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천국’ 사우디아라비아, 건설사들의 '늪'으로

사우디 쇼와이바2 복합화력발전소 전경/출처 삼영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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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해외서 공사를 수주할 때 단골로 빠지지 않던 ‘수주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건설사들의 늪으로 변했다. 


사우디 정부가 현지 공사 인력을 현지화하라고 하는 데다 저유가와 경기침체를 이유로 발주 취소나 변경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국내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우디 리스크’를 피하는 게 실적 회복의 관건이 됐다.


인력 현지화 정책과 저유가…사우디發 원투 펀치
지난해 국내 대형 건설업체가 대부분 흑자전환을 기록했다. GS건설(006360) (26,400원▲ 300 1.15%), 대우건설(047040) (7,050원▲ 20 0.28%), 삼성엔지니어링(028050) (39,100원▲ 300 0.77%)이 대표적이다. 특히 2013년 1조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한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턴어라운드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해외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안심할 수는 없다. 급한 불을 껐지만, 건설사 대부분이 중동 현장에서 여전히 추가비용이 발생한 상태다.

특히 대림산업은 실적을 발표한 대형 건설사 중 유일하게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사우디 쇼와이바2 복합화력발전소 공사에서 추가 부실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역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사우디 현장 공기 지연으로 4분기만 놓고 보면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사우디가 건설사들의 잠재적인 뇌관이 된 이유로 인력 현지화 정책(사우디제이션)을 꼽는다.

사우디는 실업률이 12%에 다다르면서 2012년부터 외국인 고용을 제한하고 있다. 2013년에는 외국인 불법체류자 단속에 나서 10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추방하기도 했다. 또 해외 기업이 사우디 국적 근로자를 전체 중 최고 15%까지 고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때문에 현장 투입 인력이 부족해졌다. 인력 부족의 문제와 함께 숙련인력의 고용비용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1년에 비해 현재 임금이 2배 가까이 올랐다. 기존 인력의 비자 연장 비용도 늘었다. 반면 숙련도 낮은 현지 인력이 고용되면서 생산성은 30% 이상 낮아지며 충격이 커졌다.

이와 함께 경기침체와 저유가가 사우디 공사 발주가 줄어든 것도 문제다. 기존 공사 인력비용은 늘어나는 반면 계획 변경이 이뤄지며 비용이 추가됐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는 쇼와이바 정유 저장터미널 프로젝트 추진을 무기한 중단하기도 했다.

실제 중동지역은 내수경기 침체로 공산품 수요가 급격하게 줄었다.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배럴당 45달러 선까지 떨어진 상태다.

저가수주 탓에 원투 펀치만으로 녹다운…“사업·시장 다각화 절실”
2012년은 국내 건설업체가 사우디에서 대규모 공사를 따낸 해다. GS건설은 라빅 정유·석유화학단지 2단계 공사, 사우디 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대우건설은 자잔 정유시설과 터미널 패키지 공사, 삼성엔지니어링의 얀부 발전 플랜트 등도 이때 수주한 곳이다.

수주액은 대부분 5억~10억 달러 이상인 대규모 공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시기 실적 위주의 무리한 저가수주가 지속적인 타격을 입혔다고 본다. 실제로 대형 건설사가 2013년 실적이 악화된 곳이 많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는 와중에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일정 규모 이상의 추가비용까지 예상해 수주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당시에는 경쟁이 치열해 무리하게 저가로 수주했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해외 건설 수주액 47.5%가 중동지역이다. 올해는 사우디를 포함해 중동 발주는 많이 줄어들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개발과 투자개발 등을 확대해 플랜트 위주 시장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 때문에 정부는 아프리카와 남미, 중앙아시아 지역 신시장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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