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증축 리모델링 도입 1년... "까다로운 안전진단"

입주민 문 안열어줘 안전진단 진행 ‘난항’
시장활성화 한다며 내놓은 정책 졸속 논란

하우징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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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입 1년을 맞이한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또 다시 복병을 맞아 고전하고 있다. 이번에는 까다로운 안전진단 절차가 리모델링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국 최초로 지난 1월부터 리모델링 안전진단에 착수한 경기도 성남 한솔5단지 리모델링조합의 진행 과정에서 제도상의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는 등 당초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면서 업계에서 조속한 안전진단 기준에 대한 제도개선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문제 ‘문을 안 열어준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도입할 당시 예상치 못한 문제로 안전진단이 발목 잡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각기 다양한 문제로 입주민 세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안전진단이 진행되는 낮동안에 입주민이 없거나 입주민이 있더라도 현관을 열어주지 않아 아예 안전진단 자체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안전진단을 위해서는 세대 내부에 들어가서 내하력·내구성 등 건물의 안전성 정도를 검사하는 과정을 진행해야 하는데, 입주민들이 세대 현관을 열어주지 않아 안전진단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행 수직증축 리모델링 안전진단 매뉴얼에 따르면 건축물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콘크리트 강도, 슬래브 처짐 등의 검사를 진행한다.

예컨대 슬래브 처짐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한 층에서 최소한 4세대당 1개소에 들어가 검사를 해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에 부딪치고 있다. 우선 소형아파트에서 리모델링이 주로 추진되는데 이곳 입주민 중에는 젊은 맞벌이 부부가 많다는 점 때문이다.

낮동안 세대 내부에는 아예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안전진단을 위해 검사 담당자들이 방문하더라도 세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안전진단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대 안에 사람이 있더라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기와 단 둘이 있는 젊은 엄마나 혼자 사는 독신 여성들이 그렇다.

장정들 3~4명이 우르르 집 안으로 들어와 1시간 반 정도를 진행하는 안전진단에 두려움을 느껴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나마 집에 사람이 있더라도 다양한 이유로 현관을 열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안전진단이 진행되는 1시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세대 내부는 어쩔 수 없이 소음과 먼지로 뒤덮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콘크리트 내부 철근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벽체에 훼손이 가해질수밖에 없으며, 이때 벽지를 뜯고 드릴로 콘크리트를 뚫어 구멍을 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이 과정에서 집 여기저기의 도배를 뜯고 콘크리트에 드릴링을 하는 과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입주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안전진단 후 도배를 다시 해 주고 있지만 검사 과정에서 집안 가구 등 짐을 옮기고 먼지 청소를 하는 등의 일들이 귀찮게 여겨질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천장에 반자가 있는 경우 슬래브 검사는 더욱 어렵다. 천장의 반자를 해체한 후 그 내부에 있는 슬래브에 구멍을 뚫어 철근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입자인 경우도 리모델링사업이 자신과 직접적으로 이해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집주인이라 하더라도 리모델링사업에 반대하며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리모델링 반대자들도 현관을 열어주지 않는다. 

겨울철에 진행하는 안전진단은 주민들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먼지 제거를 위해 현관과 창문을 개방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하는데, 찬바람 쌩쌩 부는 겨울에 과연 얼마나 많은 입주민이 안전진단에 참여할 것이냐는 의문이다. 

업계 “조속한 안전진단 기준 완화 필요”
업계에서는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지금 운용하고 있는 수직증축 안전진단 매뉴얼은 사실상 현실 상황에 대한 고려가 없이 만들어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검사를 진행하는 표본 숫자가 너무 기존에 비해 너무 많다. 지질조사만 하더라도 한솔5단지 신축 당시에는 34개의 기초공을 뚫어 지질 여부를 검사했는데, 현행 리모델링 안전진단을 실시할 때에는 이 보다 훨씬 더 많은 41개의 기초공을 뚫어야 한다.

