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敬시대]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고?


일러스트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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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장에서 신랑 강쇠와 신부 옹녀는 평생 사랑하겠다고 맹세한다. 

나라에서는 그 약속을 잘 지키는지 지켜보다 아니다 싶으면 혼구멍을 냈다. 


인간의 죄 중 가장 달콤한 간통죄가 이제는 죄도 아니게 됐으니, 당해본 사람에게는 속 아린 말이겠지만 이참에 기념으로 저질러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인지상정이다. 재수 좋은 과부는 앉아도 꼭 요강 꼭지에 주저앉는다더니, 살기 좋은 세상이라 어제 죽은 사람들은 피를 토하며 억울해할 일이다.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성경 구절에서도 볼 수 있듯 간통은 인류 역사와 함께해왔다. 함무라비법전, 모세의 율법, 로마의 율리아법에서는 모두 간통을 사형으로 다스렸다. 고조선 때는 ‘부인의 몸가짐이 깨끗했다’는 기록이 있고, 부여에서는 부정한 여인을 공개사형에 처하고 시신을 산에 버려 일정 기간 거두지 못하게 했다. 간통한 부인을 남편의 노예로 삼았다는 백제, 조선시대에는 무려 1775건의 간통 관련 기록이 실록에 실려 있다. 


사실 간통천국에서 허울뿐인 간통죄는 그동안 옳으네 그르네 말들이 많았지만 과장하자면 간통이 또 다른 로맨스로 다가올 지경인, 이미 문란할 대로 문란해진 불륜공화국에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법무부의 ‘2010 여성 통계’에 따르면 간통 범죄자의 47.2%가 여성이었고, 2013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남성 37%, 여성 6%가 배우자 아닌 사람과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밝혀졌다. 간통에 대한 형사처벌은 이미 파탄 나 껍데기만 남은 혼인관계에서 배우자만 사랑하도록 나라가 윽박지르는 것이다. 


헌법에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있고,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은 성행위 여부와 상대방, 시간, 장소 등을 선택할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함하지만 질겨 빠지게 법이 이불 속까지 들어와서 감 놔라 배 놔라 했던 것이다. 간통으로 배우자를 고소하면 두 연놈들(?) 다리몽둥이를 분질러놓지도 못하면서 화병만 도지고 이혼까지 해야 한다. 


일부일처제는 가정을 이루고 지켜나가는 데는 최고의 제도지만, 한 사람만 평생 사랑하는 것은 본능을 가두는 굴레이자 속박이다. 내밀한 갈피 속으로 들어가면 쾌락 추구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성기의 독점 사용을 전제로 하는 사회계약인 결혼을 통해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칸트는 틀렸다. 853개 문화권 가운데 16%만이 일부일처제를 택하고 있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계약결혼으로 평생을 함께 지내면서 각자 떳떳한 혼외정사를 즐겼다. 


이제 부부간 정조 의무는 없어진 셈이고, 불륜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평생 책임지고 사는 결혼 대신 살다 쿨하게 헤어지는 동거나, 살아보고 결혼하는 계약결혼이 산불처럼 번져나갈 것이다. 결혼한 사람들은 억압했던 본능을 꺼내 흔들고 싶어질 것이고 이미 엎어진 물들은 주홍글씨가 딱지 진 채 떨어져나갈 것이다. 미국 드라마에서나 보던 혼전계약서에 간통 시 배우자에게 지급할 손해배상 액수까지 쓰는 게 새 풍속이 될 수 있다. 벌써 낌새를 채고 콘돔과 사후피임약 만드는 회사는 대박이 났다. 


1930년대 경성의 날라리 언니들이 주창한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는 불후의 명언대로, 이제 간통은 그냥 하면 된다. 나라에서 멍석은 깔아줬으니 다 버릴 준비가 된 아줌마, 아저씨들은 이제 ‘쉘 위 간통’을 외쳐댈 것인가?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간통이 이제 형사처벌은 안 되지만 그렇다고 능사는 아니다. 민사상 배상을 철저히 인정하고 있어 가정을 패대기친 후 콩밥은 안 먹어도 알거지가 될 터이니.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 서울교대·경원대 행정학 박사 / 일러스트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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