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 한국 금융시장 상륙

중국 안방(安邦)보험, 

동양생명 1조 1300억원에 인수

국내 대형 금융회사 인수 첫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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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안방(安邦)보험이 동양생명을 1조 13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동양생명은 대주주 보고펀드 등이 동양생명 지분 6777만 9432주, 63.01%를 안방보험에 넘기는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공시했다. 매각 가격은 주당 1만 6700원으로 총매각 대금은 1조 1319억원이다. 


금융 당국의 최종 승인이 떨어지면 중국 자본이 국내 대형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첫 사례가 된다. 중국 자본은 그동안 투자 등의 목적이나 제조업 인수를 통해 들어오긴 했지만, 국내 금융회사 인수를 통해 금융권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다. 보험업계뿐 아니라 국내 금융권 전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우리은행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으나 다른 입찰자가 없어(유효경쟁 미달) 포기해야 했다. 중국 자본의 국내 금융권 진출 신호탄으로 보는 기류가 역력하다.


매각되는 동양생명 지분은 보고펀드의 지분 57.5%에 유안타증권(3.0%),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2.46%) 등의 지분을 더한 것이다. 다만 유안타증권과 이 회장 등이 동반매도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매각 지분과 금액은 바뀔 수 있다고 동양생명은 밝혔다. 또한 안방보험 측은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339억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으나, 해당 요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계약은 금융위원회가 대주주 변경을 승인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계약이라고 동양생명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안방보험과 보고펀드는 이달 말까지 양국 금융 당국에 매각 및 인수 승인 신청을 하고 5월 말 또는 6월까지 최종 승인이 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동양생명은 총자산 18조원 규모의 국내 8위 생명보험사다. 안방보험은 2004년 설립된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해 10여년 만에 급성장했다. 덩샤오핑 전 군사위원회 주석의 맏사위가 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생명보험과 자산관리 등 종합보험과 금융 업무를 영위한다. 


중국 내에서는 5위권, 전 세계 10위권 안팎의 대형 종합보험사로 알려져 있다. 자산 규모는 7000억 위안(약 121조원)으로 200조원이 넘는 국내 1위 삼성생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위권인 한화 및 교보생명(각각 약 90조원)은 훌쩍 뛰어넘는다.


생보업계에는 현재 알리안츠, 라이나, 메트라이프 등 외국계 업체 10여곳이 들어와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모두 미국이나 유럽계 자본이다. 이들 외국계 업체는 시장 지배력이 적어 국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안방보험의 유입은 사정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미국이나 유럽계 업체와 달리 안방보험이 한국 업체 인수를 통해 단번에 국내 보험업계 중상위권 대주주로 들어오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자금력을 동원해 드라이브를 건다면 업계의 무시할 수 없는 축을 형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시작으로 국내 금융권에서 또 다른 인수합병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서울신문 신융아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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