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통일의 길목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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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통일의 길목

2015.01.30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진 및 특보단과 서서 차를 마시며 담소하는 사진이 공개되었습니다. 영화 ‘국제시장’도 관람했죠. 집권 3년 차의 ‘징크스’라고는 해도 지지도가 30퍼센트 밑으로 떨어져 절박한 상황입니다. 이는 무엇 하나 뚜렷한 게 없다고 보는 국민들의 외면 때문이죠. 하도 ‘소통’을 주문하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나 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기자회견을 더 자주 열고 민생 탐방도 더 다양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상보육, 무상급식, 노령연금 등 무차별한 복지는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의 감소와 겹쳐 재정 적자를 폭증시키면서 나라의 미래가 불안해졌습니다. 4만3,000여 곳의 무상복지 어린이집은 인천 송도의 폭행에서 보여주듯 표만 의식한 수준 미달의 ‘생얼’을 폭로했습니다. 

민심 수습책으로 나온 이완구 총리 발탁은 원기가 철철 넘치는데 1년짜리 병역에 박사 논문 의혹이 겹칩니다. 많은 사람들이 낭비와 비효율의 상징으로 보는 행정도시 원안 관철을 내걸고 충남 지사직을 던졌던 그를 보며 ‘보은’의 코드를 떠올립니다. 반면 “역사에 죄를 짓지 않겠다”면서 행정도시에 반대해 국회의원과 정책위의장 직을 던진 박세일 교수는 친박의 반발로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장에 취임하지 못하고 있어 대비됩니다. 

제한된 임기는 사람이 아니라 일 중심으로 뭉쳐야죠. 그간 이 정부의 실적이라면 통합진보당 해산 정도입니다. 해산은 헌법재판소 결정이었지만 제소는 역대 정권들이 외면했던 애국 단체들의 희망대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단행했다는 점에서 박 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 작업이라고 평가해 줄만 합니다. 이 끈을 놓치지 말고 발전시키는 것이 돌파구일지 모릅니다. 

지금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음산한 똬리를 틀고 주인 행세를 하며 후세들의 머리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독립운동가 중의 독립운동가로, 임시정부 대통령이자 건국 대통령으로, 공산군 남침을 물리치며 한미방위조약과 독도 사수를 비롯하여 국가안보의 기틀을 다진 이승만 박사까지 친일파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자학은 자생적이든 외생적이든, '절량농가(絶糧農家)‘라는 비참한 이름으로 초봄에 나무껍질과 풀뿌리로 모진 삶을 이어야 했던 지구 최빈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과 자유민주국가로 성장시킨 대한민국을 헐뜯어 주저앉히려는 책동입니다. 

여러 정권들이 이런 세력의 준동과 확산을 비호하거나 눈감으며 온상 노릇을 했죠. 법무장관과 국정원장을 지낸 인사가 종북 세력들이 법원과 검찰에까지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을 지경입니다. 방위산업 부정도 남북 대치상황에서 방위력을 저하시켰다는 점에서 다각적 수사가 필요합니다. 

최근 종북 성향의 여행기를 쓰고 개선장군처럼 ‘종북 콘서트’로 설쳐댄 신은미 씨를 미국으로 추방한 것은 너무 미온적 조치라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문체부는 그녀의 책을 ‘우수문학도서’로 추천하는 과오를 저질렀고 저자는 말끝마다 추천서임을 내세우며 자신을 합리화하는 모양새였죠. 뭐가 우수해서 추천했는지 이 책의 선정에 책임지는 공무원이 없습니다. 통일부는 신은미의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문제가 일자 삭제했습니다. 이 나라 일부 수상한 공무원들의 국가 의식과 배경을 낱낱이 따져야 할 것입니다. 

통일을 중시하는 것은 좋지만 작년 ‘통일대박론’도 성급했죠. 편지는커녕 이산가족들의 만남도 몇 년에 한 번 북의 시혜처럼 이벤트로 열리는 마당에 무슨 통일대박이 가능하다는 건지 너무 앞섰죠. 북은 입만 열면 우리를 협박합니다. 영국의 포스터카터 교수는 “북한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접근하는 데 있어 통일 담론은 쓸모없는 방해물”이라고 단언했습니다. 통일에만 집착하지 않는 글로벌한 사고를 촉구했습니다. 국가 목표란 최악의 경우 홀로라도 달성할 수 있어야지 상대방의 협력 없이는 결코 이루어지지 못할 일을 우리의 낙관론만으로 포장할 수는 없죠. 

나는 과거 통독 15주년 기념으로 주한 독일 대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사가 한반도가 독일 통일에서 얻어야 할 교훈으로 북한 주민들의 내부 역량 증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대목을 기억합니다. 그런 역량으로 1990년 3월 동독(DDR) 최초로 실시된 자유 총선거로 구성된 동독 국회는 서독(BRD)과의 합병을 결의하여 서독에 흡수, 통일되었습니다. 

북한에 변화를 주고 자유의 씨앗이 될 북한인권법 제정과 평화적인 전단 살포를 방해하는 일은 북한 주민의 자생적 역량을 억압하는 짓입니다. 미국에서는 드론(무인 항공기)으로 대북 전단을 뿌리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고 오바마 미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은 대북 전단 살포를 지지하며 현대화까지 촉구하고 있습니다. 남북 대화와 함께 탈북자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며 철옹성 같은 북한에 변화를 촉발할 정보 전달의 평화적 노력을 착실히 해야 할 때입니다. 이는 공허한 통일대박론보다 더 화급한 현실 문제죠. 

올해 법무부는 헌법 가치 수호와 이적단체 해산 등을 주요 업무로 채택했습니다. 통진당의 국회 진출을 가능케 한 정계의 숙주들, 정부 기관과 교육계, 북한의 대변인 같은 일부 언론사, 종교계, 문화계 등에 침투한 종북 잔존 세력은 없는지 눈을 부릅떠야 할 것입니다. 종북은 뽑고 자유민주체제의 우월성은 북한에 속속들이 전파되도록 힘써야죠. 뭐 하나라도 잘 했다는 소리를 임기가 끝나서 들으려 한다면….

필자소개

김영환

한국일보, 서울경제 근무. 동유럽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 과학부, 뉴미디어부, 인터넷부 부장등 역임. 우리사회의 개량이 글쓰기의 큰 목표.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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