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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여섯 번째 대멸종, 인류의 미래는?
2015.05.22
네팔의 대지진과 칠레 화산폭발 등과 같은 초대형 재난 재해를 보며,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대멸종은 무엇이며, 여섯 번째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멸종(滅種)이란 한 생물 종의 개체수가 감소하다가 결국에는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멸종(大滅種)은 지구 역사에서 멸종이 일부 종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 전반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일컬으며, 학술적으로는 생존했던 종의 70% 이상이 한꺼번에 멸종한 사건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여섯 번째라는 것은 35억 년 전에 지구상에 생물이 출현한 이래 지구의 역사에서 나타났던 다섯 차례의 대멸종에 이어 다시 대멸종이 시작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첫 번째 대멸종은 고생대 오르도비스기(Ordovician Period) 말인 4억 4천만~4억 5천만 년 전 사이에 발생했고, 85%에 달하는 생물 종들이 멸종했습니다. 두 번째 대멸종은 고생대 데본(Devonian Period) 말인 3억 6천만 년 전에 발생해 천만 년 이상 지속되었으며, 70%가 넘는 생물 종들이 멸종했습니다. 대멸종 중 규모가 가장 큰 세 번째 대멸종은 고생대 페름기(Permian Period) 말인 2억 5천만 년 전에 나타났으며, 지구상에서 전체 생물 종의 95% 이상이 사라졌습니다. 네 번째 대멸종은 약 2억 년 전인 중생대 트라이아스기(Triassic Period) 말에 나타났고, 80%가 넘는 생물 종들이 멸종했습니다. 이때 공룡의 조상인 조룡과 양서류가 함께 멸종했습니다. 다섯 번째 대멸종은 약 6천 5백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Cretaceous Period) 말에 지름이 10Km에 달하는 커다란 운석이 멕시코 유카탄 반도 인근에 충돌하여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운석 충돌에 따른 숲의 화재로 인해 공기 중에 퍼진 먼지로 몇 달 동안 햇빛이 차단되어 멸종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 대멸종 사건으로 당시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 멸종했고, 70%에 달하는 종들이 사라졌습니다. 대멸종 시기를 지칭하는 지질시대는 지구상에서 대륙이 갈라져 바다가 생기거나, 맨틀(mantle)을 이루는 지각 판이 충돌해 산맥이 형성되거나,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는 등 지구상에 큰 변화가 생길 때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런데 인류는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지질시대를 만들어내는 큰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류세(人類世; Human Epoch)입니다. 인류세는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에 관한 연구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인 파울 크뤼천(Paul Crutzen)이 2000년에 인류가 출현한 시기를 지칭해 제안한 지질시대입니다. 아직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명칭은 아니지만 인류세가 시작하며 생물의 대멸종이 시작되고 있다고 합니다. 인류세의 시작은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1만 년 전, 산업혁명이 시작된 1820년대 또는 원자폭탄이 투하된 1945년 등으로 제안되고 있습니다. 현재 지구상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생물 종들이 살고 있으나 인간의 활동으로 많은 종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매년 0.01~0.7% 수준으로 감소되고 있으며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2014년 발간된 과학저널 ‘네이처(Nature)’는 “2200년이 되면 양서류의 41%, 조류의 13%, 포유류의 25%가 멸종할 것”이라는 보고와 함께 “6천만 년 전에 비해 무려 1000배나 빠른 속도로 많은 생물 종이 멸종되고 있다”고 경고하였습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도 “멸종 가능성을 검토한 7만 6199종 가운데 29.4%인 2만 2413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자연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무분별한 행동과 개발 때문에 동물의 멸종 속도는 6000만 년 전보다 무려 1000배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빠르게는 500년, 길게 보아 1만년 내에 나타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섯 번의 대멸종에서 예외 없이 최상위 포식자가 멸종된 사실로 미루어보아 여섯 번째 대멸종이 발생한다면 현재 지구상에서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인류세로 지칭되는 현세에 나타나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은 결국 인류를 파멸시키는 대멸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여섯 번째 대멸종의 주요 원인은 인간의 자연에 대한 지나친 개입 및 개발에 따른 생물 종의 서식지 파괴와 유실, 지나친 포획 활동과 벌목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와 함께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도 대멸종의 주요 원인입니다. 또한 생물 다양성 보존에 대한 이해와 연구 부족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을 상기하며 인류가 주동이 되어 앞당겨지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에 대비해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전 지구적으로 생물보전을 위한 자원의 투입과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생물 종의 멸종을 막는 일이 바로 인류의 멸종을 막는 지름길이니까요.
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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