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푸이다이(富一代)들, 제주 부동산 1조원 어치 사들여

평당 천만원 넘는 투자이민제도 적용 리조트 구입
1년 중 한달만 살아

조선일보 

* 푸이다이(富一代)
자수성가한 중국인 부자 1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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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제주시 한림읍의 R리조트 150㎡(약 45평)짜리 집을 구입한 천(陳)모(43)씨, 루모(42)씨 부부는 상하이 창닝(長寧)구에서 부동산업을 한다고 했다. 창닝구는 상하이 서쪽으로 훙차오(虹橋)공항이 있어 교통 중심지로 급속하게 발전했다. 


천씨 부부가 사는 집은 창닝구에서도 부촌으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천씨는 "제주도에 리조트를 산 중국인들 열에 여덟은 우리처럼 '이셴청스(일선성시·一線城市)' 출신"이라고 말했다. 


이셴청스란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를 일컫는 중국어. 천씨는 "대부분 명문대를 나와 IT나 금융·부동산 분야에서 자수성가한 40·50대 푸이다이로 중국 기준으론 재산이 최소 1000만위안(약 17억원) 이상인 사람들"이라고 했다. 


법무부의 제주 투자이민 자료를 봐도 F2 비자를 얻은 외국인 1007명 중 60%인 604명이 40·50대다. 40대 미만은 362명(36%), 60대 이상은 41명(4%)이다.


푸이다이는 평당 1100만원을 호가하는 제주도 리조트를 거리낌 없이 사들이는 큰손이다. 이들이 주로 사는 곳은 제주시 한림읍의 R리조트와 A리조트, 서귀포시의 H리조트와 O리조트 등이다. 

푸이다이가 가장 먼저 입주하기 시작한 것은 R리조트였다. 애초 2010년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했던 이 리조트는 분양 실적이 부진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푸이다이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 이 리조트 관계자는 "2012년 상반기부터 중국인들이 개별적으로 찾아와 한두 번씩 골프와 테니스 등을 즐기며 리조트를 둘러보더니 그 자리에서 계약하는 일이 늘었다"고 말했다. 2014년 8월 총 934가구 분양이 완료된 이 리조트는 절반인 475가구가 외국인 소유인데, 그중 449가구가 중국인 것이다. 

중국인들은 한 해 평균 30일 정도만 이곳에 들러 쉬고 나머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관리비 30만원은 꼬박꼬박 나가지만 그걸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리조트 관계자는 전했다. 푸이다이가 많이 사는 A리조트도 414가구 가운데 369가구, H리조트는 400가구 가운데 369가구가 외국인 소유다.

현재 부동산 투자이민 제도 적용을 받는 제주도 리조트 10곳 2482가구 가운데 외국인 소유는 1522가구(약 61.3%)에 이른다. F2 비자를 받은 사람은 1007명이지만 1인당 2채 이상 구매가 가능해 가구 수는 그보다 훨씬 많다. 

푸이다이가 몰려오면서 부동산 투자로 F2 비자를 얻은 외국인 숫자도 2010년 3명, 2011년 8명, 2012년 155명, 2013년 476명, 2014년 1007명(누적)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중국인들을 오래 상대한 사람들은 푸이다이와 요우커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한 리조트의 명품관 직원은 "푸이다이는 아주 조용하고, 남들에게 폐를 끼치거나 부를 과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의 요우커들도 명품관엔 오지만 실제로 구매하는 비율은 낮다. 

반면 푸이다이는 혼자 와서 한 번에 수백만원어치를 사들고 조용히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들은 심지어 같은 리조트에 사는 중국인들끼리도 서로 잘 모를 만큼 사생활을 중시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자본주의의 성취를 맛본 푸이다이들은 스트레스 넘치는 중국에서의 삶과 다른 제주도의 느린 생활과 맑은 자연, 질 높은 자녀 교육에 끌린다고 했다. 한림읍 A리조트에 사는 장(張)모씨는 "중국에 재산은 충분히 있다. 내가 제주도를 택한 것은 가까운 곳에서 조용한 휴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 제주/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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