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달관세대, 월 100만원으로 덜 쓰고 잘 논다"

한 달에 100만원 벌어 월세 25만원, 

저축 20만원을 뺀 55만원으로 생활

유명 중저가 옷만 사입어

다이소 활용 시 생활비 많이 줄여

돈 안 들이며 사는 방법은 너무 많아

생각없이 소비하는 습관 고쳐야돼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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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찬(27)씨는 얼마 전 금요일 오후 6시에 '칼퇴근'한 뒤 서울 서대문구 신촌으로 달려갔다. 


취업 준비생인 대학 친구들과 술자리가 있었다. 김치찌개와 공깃밥, 소주 3병에 맥주 2병을 마시니 5만6000원. 일행 4명이 정확히 1만4000원씩 분담했다.


이씨는 "친구들과 두 시간 동안 노는 데 만원짜리 한두 장이면 된다"며 "오늘은 꽤 많이 쓴 편"이라고 했다. 그는 "대기업 정규직 친구들이라면 야근하느라 평일 초저녁에 나처럼 편하게 친구들과 약속 잡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서울의 한 명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올 초부터 모 금융기관의 6개월짜리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한 달에 100만원 벌어 월세 25만원, 저축 20만원을 뺀 55만원으로 생활한다. 


그는 "그래도 풍족하게 산다"며 "돈 안 들이고도 취미와 여가를 즐기며 사는 법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씨는 영화관에는 못 가지만 아쉬울 게 없다. 


채널 수백 개에 매월 무료 영화 수십 편이 제공되는 IPTV 월 시청료 3만~3만5000원, 보고 싶은 영화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는 데 많아야 월 1만5000원, 둘을 합쳐 한 달에 5만원이면 퇴근 후 마음껏 영화를 볼 수 있다. 그래도 지겨우면 노트북으로 무료 게임을 한다.


주말 오후엔 여자 친구를 만난다. 저녁 메뉴는 대개 맥도날드 햄버거에 테이크 아웃 커피나 음료다. 가끔 길거리 음식도 즐긴다. 데이트 비용 2만~3만원은 둘이서 나눠 낸다. 석 달에 한 번 8만원어치 옷 쇼핑을 한다. 


그가 입는 옷은 유니클로, H&M 같은 중저가 SPA(패스트패션) 브랜드다. 세일 때면 1만~2만원대에도 마음에 드는 티셔츠나 바지를 살 수 있다. 이씨는 "현재의 내 생활은 '가성비(價性比·가격 대비 성능 비율)' 면에서 최고"라고 말했다.


'달관(達觀)세대'는 노는 법이 다르다. 비정규직인 이들은 명품 옷, 좋은 레스토랑, 개봉 영화관 같은 '고비용' 소비엔 관심이 없다. 중저가 옷을 입고 햄버거와 떡볶이를 먹으며,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카페에서 친구와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들은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난 덕에 돈 없어도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말한다.


지난해 서울 K대를 졸업한 박모(26)씨는 매일 오후 7시부터 카페와 호프집에서 서빙을 해 월 40만~60만원을 번다. 이 돈으로 가끔 SPA 브랜드 매장에서 옷을 사 입고 동네 수영장에서 월 5만원을 내고 운동도 한다. 


친구들이 대기업 입사 준비, 고시 준비를 하는 대학 4년간 그는 도서관에서 책 100여권을 대출해 읽었다. 대학생 때부터 매일 밤 인터넷 라디오 방송도 진행하고 있다. 박씨는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들 부럽지 않다. 부모님은 걱정하시지만 정말 알차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서울대를 나와 기업 계약직으로 일하는 A(25)씨의 취미는 십자수와 중저가 브랜드 쇼핑이다. 그는 "명품을 카피한 옷을 입거나 근처 아웃렛에서 저렴한 옷을 사지만 주위에 나처럼 명품은 꿈도 못 꾸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명품 백 들고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달관세대'들은 직장에서 정규직 직원들과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사회의 '외톨이'로 살아가는 건 아니다. 페이스북·카카오톡 같은 SNS 공간에서 그들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낸다. 


한 공공기관 계약직으로 일하는 최모(25)씨는 "직장에서는 동료들과 거의 대화를 하지 않지만 SNS로 연락하면 1초 만에 답장 올 친구들이 20명은 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은 저비용의 온라인 놀이터·사교 공간을 제공하는 수단이다. 


서울대 출신의 달관세대 A씨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과 대화하며 '나만 계약직으로 사는 건 아니잖아'하는 위안을 얻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계약직으로 일하는 정모(26)씨도 "매일 퇴근 후 밤 12시까지 친구들과 채팅하면서 놀다가 잔다. 


돈 안 들면서도 정서적인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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