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敬시대] 북어와 마누라는 패야 맛일까




 부부싸움을 안 하는 비결은 결혼을 안 하는 길뿐이다. 

‘부부는 전생에 원수’였다는 말처럼 세상에서 누구보다 많이 다투며, 상처를 제일 많이 주고받는다. 


당신 없이는 못 살겠다고 결혼하지만 미리 알았더라면 절대 결혼하지 않았을 이유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당신 때문에 못 살겠다고 난리들이다. 


잘잘못을 조근조근 따지며 케이블 채널처럼 귀에 딱지가 앉을 때까지 되새김질하다가는 맞는다. 대개 여성들은 언어 감각이 뛰어나 정곡을 콕콕 찌르는 독설을 쏟아내기 쉽다. 하나같이 다 맞는 말이어서 반박할 수도 없는데 말주변머리까지 없는 비겁한 남편은 아내를 가장 확실히 이겨먹을 수 있는 주먹을 날린다. 


무서운 것은 한번 손찌검을 하면 중독성이 있다는 것이다. 맞을 짓을 했고, 때릴 만하니까 때렸다는 식의 막가파 남편은 의외로 많다. 아내를 때린 적이 있는 남편이 36.4%, 언어폭력 남편은 76%나 된다. 문제에 직면할 자신이 없는 남편은 아내를 때려서 시뻘건 상처를 고름째 파묻어 버린다. 


북어와 마누라는 사흘에 한 번씩 두드려야 부드러워진다면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듯 팬다. 교양은 실종되고 한 옥타브 올라간 외마디 소리가 귀청을 때릴 때 밥상이 엎어지고 눈탱이는 보라색으로 바뀐다. 미련 곰탱이 여자는 한 대 맞고 나서 눈을 까뒤집고 죽이라고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성경 말씀대로 왼뺨까지 내줘 어퍼컷까지 얻어맞아야 끝을 본다. 


부부싸움도 기본 예의를 갖춰야 한다. 죽어도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피붙이를 싸잡아 치부를 들추는 짓이다. 시간이 지나 이럭저럭 화해를 한다 해도 그 앙금은 더께로 남는다. 그리고 내 집안에서만 싸워야지 친정이나 처가로 가는 장외 게임은 반칙이다. 한 번에 한 가지 건수로만 싸워야지 공소시효 소멸된 케케묵은 과거를 들추는 것도 바보짓이다. 


싸워야 정든다는 말처럼 잘만 싸우면 칼로 물 베기가 되면서 비 온 뒤 땅이 굳을 수도 있다. 이때 뽀뽀, 포옹, 섹스는 애정 개선 상품으로 밀리언셀러다. 남자의 고추는 평화사절단이다. 숨 막히게 꼬옥 안아주면 분노가 아이스크림처럼 사라지는 희한한 마력이 있다. 곧 갈라설 것같이 싸우며 울고불고 못 산다 푸념하다 호들갑 떨며 남편 자랑하는 여자들을 보면 어이없지만 속궁합이 겁나게 잘 맞는 부부라고 추측하게 된다. 


그런데 이부자리에서 화해하는 방법이 아무나, 아무 때나 먹히지는 않는다. 남자들은 섹스만 해주면 섭섭했던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릴 것이라고 착각한다. 눈 질끈 감고 선심 쓰듯 한 번 안아주면 아침 밥상이 달라지고 콧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싸우고 나서 멋쩍으니 서먹서먹해진 관계 회복을 위해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하지만 화 풀어준답시고 눈치 없이 스킨십할 때 더 화나는 여자들도 있다(6.8%). 


화해도 연습이 필요하다. 여자는 싸운 후 가타부타 말도 없이 감정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섹스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이다. 아내는 돌아누워 분을 삭이고 있는데 미안하다는 말 대신 계속 건드리는 나쁜 손을 쳐버리고 싶다. 은근슬쩍 몸으로 때우려 드는 수작에 더 부아가 난다. 남자는 이성적인 화해가 어렵다고 느낄 때 동물적인 본능에 의지해 들이대는 것인데도.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행복하지 않은 아내의 남편도 좋을 리 없다. 남의 집 귀한 딸을 데려왔으면 시집 잘 왔다는 생각이 들게끔 잘해줄 수는 없을까? 시집간 내 딸이 울음을 먹으며 섹스를 한다면 토 나오지 않을까?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 서울교대·경원대 행정학 박사 / 일러스트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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