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바꾼 국민의 일상

술 안 먹고 '칼퇴근'

여가생활 접고 주말에도 집에만

"사람 많은 곳 불안" 



저녁이 있는 삶일까, 불안에 떠밀린 저녁일까. 메르스 사태 장기화가 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평일 저녁 회식보다는 집으로 곧장 퇴근하는 이들이 늘고, 주말 가족 단위 외출은 크게 줄었다. 이런 현상이 고착되지는 않겠지만, 관련 업계는 예상치 못한 충격에 휘청이고 있다.


"사람 많은 곳 불안" 여전

놀이공원 등 이용객 절반 줄어

지하철 대신 자전거로

사업상 '골프 회동'도 포기

모임 자제 'SNS 대화'


떠밀린 여유

직장인들은 메르스 사태 이후 역설적으로 '저녁 있는 삶'을 누리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아무개(39)씨는 최근 2주째 퇴근 뒤 곧바로 집으로 향한다. 이씨는 21일 "하루가 멀다 하고 회식과 미팅이 있었는데 요샌 일부러 약속을 안 잡는다. 직장에서도 술 먹자거나 회식 얘기 꺼내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는 한 달에 두 차례 있는 사진동호회 모임에도 나가지 않는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주아무개(37)씨도 "저녁 약속이 있다고 하면 아내가 불안해해 될 수 있으면 바로 집에 들어가고 있다. 덕분에 딸아이도 좋아한다"고 했다. 정보기술 업체에서 일하는 홍아무개(43)씨는 교통수단도 바꿨다. 그는 "집에서 회사까지 지하철로 여섯 정거장인데, 메르스 이후로는 대중교통 이용이 찜찜해서 한동안 안 탔던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자영업을 하는 김아무개(58)씨는 사업상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 잦지만 삶은 급격히 단조로워졌다. 김씨는 "매주 토요일 아침에 하던 테니스도 쉬고 있다. 골프장에도 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사람 만나는 게 불안하다"고 했다.


남편과 아이들을 회사와 학교에 보낸 뒤 한숨 돌리는 여유를 가지던 주부들도 불안한 마음에 바깥출입을 꺼린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정아무개씨는 "매일 오전에 집 근처 카페에서 동네 엄마들 모임이 있었는데 이젠 카카오톡 대화로 대신한다. 괜히 내가 가족에게 병을 옮기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생각에 모이지 않는다"고 했다.


20대의 여가생활도 움츠러들었다. 남자친구와 하는 맛집 순례가 취미라는 직장인 김아무개(28)씨는 "사람 많은 맛집보다 서로의 집에서 단둘이 저녁을 해 먹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손아무개(27)씨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클럽 가자는 말이 쏙 들어갔다"며 친구들과 금요일마다 가던 '홍대 클럽'도 끊었다고 했다.


꼭 필요한 일 아니면…

길 찾기 서비스인 '티맵'을 운영하는 에스케이(SK)플래닛과 <조선일보>가 최근 두 달치 티맵 이용 정보를 분석한 결과, 전국 주요 100개 시설을 검색해 찾아간 빈도는 메르스 확산 이후 17.2%나 줄었다. 대표적인 놀이공원인 에버랜드·서울대공원·롯데월드 등의 경우 감소 폭은 30.7%에 이르렀다.


서울시 통계를 보면, 메르스 본격 확산 2주 만인 지난 14일(일요일) 하루 버스·지하철 대중교통 이용객은 무려 21.9% 감소했다. 서울시는 "평일보다는 외출, 쇼핑 등이 많은 주말에 이용객 감소 폭이 컸다"고 했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경제동향 자료를 보면, 6월 첫째주는 메르스 확산 초기인데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놀이공원 이용객은 60.4%, 프로야구 관중은 38.7%, 미술관 관람객은 48.3% 줄었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외출을 자제한다는 것인데, 당분간 이런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신문사 오승훈 기자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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