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현 Texas A&M 대 교수, 한인 최초 미국 조경교육협회(CELA) 집행임원 선출

CELA 최우수 연구자상 수상

김준현_Texas A&M University's Department of Landscape Architecture & Urban Planning 조교수
미국 조경교육협회 집행임원에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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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의 조경교육은 무엇이 다를까?


 국내 조경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는 조경분야의 목소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교육 개선이란 것이 하루 이틀 사이에 바뀔 수 있는 문제가 아닐뿐더러 조경분야의 미래가 달린 일이기에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미국에서 낭보가 날아왔다. 김준현 교수(Texas A&M University)가 조경교육협회(Council of Educators in Landscape Architecture, 이하 CELA) 집행임원(Board of Directors)에 선출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김준현 Texas A&M University 교수

ASLA(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가 미국조경분야를 아우르는 단체로 알려져 있다면, CELA는 보다 조경교육의 발전을 논의하는 학술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조경교육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조경인증제 도입 등 다양한 교육개선을 위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 내 조경교육 발전을 위한 논의의 장인 이곳에서 한국인 교수의 활약은 국내 조경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한인 최초로 조경학 공식인증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CELA의 집행임원으로 선출되었는데, CELA란 무엇이며, 그것이 갖는 권한, 그리고 앞으로 그 곳에서 수행하게 되는 구체적인 업무는 무엇인지요?
 
CELA는 미국, 캐나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고등 교육기관에 설립된 조경학과 중 공식적으로 인증된 프로그램들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1920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내 조경학과들과의 연계 방안도 추진하고 있으며 연례회의(Annual Conference)를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ASLA(미국조경가협회)가 미국조경업계와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 조경인들의 모임이라면, CELA는 조경학과 교수와 대학원생들이 주축이 되어 연례 회의와 Landscape Journal을 통해 최근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조경 교육의 발전을 논의하는 보다 학술적인 조직입니다. 
 
이번에 제가 선출된 직책은 CELA 집행임원 중 하나인 3년 임기의 Regional Director로 콜로라도, 뉴멕시코, 오클라호마, 텍사스, 아칸소, 루이지애나 주에 속한 11개 대학을 대표하여 각 학교에 설치된 조경학과 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CELA 집행위원회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한국의 조경학과 교육과 달리 미국 대학에서는 교육의 질을 검증하는 제도를 운영하며, LAAB, CLARB, 그리고 CELA 등 전문기관과 연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경학 인증제의 목표는 무엇이며, 대학에서는 조경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커리큘럼 등)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미국의 고등교육 인증제(Accreditation)는 조경학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과에 요구되고 있습니다. 조경학 인증제의 목표는 조경교육에 대한 질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것 입니다. 
 
프로그램 인증은 ASLA 산하 LAAB의 검증기준을 따르게 됩니다.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인증을 받지 못한 학과의 졸업생의 경우 전문 조경가가 되기 위한 자격시험(LARE)에 응시할 기회가 제한되기 때문에 강력한 구속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증심사는 학과 단위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고 학위 과정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부와 대학원 과정이 모두 있는 학과의 경우 각각의 학위 과정에 대한 개별적인 인증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인증은 서류심사와 방문심사로 이루어지는데, 인증 심사위원은 업계와 학계를 대표하는 외부인사 3인으로 구성됩니다. 다양한 분야를 대표할 수 있도록 선정된 심사위원들이 각 프로그램의 교육환경과 학과운영 현황 등을 평가하기 때문에, 해당 학과의 커리큘럼과 교육환경이 양질의 졸업생을 배출하는데 적합하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각 학과의 교육내용이 업계와 학계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수요와 패러다임에 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절차를 거치기도 합니다. 
 
두 단계의 심사과정을 통해서 작성된 심사위원들의 최종보고서에 따라 인증의 가부가 결정되고, 인증이 허가 혹은 연장되더라도 인증기준에 미달하는 부분이 있거나 해당 학과의 교육 제반환경에서 인증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3년 인증을 결정한 후에 재심사를 요구합니다.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6년 인증을 결정하는데, 제가 속한 Texas A&M 대학의 조경학과도 2009년에 학부과정이, 2011년에 석사과정이 인증심사를 통과하여 각각 6년 인증을 연장 받았습니다. 


