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I(지능형검침인프라) 구축사업, 이대로 괜찮은가
건설과학 Construction,Science/사업동향 Domestic Project2015. 1. 28. 19:53
사업 연속성 떨어져 AMI업계 '고사 직전'
AMI(지능형검침인프라; 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구축사업
유무선 통신을 이용하여 원격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검침하고, 양방향 정보 교환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케이콘텐츠
한전이 추진하고 있는 AMI(지능형검침인프라; 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구축사업은 올해로 어느덧 6년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2010년, 첫 사업 시행 이후로 해마다 말썽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5년간 성공적인 AMI 사업은 2013년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사업의 연속성이 떨어지다 보니 업계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야구에 빗대자면 5타수 1안타, 2할 타율이다. 5번 타석에 들어와 2013년 첫 안타를 제외하곤 부상, 삼진, 땅볼 등만 기록한 셈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2할 타자는 낙오될 수밖에 없다. AMI 사업도 이와 마찬가지다. 꾸준히 안타를 쳐내야 롱런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팬들도 선수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접고 있는 가운데 한전은 지난해부터 구축한 2013년도 사업을 마무리 짓고 반전을 꾀하겠다는 심산이다. 남은 문제는 지중(땅속)구간 사업이다. 호환성·특허분쟁·기술적 문제 3중고 한전은 2010년 정부의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에 따라 전국 50만 가구에 AMI를 보급하는 사업에 나섰다. 야심차게 준비한 첫 사업은 핵심부품인 PLC(전력선통신)칩이 호환성 문제에 부딪히며 삐걱거렸다. 데이터를 주고받는 PLC모뎀에 표준규격(KS)에 부적합한 칩이 사용돼 다른 제조사 칩과 서로 통신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2010년도 사업은 결국 감사원의 감사로까지 이어지며 반쪽짜리 사업에 그쳤다. 표준규격을 위반한 칩을 제공한 A업체는 이 사건 이후 PLC칩 제조사로서의 역할이 사실상 끝이 났다. 한전KDN이 수주한 2010년도 사업은 아직까지 보완조치가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2011년 AMI사업은 공중분해됐으며, 이후 2년 만에 재개된 2012년도 사업마저 BMT(핵심성능시험) 과정에 과실이 드러나면서 중단됐다. 이종 칩간 호환성 문제와 BMT 과실 등을 비롯한 기술적 미비점은 2013년 사업을 통해 해결점을 찾으며 본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사업을 정리한 A사가 지난해 불현듯 한전과 PLC칩 제조사들을 상대로 기술 침해를 주장하며, AMI업계는 특허 분쟁에 휩싸였다. 설상가상으로 스마트미터 제조사들의 담합사태가 터지면서 AMI 구축사업은 다시 한 번 암초를 맞았다. 스마트미터는 AMI 핵심인프라로 양방향 원격검침을 위한 필수 장비다. 여기에 한전도 예상치 못한 지중구간에서의 통신장애 문제까지 대두되면서 3중고를 맞은 2014년 사업은 걀국 무산됐다. HPGP, 한국형 고속PLC와 주파수 충돌 우려 한전이 추진하고 있는 AMI 구축사업은 고속 PLC(ISO/IEC 12139-1)를 기반으로 한다. 한국형 고속PLC(광대역PLC)라고 부르는 이유도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저속PLC(협대역PLC)가 일반화됐다. 문제는 지중(땅속)에 매설된 전선을 이용한 통신이다. 2013년에 진행된 사업은 가공구간으로 지중에 비해 전파방해가 훨씬 덜하다. 더구나 지중구간에서의 고속PLC는 시도된 사례가 극히 드물어 통신 장애에 대한 해결방안이 전무한 실정이다. 한전의 AMI사업계획에 따르면 전국의 20% 가구만이 지중구간으로 분류된다. 도시미관 개선을 위해 땅속으로 들어간 전선은 대부분 도심지에 설치돼 있다. 나머지 80%는 가공구간으로 국산 PLC칩을 활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한전에 따르면 국산칩은 지중구간에서 노이즈에 따른 신호감쇄로 통신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단점이 발생했다. 이에 한전은 대안책으로 외산칩을 활용하거나 저속PLC, 지그비 등 다른 유·무선 통신방식을 제시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미국 퀄컴의 HPGP(Home Plug Green PHY) 방식이다. HPGP와 ISO/IEC 12139-1 표준은 모두 고속PLC 기반이다. 그런데 HPGP(2~30MHz)와 ISO/IEC 12139-1(2~23MHz)은 주파수 대역이 비슷해 통신 충돌이 발생, 통신 속도의 저하와 데이터 손실 등 오동작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표준 기술 간 상호공존성 문제는 이미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서 발생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의 박지식 코디는 “주파수 대역이 겹치게 되면 상호공존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렇게 되면 같은 표준끼리도 통신이 안 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는데 전기차 분야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해 두 가지 표준을 모두 만족하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칩제조사들 “한전 HPGP 고수 이해 못해” HPGP와 한국형 고속PLC(ISO/IEC 