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도 달맞이언덕 안개에 반했을 것" - 김성종 작가
1년간 매주 한 편 본보에 연재
'마라톤 연작' 25편 출간 결실
추리문학적 상상력 한껏 발휘
김성종 작가가 연작소설 '달맞이언덕의 안개'에 등장하는 카페 '죄와 벌'과 같은 이름의 추리문학관 내 책방
겸 카페 '죄와 벌'에서 소설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병집 기자 b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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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리문학의 거장 김성종(74) 작가는 지난해 우리 문단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 하나를 세웠다.
매주 한 편의 단편소설을, 1년 동안 계속 부산일보에 연재한 것이다. '거장의 귀환'에 독자들은 열광했지만 작가는 고단했다. 그는 "매주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내놓느라 아무것도 못 한 한 해였다"고 했다. 한 해 동안 발표한 단편은 무려 52편. 이 중 전반부 25편이 연작소설 '달맞이언덕의 안개'(새움·사진)로 출간됐다. 달맞이언덕의 안개/김성종 달맞이 명물 '안개'가 주 소재 해운대 달맞이언덕이 허허벌판이던 1992년. 프랑스 몽마르트르보다 더한 달맞이언덕의 매력을 일찌감치 알아본 그는 사재를 털어 우리나라 제1호 문학관이자 전문 도서관인 '추리문학관'을 세웠다. 지난해 11월에는 추리문학관 1층 한편에 커피가 있는 책방인 '죄와 벌'을 열었다. 소설 속 추리작가 노준기는 달맞이언덕의 카페 '죄와 벌' 테라스에서 안개를 풀어 커피를 마시고, 시칠리아산 와인 '도망간 여자'를 마셔댄다. 그리고 '헤밍웨이도 달맞이언덕의 안개 속에 앉아 와인을 한번 마셔봤다면 결코 이 언덕을 잊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신문 소설 연재 후 카페 '죄와 벌'이 어디 있는지 묻는 독자들을 위해 실제 카페 겸 책방 '죄와 벌'이 마련된 것이다. 맨 하단의 길이 달맞이 길이다. 여름이면 1m 앞을 보기 힘들 만큼 짙은 달맞이의 안개는 연작소설 전체에 깔린 주요 소재다. '밤사이에 느닷없이 침입해 뻔뻔스럽게 주둔하고 있는 외국 군부대 같은' 안개는 '비밀을 간직한 삶의 끝없는 미로'다. 작가는 달맞이언덕뿐 아니라 파리와 런던의 안개 속에서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삶의 고통과 허무, 탐욕, 시대의 아픔을 건져 올린다. 그는 "안개는 물리적으론 기온 변화 현상일 뿐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문학적 의미 담기가 충분한 소재"라며 "소설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안개를 가지고도 다양한 작품을 쓸 수 있다는 모델을 제시한 셈"이라고 말했다. 안개를 배경으로 상상력을 한껏 가미한 소설의 흡입력은 대단하다. 그가 지극히 '인간적인' 주인공 노준기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휴머니티'다. "사랑과 증오, 고통과 고독 속에서도 올바른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주인공을 통해 인간에 대한 애정, 휴머니티를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은 단 한 차례의 원전 사고로 지구상에서 가장 절망적인 나라로 추락한 대한민국을 보여주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너무도 쓸쓸하고 비극적인 결말은 오히려 생각할 여지를 준다. 달맞이언덕의 안개/김성종 소설 속 달맞이언덕은 폐허가 되지만 현실 속 그는 "커피를 마신 후 갈 곳이 없을 만큼 온통 카페 거리가 돼 버린 달맞이언덕을 '책마을'로 만드는 게 꿈"이다. '천국은 도서관 같은 곳'일 거라는 보르헤스의 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책방으로 가득한 마을'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그는 "프랑스나 영국의 시골 마을이 '책마을'로 변신하면서 관광지로 살아나고 있는 것처럼 달맞이언덕에도 '나의 서재'라고 생각하고 멀리 보고 책방을 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새로운 변화를 꿈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작가는 올해 계간지 형태의 추리 잡지를 발행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1974년 한국일보 주최 200만 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서 '최후의 증인'으로 그가 대상을 받았을 당시 심사위원이던 김동리 선생은 '추리적 기법으로 그려낸 한국전쟁의 비애'라는 평을 했다. 이후 작가 김성종은 추리작가로서 그의 시대를 열었지만 틈새를 채울 추리작가군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장르문학이 빈약한 문단에 문학의 다양화에 한몫을 할 한일추리작가대회 개최 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의 다음 작품은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대하소설이 될 것이다. 방대한 관련 자료를 오랫동안 수집해 온 그는 "10권, 20권으로 끝나지 않는 이 대하소설을 쓰다가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했다. 강승아 선부산일보 임기자 seung@bus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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