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사촌보다 이종사촌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준다"

수학으로 족보 분석


‘부성(父性) 불확실성’ 때문에 친사촌보다는 이종사촌이 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줄 확률이 높다. 

수학동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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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 지연, 미경, 영미, 영자, 금순…. 손녀부터 할머니까지 3대가 한자리에 모이는 설이 되면 집안 곳곳에서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 끝에 ‘자(子)’가 붙은 ‘할머니 이름’부터 손녀들의 세련된 요즘 이름까지.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족보 10편에 기록된 데이터를 분석해 1920년대부터 1994년까지 국내 여성 이름의 변천사를 분석했다.

 

여성 이름 유행, 길어야 15년

김 교수는 이 기간에 가장 유행한 이름 상위 40개를 뽑은 뒤 사용 빈도를 조사했다. 1920년대에는 복순, 금순, 정순 등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광복이 되던 1940년대에는 춘자, 정자, 영자, 순자, 숙자 등 대부분 ‘자(子)’자로 끝났다. 한 세대가 지난 1970년대에는 ‘자’로 끝나는 이름은 하나도 없고 미영, 은희, 은영 등 ‘미(美)’나 ‘은(銀)’을 써 아름다움과 여성스러움을 나타내는 이름이 대세였다. 1990년대에는 유진, 지원 등 중성적인 이름이 많이 사용됐다.

 

이들의 유행 주기를 조사하자 여성 이름의 흥망성쇠가 일정한 패턴을 보였다. 이름이 처음 나타나 조금씩 쓰이기 시작하다가 30년이 지나면 급격히 늘었다. 50년 정도 지나면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여기서 15년이 더 흐르면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전성기 이후 40년이 지나면 거의 쓰이지 않았다. 김 교수는 “여성 이름이 유행하는 기간은 길어야 15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남성의 이름은 어떨까. 김 교수는 “남성은 이름에 돌림자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 유행에 민감하지 않다”면서 “가령 지금도 사용되는 ‘학규’라는 이름은 조선 초기에도 사용됐다”고 말했다.


 여성 이름이 유행하는 기간은 길어야 15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 수학동아 제공


엄마 핏줄이 더 당긴다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와 데이비드 버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교수는 공동으로 방정식을 만들어 친척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줄 확률이 높은 사이를 조사했다. 방정식의 변수로는 도움을 주는 사람의 이득과 도움을 주는 사람의 손해, 사촌 간의 유전적 관련성 등이 쓰였다.

 

그 결과 미국인의 경우 이종사촌이 도움을 줄 확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계산됐고, 그 뒤를 이어 외사촌, 고종사촌, 친사촌 순으로 나타났다. 이종사촌이 1위를 차지한 이유는 ‘부성(父性) 불확실성’ 때문이다. 엄마는 아기를 직접 낳기 때문에 자기 자녀라고 확신할 수 있지만 아빠는 자기 자녀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의심할 수 있다. 진화심리학에서는 부성 불확실성 때문에 평균적으로 부성애가 모성애에 못 미친다고 설명한다.

 

전 교수는 “이종사촌은 자신과 유전적 연결고리가 가장 강력한 엄마와 친자매인 이모의 자녀인 반면 친사촌은 아빠, 삼촌으로 이어지는 불확실한 연결 고리가 두 개나 존재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흥미롭게도 한국인들은 이종사촌 다음으로 친사촌이 2위를 차지했다. 전 교수는 “우리나라는 명절에 친가에 모이는 문화가 있다”면서 “외가보다 친가 친척과 오랜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조가현 수학동아 기자 gahyun@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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