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敬시대] 내 나이가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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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는 젊은이들만 하는 게 아니다. 황혼연애로 새 인생을 살아가는 노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노약자석에 앉았다고 사랑까지 모르는 건 아니고, 경로우대증이 나왔다고 성별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손주 재롱 보는 재미로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길다. 어느새 사랑이 와 버릴 수도 있지만, 돈과 시간에 여유가 있는 노인들이 건강한 신체와 감성을 갖고 사랑 찾기에 나서기도 한다. 


자기 행복을 적극 찾겠다는 인식이 강해진데다가 혼자 있으면 외로워 연애를 안 할 이유가 없다. 때로 곰삭은 젓갈 같고, 때로 고목에 핀 매화 같기도 하다. 


연애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노인복지관이나 콜라텍마다 마음 설레는 새로운 만남이 있다. 지갑이 얇은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콜라텍은 흥겨운 라이브 연주에 맞춰 춤추는 노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어르신들 사이로 부킹 전문 웨이터가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하며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이어주는데, 마음이 통하면 친구처럼 연인처럼 말벗하며 알아가다 잠자리까지 하는 건 기본이다. 


짝꿍이 있건 없건 이성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어르신도 마찬가지로 굴뚝같다. 청춘 남녀의 불같은 사랑은 아니지만 가슴 깊이 박히는 마지막 사랑에 불을 지피고 싶어 한다. 


무릎 떨리는 노인들이 심장 떨리는 사랑을 한다. 인생에 더 이상 남은 사랑은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맞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닌 여자와 남자로 살고 싶어 한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헤벌쭉 웃는 얼굴, 주름투성이일지언정 사랑에 빠진 얼굴은 아름답다. 스스로를 ‘제3의 성’으로 전락시켰던 메마른 영혼이 다시 말랑말랑 습기를 머금기 시작한다. 


신선함이라곤 코딱지만큼도 없는 오랜 부부는 남녀 관계라기보다 사이좋은 룸메이트에 가깝다. 싫증 난 물건이야 버리고 다시 사면 되지만, 유통기한이 훨씬 지나 붙박이 가구처럼 느껴지는 남편과 부인 앞에 남은 날이 얼마일지 알 수 없는 인생에서 새로운 사랑을 할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꺼진 불꽃을 다시 살려 보려는 노력보다는 가족끼리 섹스하는 거 아니라는 무례한 농담이나 일삼는 부부가 많다. 죽어도 좋을 만큼 멋진 섹스가 가능하다면 갓 탄생한 커플들일 것이다. 


더 이상 육체적으로 끌리지 않는 남편, 그리고 잃었던 로맨스와 성욕을 되돌려준 남자 사이에서 늙은 여자는 흔들리기 쉽다. 굳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들먹이지 않아도, 늙어도 에로스적인 남녀 관계가 얼마든지 가능한 것을 몸소 느끼며 놀란다.


이들의 연애를 통한 자연스러운 성관계도 젊은 애들 하는 짓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청춘 같은 연애를 즐기는 노인들이 떳떳하지 못한 탓에 핸드폰을 이리저리 감춰가며 SNS로 사랑의 메시지를 주고받는데 이때 엔도르핀이 팍팍 나온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예전엔 청춘을 돌려 달라거나 젊음을 달라고 핏대를 올렸던 노인들이 지금은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라며 악을 바락바락 쓴다. 검버섯 필 나이에 여기저기에서 꽃이 막 피고 있다. 쓰러지고 썩은 나무가 아니고, 자기 나이를 팽개친 젊은 오빠가 된다. 


2014 사법연감에 따르면 황혼이혼 건수는 3만2433건이다. 사별을 했든 이혼을 했든 외짝 노인이야 뭔 짓을 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걸쩍지근했던 간통죄까지 없애주신 나라에 감사하며 배우자가 있음에도 인생의 마지막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간덩이 부은 노인이 한둘이 아니다.


아내와 해로하고 싶기는 한데 특별한 재주가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루한 아내 때문에 말을 잘 안 듣는 물건이라도 살살 달래 봐야 하지 않을까?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 서울교대·경원대 행정학 박사 / 일러스트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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