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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는
2015.03.26
캐나다의 시민권을 획득하여 20여년 거주하고 있는 한 지인의 연봉은 5년 전까지만 해도 55만 달러였고 미국의 금융사태 이후 반으로 줄어 25만 달러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 정년퇴직을 앞둔 그가 캐나다 정부에서 받을 노인연금(OAS)과 국민연금(CPP PENSION)의 내역을 알고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캐나다의 복지 법에 의하면, 누구나 65세가 지나면 받는 기본 노인연금은 이민한 후(영주권을 받은 사람과 시민권을 받은 사람, 캐나다에서 태어난 시민도 동일) 만 40년을 캐나다 내에서 거주한 사람만이 최고액수 567달러를 받을 수 있고 20년 거주한 사람(이 기간에 해외에 나가 있었던 기간을 모두 뺀 후)은 그 반 정도인 283달러로 캐나다에 거주한 햇수를 계산하여 가감됩니다. 국민연금 또한 40년 이상 국민연금을 낸 사람은 700달러를 받지만 연금을 불입한 햇수가 그렇지 못한 사람은 노인연금과 동일한 계산법을 적용하여 20년을 살았다면 350달러를 받게 됩니다. 소득이 높은 사람이 국민연금에 더 많은 금액을 붓고 후일 더 많이 받고 싶어도 정부에서 지정한 한도 때문에 그리할 수 없습니다.이 사람은 캐나다에 거주하는 동안 정부에 낸 소득세가 350만 달러(35억 원가량)가 넘습니다. 봉급쟁이 사장이기 때문에 자영업자처럼 단 한 푼의 속임수 없이 고스란히 연봉의 반 이상을 세금으로 냈지만 그가 받는 노인연금과 국민연금은 40년 거주자의 반으로 무주택자라면 월세를 얻어 살 수도 없는 100만 원 미만입니다. 주택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높은 재산세와 보험료에 생활비가 많이 드는 온타리오 주에서 살 수가 없을 것입니다. 집을 빌려 산다 해도 좋지 않은 낡은 아파트 한 유닛을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이 120만 원~150만 원, 생활비와 자동차와 보험료 등으로 최소한 35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므로 저축이 없다면 큰 문제일 것입니다. 물론 개인이 정부가 기준으로 세운 최소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입 (독거노인은 1년에 12,000달러 미만, 노인부부는 1년에 22,000달러 미만)이 없을 때는 생활 보조금으로 노인부부에게는 한 달에 1,200달러를 지급하고 독거노인에게는 700달러를 지급합니다. 이 지인이 20년 간 낸 35억 원가량에 가까운 세금이 모두 어디에 쓰였을까요? 그가 그동안 정부로부터 받은 혜택은 몇 번 받은 의사의 진찰뿐 치과의 치료비와 약값은 회사의 보험을 이용했습니다. 정부는 무상 치과 치료와 약값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지하철도 무상이 아닙니다. 동네 노인정 같은 것도 없을 뿐더러 지자체가 노인정에 보조한다는 한국식 무료급식도 없습니다. 65세가 넘으면 약값이 무료일 때도 있지만 모든 약에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의사 진찰과 병원 수술비는 무료입니다만 캐나다인들의 건강에 큰 문제를 야기하는 빈약한 의료정책이 살 수도 있는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는 경우도 있고 적기를 놓친 수술 환자들이 장애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장애인의 천국인 것은 틀림없는 것이 장애인에겐 간병인 생활비 등 모든 혜택이 우선적으로 제공되기 때문이고 한 가지 장점은 치매환자를 정부에서 돌보는 시스템입니다.이 사람이 정년을 앞두고 화가 났던 것은 자신이 캐나다 시민권자이며 엄청난 소득세를 냈지만 거주 기간에 따라 노인연금과 국민연금을 차등하는 산출 법 때문입니다. 이민자에게는 정부에 대한 배신감이 들게 하는 불공평한 악법입니다. 캐나다에 얼마나 거주했느냐보다 캐나다에 얼마나 많은 세금을 냈느냐가 중요하지 않으냐는 것이지요. 캐나다에서 태어나 40년 이상 세금을 내고 살아온 시민도 자신이 20년 동안 낸 세금의 반도 안 낸 경우가 많을 텐데, 살아온 햇수 때문에 여기서 태어났거나 오래 살아온 사람들보다 노후에 충분한 정부의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는 후회합니다. 자신의 노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연금을 거주기간에 따라 계산하는 사회주의 국가체제인 캐나다의 부조리한 법을 알았더라면, 10년 이상만 세금을 내면 이민자든 시민권자든 노인들에게 똑같은 혜택과 개개인이 세금을 낸 만큼 국민연금을 탈 수 있는 미국으로 갔을 것이라는 자책을 합니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는 캐나다는 확실히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북구의 몇 나라 다음으로 복지국가로 알려진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에서는 실업 수당도 6개월간 봉급의 60%를 지급합니다.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이란 특별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집에서 도시락을 지참하든지 아니면 사 먹어야 합니다. 