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이야기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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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이야기

2015.04.03


물이 인류를 비롯한 모든 생명체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늘 접하고 있는 햇빛이나 공기와 마찬가지로 물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도는 매우 낮습니다.  

물은 산소 원자 하나와 두 개의 수소 원자가 공유 결합하여 이루어진 3원자(H2O) 분자로 무색, 무미, 무취의 투명한 화합물입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의 약 70%가 물입니다. 근육에는 75%, 뇌에는 80% 이상이 물 분자로 채워져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물에 녹은 상태에서 소화와 흡수가 됩니다. 물은 영양소와 노폐물의 운반, 생명 유지에 필요한 화학 반응의 매개, 체온과 삼투압 조절, 산성도 유지 등에 필수적인 요인입니다. 위와 장 등의 소화기관은 적정량의 물이 있어야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화기의 정상 활동 유지를 위해 계속 물이 공급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운동으로 체중의 1% 이상의 물이 땀으로 배출되면 우리 몸의 신호전달 체계에 의해 갈증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듯 물은 우리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요인입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에 필수적 물질인 물은 농업이나 산업에서도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생물과 환경이 어우러져 있는 생태계에서 대기 중의 수증기는 기상의 변화를 주도합니다. 수중생물의 삶의 터전인 강과 바다는 교통과 수송의 수단이 되고, 수상 스포츠의 장으로도 활용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2일이 ‘세계 물의 날’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요. ‘세계 물의 날’ 행사는 1992년 12월 22일 리우환경회의에서 물의 소중함을 알려 인류의 생존을 위한 물 문제 해결에 전 세계의 동참을 호소하기 위해 ‘세계 물의 날 준수 결의안’을 채택하여 1993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7월 1일을 ‘물의 날’로 지정해 오다가 1995년에 유엔의 권고를 받아들여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정해 기념식과 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습니다. 

2005년~2015년의 ‘세계 물의 날’의 대주제는 ‘생명을 위한 물(Water for Life)’입니다. 2014년의 공식 주제는 ‘물과 에너지’였는데, 이는 과도한 에너지 사용으로 기후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물과 에너지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정해진 것입니다. 

2015년의 공식주제는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에 대한 권리와 효율적인 물 관리와 친환경 개발을 인식시키기 위해 ‘물과 지속가능한 발전(Water and Sustainable Development)’으로 정해졌습니다. 

3월 20일에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2015년 ‘세계 물의 날’ 행사가 개최되었습니다. 그리고 4월 12일~17일에는 물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 행사인 ‘제7차 세계 물 포럼’이 대구와 경북 일원에서 개최됩니다. ‘세계 물 포럼(World Water Forum)’은 1996년에 설립된 세계물위원회(World Water Council)가 전 세계의 물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응을 목적으로 1997년부터 3년 간격으로 개최하고 있는 포럼입니다. 이번 행사에는 170여 나라에서 정상, 각료, 국회의원, 지자체, 시민단체, 기업 관계자 등 3만 5,000여 명이 참석, ‘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003년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이용 가능한 수자원 양(m3/인)은 1,453으로 세계 153개국 중 129위에 자리해 유엔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라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우리나라 물 부족의 원인은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으며, 강수량이 여름에 집중되어 이용 가능한 수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요즈음도 극심한 봄 가뭄으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2012년에 OECD가 발표한 ‘2050년 환경전망’에서도 우리나라는 2025년 ‘물 기근 국가’로 전락하여, 2050년에는 ‘물의 총 수요량/1년간 쓸 수 있는 수자원’으로 나타내는 물 스트레스 수준이 OECD 24개국 중 1위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의 물 사용량은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2012년에 서울시가 조사한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약 286ℓ로, 2ℓ 페트병 기준으로 무려 143병이나 되는 양입니다. 이 양은 뉴욕,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 시민이 사용하는 양의 2배 수준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수돗물의 수질은 세계 8위인데도 불구하고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2012년 월드리서치에서 수돗물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 중 1위는 막연한 불안감(31.9%)이었습니다. 그 다음이 물탱크나 수도관의 오염 우려(18.3%), 물맛이 없어서(15.0%), 상수원 오염에 대한 우려(14.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20세기의 국제간 분쟁 원인이 석유에 있었다면, 21세기의 분쟁 원인은 물이 될 것이다.”라는 경고도 있습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가 물에 대한 무관심과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물의 중요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물 이야기’를 할 때입니다.  

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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