음으로 진출한 미국의 거대 자본이었습니다. 대미외교 단교로 고립 상태 속에서 상심해 있던 대만 국민들이 맥도날드에서 대리 위안을 얻었던 것입니다. 요즘도 대만 사회에서 맥도날드 가게가 ‘지하의 미국 대사관’이라고 농담처럼 불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물론 미국과의 외교관계가 끊어졌다고 해서 모든 관계가 단절됐던 것은 아닙니다. 단교 직후부터 민간 차원의 대표부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현재 대만에 설치한 미국대만협회(American Institute in Taiwan)와 대만이 미국에 파견한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처(Taipei Economic and Cultural Representative Office)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도 이러한 대표부 관계보다는 맥도날드에서 더 친근감을 느꼈던 것이겠지요. 요즘은 세월이 흐른 탓에 맥도날드에 대한 친근감이나 연대감이 퇴색한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과의 단교 충격 기억이 흐릿해졌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중국과의 양안 교류가 확대되면서 당시의 적대적 분위기가 상당히 완화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당시 맥도날드의 진출로 미국과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상징적 의미만큼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문제는 최근에 이르러 맥도날드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전면적인 영업구조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 118개국에 퍼져 있는 3만 6,000여 매장 가운데 700개 매장을 올해 안에 폐점하는 한편 3,500개의 직영점을 2018년까지 프랜차이즈로 전환한다는 방침이 이미 발표된 마당입니다. 경쟁업체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패스트푸드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마련된 자구책입니다.이 계획에 따르면 현재 대만에서 운영되는 전체 413개의 점포 가운데 직영점 350개를 프랜차이즈로 전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맥도날드가 영업형태 개편을 통해 전 세계의 프랜차이즈 비율을 9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에 비해서도 대만에서의 개편 계획은 더욱 강도가 높은 편입니다. 다시 말해서, 현재 9,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투자 규모를 현지 기업에 떠넘기고 철수하겠다는 것입니다.이러한 발표로 인해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1만 6,000여 명의 종업원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우려를 표명하는 분위기입니다. 앞으로 프랜차이즈 점포로 바뀐다고 해서 햄버거의 맛 자체가 크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대만이 더 이상 맥도날드의 흥미를 끄는 시장이 아니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겠지요.무엇보다 고객들의 취향이 변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패스트푸드와 관련한 불량 식재료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반면 건강식을 내세운 치폴레, 셰이크쉑 등 신생업체들의 추격으로 맥도날드의 경쟁력이 자꾸 뒤처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맞수로 꼽히는 버거킹에 대해서도 비교를 이룬다고 합니다.이러한 현상이 대만에서는 더욱 뚜렷합니다. 도심의 뒷골목마다 간단히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포장마차에 간편식 체인점도 자꾸 생겨남으로써 고객들이 발걸음을 돌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인들이 세븐 일레븐 같은 편의점에서도 값싸게 끼니를 때우는 것이 보통입니다. 맥도날드가 대만에서 직영점을 모두 처분하겠다고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하지만 350개에 이르는 점포를 한꺼번에 처분하기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맥도날드 측은 대만에서 가장 큰 편의점 체인업체인 통일슈퍼[統一超商]를 은근히 바라보고 있으나 아직 겉으로 드러난 얘기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가급적 올해 안으로 점포를 일괄 인수할 수 있는 협상 대상자를 물색하겠다는 것이 맥도날드의 의중이지만 그렇게 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맥도날드의 문제는 대부분의 패스트푸드 업체가 당면한 문제이며, 대만에서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그러나 대만에서 돌아가는 얘기가 유달리 눈길을 끄는 것은 요즘 대만의 정치·사회적 상황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맥도날드의 프랜차이즈 전환 계획이 대만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 것인지 지켜보게 됩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허영섭
이데일리 논설실장. 전경련 근무. 경향신문과 한국일보에서 논설위원 역임.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 '대만, 어디에 있는가', '영원한 도전자 정주영'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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