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서 장가가라는 아들 부모 vs 차라리 시집가지 말라는 딸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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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 딸아이의 볼에 수염을 부비며 딸바보 아빠는 말합니다. 


시집가서 고생하지 말고 아빠랑 살자. 

초등학생 아들에게 눈 흘기며 젊은 엄마는 푸념합니다. 


자식한테 기대던 시대는 끝났어. 그 대신 너 대학만 들어가면 나도 지원 끝이야. 

딸 가진 부모도 아들 가진 부모도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세상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달라진 세상에서 살아갈 자식들에게 그들이 줄 수 있는 건 뭘까요?

날개를 달아주기 보다는 아집과 이기심의 걸림돌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겠습니다. 


벌어서 장가가라는 아들부모 vs 차라리 시집가지 말라는 딸부모


올해 스물 여덟 살인 예비신부입니다. 

상견례를 앞두고 고민이 많아서 별별다방 문을 두드립니다. 


지난 연말 구체적인 결혼 얘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저희는 결혼 준비과정의 갈등이 남의 이야기인줄만 알았었습니다. 


어느 한 쪽이 기울거나 처지는 경우도 아니고, 양가 어른들이 이미 저희 둘을 예쁘게 봐주고 계셨기 때문이죠.


그러나 양가의 허락은 결혼 준비의 첫단추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금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아들만 둘인 집안의 맏이인 제 남자친구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이런 말을 수없이 듣고 자랐다고 합니다. 


우리는 너희에게 집 사줄 생각 전혀 없으니, 스스로 벌어서 장가가라고요. 


그런 말씀을 듣고 자라서 그런지, 남자친구는 정말로 결혼에 관한 한 부모님께 전혀 아무런 도움도 기대를 안 하더군요. 


본인이 모아놓은 돈에 제 저금을 합쳐서 방을 구하고, 살림살이를 대충 장만하면 된답니다. 


예단 예물이니, 혼수니 그런 거 전혀 필요 없다네요. 예물은 커플링 두 개, 결혼식도 우리 저금 범위 안에서 간소하게 하구요. 


무조건 실속만 생각하는 듯한 남친의 태도에 여자로서 조금은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결국엔 기꺼이 동의했습니다. 


예단이나 혼수 문제로 싸우다가 파경을 맞는 선배도 봤고, 

젊은이들이 부모 돈으로 호사부리는 거 별로 좋게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제 부모님의 반응입니다. 

특히 엄마가 매우 서운해하시고, 저를 어리석다고 나무라십니다. 


남자 친구가 공부하느라 취업이 늦었던지라 모아놓은 돈이 얼마 되지도 않고, 제가 모은 돈은 그보다 더 적으니, 


그 돈으로는 서울 시내에 소형 아파트 전세도 못 구한다는 거죠. 

어디 허름한 원룸이나 월세 같은 것도 나는 상관없다고 했더니 엄마가 한숨을 쉬십니다. 


언제까지나 둘이 소꿉장난 하니? 곧 2세도 생길 텐데, 그렇게 시작해서 언제 집장만하겠니? 

우리도 능력껏 보탤 테니 그 댁도 신랑측 부모님으로서 상식선의 지원은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엄마는 예물 예단도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게 좋다고 하십니다. 

철없을 때는 그 까짓것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통과 형식이 괜히 있는 게 아니랍니다. 

예단을 정성스럽게 갖추어 드리고, 시댁에서 제대로 된 예물도 받고 사는 편이 여자에겐 차라리 좋다네요. 


나중에 며느리가 예단도 안 해왔느니 그런 애먼 소리 안 나오리란 보장이 없다는 거죠.

사실 엄마가 서운해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남자친구 부모님이 형편이 빠듯한 분들이 전혀 아니시거든요. 

어느 모로 봐도 우리집보다 나으신 형편이시고, 중산층 이상 자산이 있으시면서 


어떻게 맏아들 결혼에 손님으로만 참석하시려고 하느냐는 거죠. 

아무리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요즘 우리나라의 현실은 부모가 물심양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고생 모르고 자란 젊은 부부가 자식 키워가며 살림 일으키키 힘든 구조라는 거죠. 

그리고 사돈의 생각이 어떤지 전혀 살피지 않고 애초부터 당신들 신조만 당당히 내세우시는 것도 


일종의 아들 가진 유세라고 생각하십니다. 

아버지는 그래도 좋은 쪽으로 얘기해주세요. 


한국식으로 도움을 안 주시는 대신, 서구식으로 자식들한테 부담도 안 주시겠지. 

그러나 엄마에겐 그 말이 안 통합니다. 


50대 젊은 시어머니일 때는 쿨하게 서구식 주장을 하시지만 

앞으로 나이 들고 약해지면 시부모는 결국엔 맏자식 부담이다. 


벌써부터 저렇게 자주 불러대시고, 거리낌없이 전화하시는 거 보면 모르느냐. 


그리고 아무리 여자들 목소리가 커졌다지만, 아직은 여자가 남자 집안으로 시집가는 게 현실이고 

매사에 수그리고 비위맞춰야 하는 건 여자들이다. 


집안에 새사람을 맞아들이시면서 십원 한 장 안 쓰시겠다니... 

나도 아들 있지만, 장가보낼 때 능력껏 보태주고 며느리 예물도 성의껏 장만해 줄 생각이다. 


상견례를 앞두고 이렇게 양가의 생각이 다르니 제 마음이 좌불안석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남자친구에게 상의를 했는데, 남친의 반응이 저에게 더 큰 고민을 안겨주고 있네요. 


중간에서 조율을 해보려고 최선을 다할 줄 알았는데, 남친은 그저 실망한 기색일 뿐이네요. 

넌 좀 다른 줄 알았다는 말... 저를 마치 ‘된장녀’ ‘김치녀’로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늘 스스로 벌어서 결혼하라고 가르치셨어.’


그 말을 하도 듣다 보니 저도 속으로 부르짖게 되네요. 

‘우리 부모님은 뭐라시며 키우셨는지 알아? 너무 아닌 결혼 하느니 엄마 아빠 곁에서 살라고 하셨어.’


정말 부끄럽습니다. 


각자 자기 부모님의 신조만 떠받들고 현실적으로 타협해 나아갈 줄 모르는 우리가 과연 행복한 결혼 생활을 바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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