리모델링에 대한 고려 없이 재건축 안전진단 매뉴얼을 참고해 수치만 더 강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세대출입, 소음, 분진 등이 발생하는 리모델링 안전진단은 입주민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세심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동훈 무한건축 소장은 “지금은 아파트 벽에 못 하나만 박아도 관리사무실로부터 항의 전화가 오고 다툼이 벌어지는 시대인데, 리모델링 안전진단 과정시 위 아래집에서 드릴로 벽을 뚫는 작업이 많은 논란을 불어오고 있다”며 “안전에 문제가 없는 선에서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땜질 처방에 활성화 골든타임 놓쳐 
 리모델링 전담팀 빨리 만들어야”

해법은 없나
수직증축 리모델링 안전진단 과정에서 예기치 못했던 문제들이 터져 나오며 추후에 이 같은 문제들을 사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참에 리모델링에 관한 별도의 법률을 만들고 중앙정부에 전담부서도 배치해 리모델링 행정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다.

실제로 그동안의 리모델링 행정은 문제 발생이 되면 관련 조항만 개정하는 식의 땜질식 처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증축 리모델링조합 설립 기준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른바 ‘주택법 15년과 건축법 20년의 불일치’의 악몽이다.

정부는 2007년 3월 증축 리모델링을 도입하면서 리모델링조합 설립 기준을 당초 20년에서 15년으로 앞당겼지만, 건축법은 20년으로 놔둔채 건축법 개정까지 20개월의 시간을 허비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정부의 주택법 개정으로 인해 아파트 사용승인 후 15년이 지나면 증축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근거가 마련됐지만 건축법의 동반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명백한 정부 측 실수인 셈이다.

정부는 20개월이 지난 2008년 10월에서야 건축법을 개정해 건축법 완화 규정 대상에 15년 이상의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를 포함시켰다.

증축 리모델링에서 건축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는 건축법 완화 때문이다. 증축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용적률과 건폐율이 증가하고 인동간격이 좁아지기 때문에 ‘건축법’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게 될 경우 리모델링이 불가능하게 된다.

당시 건축법에서는 기존의 리모델링 기준에 맞춰 20년이 넘은 아파트에 대해서만 건축법 완화 적용이 가능하도록 해 정부 내에서 ‘짝짝이’ 법률 개정이 이뤄졌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주목할 점은 당시의 정부 실수로 리모델링 활성화의 골든타임을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리모델링 전문가들은 이때 사업이 진행되지 못한 것을 놓고 최고의 리모델링 시장 활성화 타이밍을 놓쳤다며 무릎을 치며 한탄한다.

2007년 당시 노무현 정부에서는 재건축을 규제하고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적극적으로 띄우는 등 사실상 리모델링 시장 발전 토대를 제공했다.

잠실·반포 재건축아파트 입주로 부동산시장도 최고점에 이르며 시장에서도 리모델링 시장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건축법 완화 규정 대상이 20년이라는 건축법 규정 때문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15년 리모델링 아파트들이 건축위원회에서 건축심의를 받지 못하고 건축법 개정만 기다리며 줄줄이 대기하는 병목현상이 초래됐다.

리모델링 건축심의 단계에 도달한 여러 리모델링 조합들이 개점휴업 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건축심의 단계에 이르렀던 현장 중 대표적인 곳이 송파 성지아파트, 개포 대청, 가락 현대6차아파트 등이다. 이들 아파트들은 모두 아직도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가장 활발한 곳이 개포 대청아파트 정도다.

당시 이들 아파트 관계자는 “사업추진을 위해 모든 것을 완비시켜 놓았는데 법령 미비로 조합들의 건축심의가 원천적으로 봉쇄당했다”면서 “결국 정부가 사업추진의 발목을 잡고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도 “당시에 이 문제가 터지지 않았다면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중대형 아파트단지 10곳 이상이 대형건설사 브랜드를 달고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 지금 입주까지 진행된 곳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게 됐다면 일반인들의 리모델링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면서 리모델링 시장도 상당히 활성화 되어 있었을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속한 리모델링 기본계획 구축을 통한 증축 리모델링에서 용적률 적용에 대한 기준 정립도 시급한 상태다.

리모델링 인허가 과정에서 용적률을 놓고 지자체 담당자와 충돌하는 상황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내용에 다른 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서의 증축 리모델링에 대한 용적률 기준도 아직 명확치 않은 상태다. 
하우징헤럴드 김병조 기자 kim@hou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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