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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사건은 특허법원에서
2015.06.09
소송사건을 어느 법원이 담당할 것인가 재판을 담당할 법원을 정하는 것을 관할이라 합니다. 보통은 피고의 주소가 있는 법원에 제기하지만, 민사소송법에는 여러 상황에 따라 법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특허에 관한 소송은 3종류로 구분됩니다. 첫째, 권리의 형성과 소멸에 관한 다툼은 ‘①특허심판원-특허법원-대법원’으로 진행되고, 이 사건을 심결취소소송이라 합니다. 특허권을 왜 안 주느냐(거절불복심판), 내준 특허권 무효인가 아닌가(무효심판), 특허권의 권리 범위가 무엇인가(권리범위 확인)를 다투는 일은 특허심판원에 제기해야 하고, 특허심판원 결정(심결)에 불복할 때에는 그 심결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특허법원에 제기하여 법원의 판단을 받고, 이어 특허법원의 판결에 불복할 때에는 대법원에 상고합니다. 둘째, 특허권을 허락없이 사용하는 특허침해사건은 ‘②지방법원-고등법원-대법원’으로 갑니다. 셋째, 특허청이 낸 행정처분에 불복할 때에는 ‘③서울행정법원(또는 행정심판을 거친 뒤 갈 수 있다)-고등법원-대법원’으로 갑니다.
특허법원은 아직도 반쪽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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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특허법원은 1998년 3월 1일 고등법원급으로 출범했습니다.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특허전문법원이어서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특허법원은 2003년 9월부터 새로 지은 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특허법원 청사는 앞으로 특허침해소송 담당이 특허법원으로 이전될 것에 대비하여 공간을 설계했습니다. 그러나 위 ②특허침해소송은 특허법원에서 재판하지 않습니다. 남는 공간은 대전가정법원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습니다. 슬픈 현실입니다.특허침해소송을 특허법원에서 담당하도록 집중하자는 법안이 예전에 2차례 제출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대법원과 대한변협이 반대하는 바람에 특허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모으지 못했습니다.이제 다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2011년에 설치된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서 특허사건의 관할 집중을 꾸준히 논의했고, 2014년 4월 1일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는 지식재산권 침해소송 관할 집중 방안을 논의하여 ‘특허법원의 전속관할로 집중하자는 개선방안’을 의결해 대법원장에게 건의했고, 이어 이상민 의원(현재 법제사법위원장)이 2014년 9월 1일 관련 법안(민사소송법과 법원조직법)을 제출하여 국회에서 심의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1심은 지방법원 몇 곳으로, 그 항소심은 특허법원으로 집중하는 방안입니다.
특허사건 관할은 본질에 맞게 해결해야
그렇지만 특허사건의 전문성을 생각할 때, 지금 접근하는 방향은 일부 잘못됐습니다. 소송에서 전문성은 1심이 더 중요합니다. 1심에서 잘못 판결하면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능력 있는 사람은 1심에 불복하여 항소할 것이기 때문이죠. 본질에 맞으려면 1심 특허법원을 만들고, 이에 불복한다면 항소심을 특허법원이 다투게 해야 합니다.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각 지방 사람의 반발을 의식한 정치인의 반대)에 1심은 2~5개 지방법원에서 다루게 하고, 나중에 사회인식이 변하면 그때 1심 특허법원을 설치하는 쪽으로 가는 단계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특허침해사건이 몇 건이나 된다고 그렇게 쪼개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또 2~5개 지방법원은 어떻게 전문성을 갖추게 할 것인지도 걱정입니다. 이런 일을 정치적이 아니라 본질에 맞게 처리할 수 없을까요?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차차로 해결하자는 것에 수긍하면서도 정치적 이유로 1심 법원을 쪼개야 하는 현실은 무척 실망스럽습니다. 1심으로 모아 전문성을 주는 것과 2~5곳으로 흩어 정치 현실에 타협하는 것, 어느 것이 우리 사회에 득이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특허 전문성을 앞서 다져가던 우리가 일본, 이제는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뒤지고 있습니다. 21세기가 지식재산시대, 현 정부가 창조경제를 외치면서 이 문제를 여태까지 해결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특허사건 관할 집중, 바쁩니다. 빨리 해결해야 합니다.
필자소개
고영회(高永會)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과실연 수도권 대표, 세종과학포럼 상임대표, 대한변리사회 회장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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