무상교육이라야 초등학교에 속해 있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수업료가 없지만 유치원에 가기 전 어린이 집(프리스쿨)에 가는 아이들은 모두 개인이 비용을 내야 합니다. 한 달에 800달러 정도 든다고 합니다. 아니면 집에서 자비로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든지(대략 한 달에 700~800달러) 부모 중 한 사람이 아이를 돌보아야 합니다. 아이들에 대한 우유 값이란 명목의 혜택도 없습니다. 스쿨버스는 무료이지만 주거지가 학교에서 너무 멀리 있거나 너무 가까운 곳에 있으면 스쿨버스가 오지 않습니다. 대학은 모두 등록금을 자신이 지불하든지 정부에서 주는 융자를 받아 다녀야 합니다. 캐나다의 주마다 조금씩 혜택에 차이가 있는데 퀘벡주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복지가 다릅니다. 1~7세 아동의 부모가 수입이 없거나 수입이 일 년간 25,000달러가 되지 않을 때는 프리스쿨 아동에게만 하루 7달러를 보조합니다. 대략 한 달에 200달러가량이니 나머지 600달러는 부모가 지불해야 합니다. 아이들에 대하여 온타리오 주에는 없는 우유 값이란 명목으로 한 달 100달러를 주고 있는데 학교의 급식은 부모의 수입에 따라 다릅니다.그동안 한국에서 떠들썩한 복지 논쟁을 바라보며 많은 문제점을 생각했습니다. 국가가 과연 국민에게 캐나다보다도 풍족한 복지를 제공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 첫 번째 의문이었습니다. 캐나다의 소비세는 무려 무엇을 사든지 먹든지 13%(프랑스 15%, 일본은 증세한 후 7%)를 지불해야 합니다. 한국의 소비세는 적고 연말의 봉급 정산에서 주는 세금 공제 환급은 캐나다보다도 높습니다. 일반적인 공제가 많은 미국보다 캐나다의 공제액은 많지 않습니다. (캐나다의 공제액은 아이들의 보험이나 학습에 들어가는 과외활동비 운동비 등으로 비용의 15%, 치과 치료비, 탁아소 비용은 1,900달러까지만 공제) 한국에서 15억 원이 넘는 고급 아파트에 사는 두 아이를 둔 주부가 어린이집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의 보육료로 41만 3,000원을 받으며 양육수당으로 20만 원을 지급받는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 주부는 두 아이의 양육보조금으로 61만3,000 원을 받는다니 복지국가로 불리는 캐나다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하고 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낸다는 기사도 꿈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무원 연금이나 교사의 연금도 그 직책에 앉은 사람들이 국가에 낸 세금에 비해서 훨씬 높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교사 연금이 없습니다. 한국의 소득세와 소비세는 선진 국가들보다 낮으면서 미국이나 캐나다, 일본보다도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복지를 원하고 있습니다.캐나다는 세금은 많이 내고 복지 혜택은 조금 받는 국가입니다. 가능한 한 많은 재원을 장애인이나 의료에 지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은퇴한 노인들이 우선순위인 것 같습니다. 그들의 피와 땀으로 국가의 위상과 부가 쌓인 만큼 세금을 낸 노인 은퇴자에게 보상을 우선시하는 시스템입니다. 기초 노인연금은 빈부를 가리지 않습니다. 캐나다의 시민으로 받아야 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 모두 똑같이 거주 기간에 따라 받으며 최저 생활비보장만큼은 빈부와 은퇴 후의 수입에 따라 결정하니 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들은 세금은 조금 내고 복지는 더 많이 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만 많이 받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극도의 이기심, 국가의 재정이 후대에서 어떻게 될지, 국가 파산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국민들의 환심을 사려고 앞뒤 가리지 않고 턱없는 복지를 내세우는 정치인들의 대중영합주의입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도 아니며 기간산업과 제조 산업이 확실한 부유국가이거나 자원이 풍부한 국가도 아닙니다. 거의 모든 것을 수입해서 먹고 쓰고 있는 국가입니다. 그런데도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할까요? 증세를 하지 않으려면 복지를 줄여야 할 것입니다.국가의 존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가는 다리가 찢어진다는 속담이 생각나니까요.
필자소개
오마리
미국 패션스쿨 졸업, 미국 패션계에 디자이너로 종사.현재 구름따라 떠돌며 구름사진 찍는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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