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물 수능’을 만들 텐가?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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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물 수능’을 만들 텐가?

2015.07.01


지난 6월 4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가 6월 24일 나오면서 '물 수능'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내놓은 채점 결과, 국어B·영어 영역의 1등급을 끊는 점수가 만점이었습니다. 역대 6월과 9월 모의평가 국·영·수에서 두 과목이나 1등급 기준점수가 만점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합니다. 평가원의 6월 모의평가는 실제 수능의 출제경향과 난이도를 엿볼 수 있어 올해도 ‘물 수능’이 될 것 같습니다.

물 수능이면 사교육을 줄일 수 있나?

교육 당국은 시험을 쉽게 내야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학은 상대 실력으로 학생을 뽑습니다. 절대 점수로 뽑지 않습니다. 다른 학생과 견주어 자기 점수가 몇 번째에 있느냐에 따라 합격이 결정됩니다. 해당 과목 점수의 상대 위치를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능 문제가 쉽다고 대학 가기가 쉬워지지 않습니다.
시험으로 지적 능력을 평가합니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더 높은 점수나 등급을 받아야 합니다. 수험생은 점수를 잘 받으려고 공부합니다. 문제에 적절하게 난이도를 주어야 열심히 공부한 학생과 그러지 않은 학생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차이가 나야 합니다. 노력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평가가 달리 나와야 합니다. 그게 상식이고, 정상이고, 교육입니다.
물 수능에서는 실제 실력과 수능 점수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력이 좋은 학생이 한 문제라도 실수하면 등급이 달라집니다. 실력이 아니라 요행이 작용합니다. 실수하지 않는 것도 실력이라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실력을 키우는 공부가 아니라, 실수하지 않으려고 기를 써야 합니다. 흥미가 없습니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사교육을 받습니다. 실수하지 않으려는 공부는 지겹습니다. 공부는 지겹고 사교육비는 더 들어갑니다. 
시험은 점수로 실력차이를 평가하려고 치릅니다. 시험이 점수로 차이를 가르지 못한다면 이미 시험이 아닙니다. 시험이 시험으로 제구실을 못하면, 그 시험은 헛된 사회 비용일 뿐입니다.

입시가 선택과목으로 결정되면 곤란

작년 시험은 언어(국어), 수리(수학), 외국어(영어)가 너무 쉬워 변별력이 없었습니다. 주요 세 과목이 쉽게 나와 실력을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줄 세워야 하니 선택과목 성적으로 넘어갔습니다. 무슨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줄이 달라졌습니다. 줄기보다 곁가지에서당락이 결정되는 셈이죠. 시험이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라면 공통과목에서 판가름이 나야 정상이고 공정합니다. 6월 모의평가 결과를 보면 올해도 선택과목으로 결정될 조짐이 보여 걱정스럽습니다.

향기나는 문제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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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험생에게 문제의 품질을 물어보면 실망했다고 했습니다. 어이없을 정도로 문제가 쉽기도 했지만, 낸 문제의 질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수능에 나온 문제가 정말 좋아 문제를 읽으면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고 했습니다. 작년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작년에 문제 연구에 쓸 쓸 돈이 모자라 졸속으로 내는 바람에 수준이 영 아니었다는 풍문도 돌았습니다. 올해에는 향기 나는 문제를 기대합니다.

시험의 본질은 실력을 객관성 있는 점수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다른 방법으로 평가하면 모르겠지만 시험을 보게 하면서, 시험에서 성적으로 줄을 세우지 못한다면 시험이 아닙니다. 수능 점수로 학생을 선발할 수 없으면 입시 전형은 이상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예측하기 어렵게 됩니다. 예측할 수 없으면 대학은 실력이 아니라 운에 따라 결정됩니다. 경쟁자가 적은 데를 운 좋게 찍느냐 못 찍느냐에 따라 갈 대학이 정해집니다. 극심하게 눈치를 봐야 합니다. 이렇게 대학이 결정되면 대학에 가서도 후유증이 심합니다. 잘못 찍은 학생은 재수, 삼수해서라도 제대로 가겠다는 마음을 먹습니다.

수능이 쉬워야 사교육비를 줄인다고요? 쉬운 것과 사교육비 상관관계는 그다지 밀접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 수능은 비교육적이고 비논리적입니다. 고등학교 과정을 제대로 마치면 물 수능이 될 수 밖에 없다고요? 그렇다면 수능을 통과제로 바꾸고, 학생 선발은 대학에 맡기십시오. 아니, 학생 선발권을 벌써 대학에 넘겼어야 하지 않았습니까?

필자소개

고영회(高永會)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과실연 수도권 대표, 세종과학포럼 상임대표, 대한변리사회 회장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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