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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팔아 착복하는 사람들?
2015.06.10
- 재판대에 오른 FI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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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태권도처럼 올림픽에서 축출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스포츠가 있습니다. 야구, 가라테처럼 올림픽 무대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스포츠도 있습니다. 축구는 오히려 올림픽을 떠날까 봐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노심초사하는 스포츠입니다. IOC는 연봉 수천만 달러짜리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들의 출전까지 허용하며 올림픽의 권위와 흥미를 높이려 애씁니다. 거꾸로 세계 축구를 관장하는 FIFA(국제축구연맹)는 23세 이상 세계적 스타들의 올림픽 출전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올림픽보다 그들 자신의 잔치인 월드컵축구대회를 더 인기 있는 스포츠대회로 만들고 싶은 욕심 때문입니다. 실제로 축구 월드컵은 올림픽을 능가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키우고 수많은 팬들이 열광하는 지구촌 잔치가 되었습니다.스포츠가 무엇입니까? 신이 인간에게 선사한 힘과 아름다움을 겨루는 가장 순수한 경연입니다. 거기에는 공정하고 평등한 룰이 전제됩니다. 그럼으로써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경쟁에서 심신의 고양을 추구하는 문화 활동으로 승화되는 것입니다. 스포츠가 오늘날까지 인간이 누리는 가장 인기 있는 문화현상의 하나로 존재하게 된 밑바탕이 바로 스포츠맨십, 페어플레이 정신일 것입니다.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축구는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도 ‘페어플레이’를 강조합니다. 월드컵 축구뿐 아니라 주요 축구대회에는 으레 선수 입장에 앞서 노란색 바탕에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는 문양이 그려진 깃발이 어린이들 손에 들려 들어오곤 합니다. FIFA는 경기장 안팎을 가리지 않는 페어플레이와 배려를 외치면서 1997년 ‘페어플레이 데이’를 정하고 매년 이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제프 블라터(Sepp Blatter, 스위스) FIFA 회장은 그 기념사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FIFA는 페어플레이 정신이 단지 축구 경기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과 함께 이 사회에서 널리 선양되도록 할 책임이 있다. 축구는 페어플레이의 가치를 고양함은 물론 도덕적, 윤리적 기준까지도 보여 주어야 한다.”그렇게 의기양양하던 FIFA가 조직범죄 혐의로 재판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블라터 회장도 언제 법정에 불려 나올지 알 수 없는 형편입니다. 월드컵 개최권을 놓고 FIFA와 지역 연맹 관계자들 사이에 거액의 뇌물이 오간 혐의가 포착되어 미국 법정에 고발됐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방 검찰은 지난달 취리히의 한 고급 호텔에서 FIFA 고위 관계자 7명을 체포하고, 이들을 포함한 14명을 비리혐의로 브루클린 연방지방법원에 기소했습니다. ‘2010년 남아프리카 월드컵 개최를 지원한 데 따른 뇌물 1천만 달러가 미국 은행에서 세탁되어 FIFA 계정에서 전 북중미축구연맹 회장 겸 FIFA 부회장 잭 워너(Jack Warner, 트리니다드토바고)에게로 넘어갔다’는 게 기소 내용입니다. 남아프리카가 월드컵 유치 활동 기간이던 2004년 약속한 뇌물을 직접 주지 않고 2008년 FIFA가 아프리카에 배정될 발전기금을 카리브연안으로 돌리는 수법으로 간접 전달했으며 그중 상당액을 워너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블라터 회장과 제롬 발크(Jrme Valcke, 프랑스) 사무총장이 이 사건에 직접 연루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미 법무 당국이 과연 국외에서 벌어진 외국의 스포츠단체 인사들의 비리를 어떻게 파헤쳐 유죄를 입증할지, 또 어떤 처벌이 가능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뇌물 수수를 인정하는 증언과 관련 문서들이 잇따르며 FIFA는 범죄의 소굴이라는 오명을 씻기 어렵게 됐습니다. 미 법무 당국은 이번 뇌물 수수가 수년에 걸친 FIFA 내부의 조직적 범죄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기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 조직범죄피해자보상법(RICO)을 적용함으로써 드러난 것보다 더 많은 비리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스위스 당국도 취리히의 FIFA 본부를 급습,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국 선정의 부정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선수들과 세계인들에게 페어플레이 정신을 앞장서 부르짖어온 FIFA 안에서 정말 그런 음험한 돈거래가 벌어졌다면 축구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충격입니다. 문제는 스위스와 미국 당국의 수사나 기소 이전부터 FIFA 안팎에서는 끊임없이 비리, 부패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숱한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블라터는 지난달 29일 취리히 총회에서 4년 임기의 회장에 5번째 재선되었습니다.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발뺌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스위스에서의 수사 확대와 FIFA 내외의 비판에 굴복, 마침내 재선 4일 만에 회장직 사퇴를 발표했습니다. 어디서나 오래 고인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그가 전임 후앙 아벨란제 회장을 보좌하는 사무총장으로 일한 게 17년입니다. 1998년 아벨란제의 바통을 이어받아 FIFA 총수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지도 17년이 됐습니다. 회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비주류 대륙 회원국들의 이해를 교묘히 조정하는 것이 그가 권좌를 지켜온 비결이라 하겠습니다. 또한 소수 집행위원끼리 귀엣말 흥정으로 월드컵 개최권을 비롯, 세계 축구를 주물러온 불투명하고,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조직 운영이 결국은 FIFA를 부패의 늪으로 이끈 원인이라 할 것입니다. 새 회장 후보는 최소한 4개월 이전에 회원국에 고지되어야 한다는 게 FIFA 규정입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블라터가 계속해서 FIFA 회장직을 수행하게 됩니다. 비리 혐의를 받아 사의를 표명한 회장이 이끌어 가는 FIFA의 몰골이라니, 참 우습게 됐습니다. 만약 블라터 회장이 법정에 끌려 나간다면 그동안 그라운드에서 페어플레이 깃발을 쳐들었던 세계의 어린이들, 그리고 선수와 팬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회장의 진퇴나 법적 제재보다는 젊은이들의 꿈이 짓밟힌 데 대한 안타까움과 배신감이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FIFA 비리에 대한 대대적 수사를 지켜보면서 국내 스포츠 단체들의 현실도 돌아보게 됩니다. 폐쇄적이고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인 조직 운영이라는 점에서 FIFA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불거져 나오는 잡음을 들어보면 그 심각성은 FIFA 이상입니다.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FIFA 사태를 계기로 더 참혹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돌아보고 자정하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필자소개
방석순
스포츠서울 편집국 부국장, 경영기획실장, 2002월드컵조직위원회 홍보실장 역임. 올림픽, 월드컵축구 등 국제경기 현장 취재. 스포츠와 미디어, 체육청소년 문제가 주관심사.
박대문의 야생초사랑
흰대극 (대극과) Euphorbia esula L. sensu lato
파란 바닷물 넘실대는 제주의 13번 올레길, 흰대극의 황금빛 꽃망울이 화려하게 펼쳐집니다. 비취빛 너른 바다 목 내밀어 바라보며 먹 하늘 별빛 아래 철썩이는 파도 소리 위안 삼아 바람 치는 갯가 모래밭에 고이고이 키워온 꽃망울! 감춰온 그리움과 설렘을 모닥모닥 피워내듯 송알송알 노란 꽃망울이 몽실몽실 피어납니다.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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