학과 내 Scholarship Award Banquet에서 학생들과 찍은 사진
 
한국에서는 대학을 졸업하였어도, 설계, 시공 등 실제 현장에 적응하기 위한 실무교육을 새로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조경업역이 생태, 환경, 관광 등 폭넓은 범주로 확장되는 추세에 각 대학들도 교육 커리큘럼 구성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상황은 어떻게 다른지요?
 
조경학 인증제와 함께, 미국의 조경학과에서 운영하는 제도 중의 하나가 해당 학과의 졸업생들과 지역의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프로그램 자문위원회(Advisory Council)입니다. 

미국내 모든 조경학과가 운영하도록 요구되어는 제도는 아니지만, 제가 전에 근무하던 캘리포니아 주립대와 현재 재직하고 있는 Texas A&M 대학뿐만 아니라 많은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자문위원은 조경 및 건설사 등 실무에서 활동하는 전문조경인 뿐만 아니라 중앙 혹은 지방정부 공무원, 정치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사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0여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은 매 학기 학교를 방문하여 재학생들과 워크샵을 개최하기도 하고 장학금지원, 인턴 및 취업정보 공유, 설계수업을 위한 프로젝트 소개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합니다. 
 
졸업생 전문가들이 주축으로 이루어진 자문위원회이고, 학과에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만큼 학과 운영과 커리큘럼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학과에서도 인증심사 준비뿐만 아니라 자문위원회의 조언에 따라 실무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기준을 맞출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지속적으로 보완하여 보다 높은 교육의 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Texas A&M University는 Design Intelligence가 선정한 최고의 조경대학 순위에서 학부와 대학원 과정 모두 높은 순위(학부과정 5위, 대학원과정 7위. 2012년 기준)에 올랐는데,  ‘Landscape Architecture and Urban Planning’ 학과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Texas A&M University는 어스틴의 텍사스 대학과 함께 텍사스를 대표하는 주립대학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구중심대학 중 하나로 거의 모든 학위과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Landscape Architecture and Urban Planning 학과는 1926년에 Department of Landscape Art로 시작하여 1957년에 부터 Department of Landscape Architecture로 학부와 대학원과정 학위를 수여하기 시작한, 텍사스에서 가장 오래된 조경학과입니다. 
 
현재 텍사스에 등록된 전문 조경가(주(州) 시험을 통해 인증받는 조경가)의 약 30%가 우리 학과의 졸업생이고, 텍사스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다양한 조경 분야에 다수의 졸업생들이 활동하고 있는 등, 미국 조경 업계 전반에 걸쳐 단단한 결속력과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양질의 교육환경을 유지하기 위하여 위에서 언급한 인증절차와 자문위원회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졸업생들과의 강력한 네트워크를 통해 장학금 지원 및 실무에서 수행하는 실제 프로젝트를 제공받아 정규수업과 연계한 service learning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등 학과 교육의 질을 유지하고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학과내 교수진도 매우 넓은 학문적, 실무적 스펙트럼을 갖고 있어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또한, 우리 학과가 속한 College of Architecture에는 다양한 학문적 연계를 지원해주는 Center for Housing & Urban Development, Center for Health Systems & Design, Hazard Reduction & Recovery Center, Center for Heritage Conservation, CRS Center 등 5개의 연구센터가 있습니다. 각 연구센터를 바탕으로 College of Architecture에 소속된 4개 학과가 공동으로 interdisciplinary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하고, 특정분야에 관심있는 학생들에서 Certificate를 수여하는 등 다양한 학문적 성취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교환 교수의 형태가 아닌 해외 대학에서 교수로 직접 임용된 사례가 많지 않은 줄 알고 있습니다. 준비과정이나 임용과정 등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2009년에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교수로 임용되기 전까지는 미국 조경학과에 한국인 교수님이 네 분 정도 계셨습니다. 그 이후에 Texas A&M 대학으로 옮긴 2011년 이후에는, 아홉 분의 한국 교수님들이 각 학교의 조경학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매년 CELA 연례 회의를 통해 인사드릴 수 있는데 일 년에 한 번 뵐 수 있는 자리인지라 무척 반갑게 인사 드리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교수 임용과정의 주체는 대학이 아닌 해당 학과이기 때문에 학과의 필요에 따라 임용기준 및 요구사항이 천차만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 임용과정도 한국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해외의 다른 지역은 모르겠습니다만, 미국 지역의 경우 외국인으로 교수직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 대학에 속한 조경 혹은 관련학과의 석사 및 박사학위를 요구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제 경우처럼 한국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임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외국인의 경우 흔하진 않고 최근 임용과정을 보면 많은 수의 미국 조경학과에서 미국 대학에서 수여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재직하는 학과까지 합치면 총 5번의 인터뷰를 했는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각 학과의 요구사항이 다르기에 그에 맞추어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제 임용 경험상에서 한 가지 공통점은, 모든 학교에서 3일 동안 교내를 방문하여 학장뿐만 아니라 해당 학과 내 모든 교수진 및 재학생들과의 심층적인 인터뷰를 요구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에 관련된 경비는 전액 해당학과에서 부담하기에 경제적인 부담은 없지만, 인터뷰 자체가 임용대상 후보들의 자질과 역량을 판단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심도깊고 치밀하게 계산되어진 채로 진행됩니다. 아무래도 정신적,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종 결정을 학과에서 하기 때문에 한국의 임용과정과 같이 대학총장 면접 같은 과정은 없습니다. 평균적으로 2개의 발표(연구주제발표와 공개강의)를 요구했고, 해당 학교와 주변 지역을 교수들이 직접 차를 운전하며 소개시켜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의 경우 임용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인터뷰 과정 중 처음 만나게 되는 각 학과의 구성원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였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을 교수 혹은 학생들과 먹어야 하는데, 분위기는 가벼운 편이지만, 인터뷰의 연장이라서 긴장을 놓을 수는 없고, 처음 만나는 자리인 만큼 공통적인 대화 주제를 찾기가 쉽지가 않아서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동시에 식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리서치 심포지엄