12139-1) 표준간 통신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HPGP 방식을 지중구간 문제해결을 위한 검증사업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PLC칩사들은 이 같은 한전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PLC칩사 관계자는 “전 세계 전기차 분야에서도 HPGP와 ISO/IEC 12139-1 표준 간 통신 간섭 문제를 인정했는데 한전이 왜 그렇게 HPGP 방식을 고수하려는지 알 수가 없다”며 “통신 충돌 가능성을 검증해보겠다는 건데 한전은 이미 저속 PLC와 무선 통신을 활용한 다른 검증사업을 함께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 방식에 굳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칩사 관계자는 “한전 내부에서도 HPGP에 대한 통신 간섭 우려를 예상한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고 들었다”면서 “그럼에도 퀄컴 진영의 HPGP를 고수한다는 것은 한전의 외산칩에 대한 의존성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반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또 2020년까지 매년 200만 이상의 가구에 AMI를 보급하겠다는 당초 계획과 달리, 크고 작은 말썽으로 사업의 연속성이 떨어지다 보니 관련 업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정책 사업이 사업주체의 준비 부족과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자 정부 계획만 믿고 AMI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물량 기근에 허덕이고 있다. 실제로 B기업은 5년간 계속된 고정비 지출과 투자 대비 수익을 내지 못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최근 사업을 정리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연속성이 없다 보니 해당 사업만 바라보는 기업들은 매년 위험부담이 커지게 된다”면서 “사업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니 기업들로선 사업 확장이나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도 주저하게 돼 이는 결국 AMI 사업발전에도 장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HPGP 논란 검증사업 통해 확인할 것” 한전 측은 먼저 지난해 AMI 사업이 무산된 이유로 PLC 특허분쟁과 호환성 문제, 전력량계 담합사태를 꼽았다. 이 때문에 2013년도 사업에 대한 물량 납품이 2014년 6월부터 시작돼 인프라 구축이 해를 넘길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더욱이 본격적인 200만호 사업은 처음이다 보니 철저한 준비를 위해 시간이 더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한전 관계자는 “AMI 인프라 구축에 1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고, 대규모 공사가 처음이다 보니 당초 계획과 달리 시행착오도 있었다”며 “또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기 때문에 구축된 통신 인프라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늦은 편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AMI 사업이 여러 이유로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올해 사업은 철저하게 진행하려 한다”면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주길 바라며, 업계의 협조가 뒷받침된다면 2015년도 230만호 사업은 빠르게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올해 마무리되는 2013년도 사업의 성공여부가 향후 사업에 대한 바로미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급 대상이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AMI사업의 성공을 위해선 가공구간과 지중구간의 완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MI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SG사업처 황우현 처장은 “도심지는 지중구간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 없다”면서 “AMI사업은 국내 중소기업을 위한 토대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국산칩이냐, 외산칩이냐의 논란은 무의미하다. 지중구간은 기술력이 뛰어난 솔루션을 선택할 계획이고, 가공구간은 기존 고속PLC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MI사업 중단으로 득보다 실이 많은 것은 오히려 업계”라며 “이제는 서로 힘을 합해 10년 전에 만들어진 PLC 기술표준을 개선시켜 해외로 나가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한전은 주파수대역 겹치기에 따른 통신 충돌로 논란이 된 HPGP 검증사업과 관련해선 계속해서 테스트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통신 충돌이 일어나는 부분은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에 국한될 수도 있다”면서 “실제 현장은 이와 다르니 가공과 지중 간 통신 장애가 발생할지는 검증사업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신문 이석희 기자 (xixi@electimes.com) |
edited by kcontents
"from past to future"
데일리건설뉴스
콘페이퍼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