그 밖에 한국에 경험하신 학부과정과 미국 대학이 갖는 차이점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커리큘럼 자체만 놓고 보면 한국과 큰 차이가 있지는 않습니다. 커리큘럼에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면 미국의 많은 조경학과는 5년제라는 것입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학부를 졸업한지 시간이 좀 지난 관계로 제가 재학했을 때와는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미국 조경학과 커리큘럼에서는 재학생들에게 재학 중 인턴과정을 이수하도록 요구하는 것 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조경 및 관련 분야에서 방학 혹은 학기 중에 실무경험을 쌓아야 하는 것이죠. 또 다른 차이점은, 대다수의 조경학과에서 Study Abroad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재학생들에게 유럽 및 아시아 등 다른 지역의 물리적, 문화적 환경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 입니다. 
 
한국의 조경학과 재학생 및 조경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 한마디.
 
한국의 조경학과에 재학 중인 분들께는, 좋은 멘토를 찾으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멘토가 한 명일 필요는 없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마다 도움과 조언을 구할 수 있었던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이 있었습니다. 
 
언론을 통해 대중적으로 소모되거나 간접적인 매체를 통해 만날 수 있는 멘토가 아니라, 사소한 것이라도 직접적으로 의견을 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멘토를 찾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꼭 조경분야로 한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조경계에서 꿈을 키우고 싶으신 분들은 관련 분야에 좋은 멘토가 있으면 좋겠죠. 무엇이든 사소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본인이 그 결과에 대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면 될 것 같습니다.
 
조경 분야로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좀 더 냉철하게, 현실적이고 치열하게 준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유학의 목표를 특정한 기술이나 방법론을 배우는 것으로 설정하기 보다는, 어떤 이유로 가야하고 유학을 마친 후에 어떻게 업계, 학계 및 사회에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한다면 더 큰 성취를 거두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운 후, 치열하게 생각하고 준비할수록 유학관련 서류 뿐 만 아니라 유학생활 자체가 풍성해지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한국에 계신 분들을 통해서 한국의 조경분야가 힘든상황을 겪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국의 많은 교수님들과 조경인들께서 노력해주셔서, 제가 학부를 다닐 때 보다는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꾸준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조경분야를 열심히 가꾸어주시는 분들의 노력을 멀리서나마 계속 응원하고 있습니다.

CELA 2012 연례회의에서 

Oceano Walkable Community Design Project_ Oceano라는 지역을 Walkable Community로 재개발 하는 프로젝트. San Luis Obispo County에서 의뢰하여 학부 설계수업으로 진행된 Service learning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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