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 '꿈의 암 치료 센터', 연 4조 버는 미국 암센터 부럽잖다

日·독일 등 4개국에만 있는 의료용 중입자 가속기 도입 
지난해 초 착공 공사 한창, 주변국 환자 유치 위한 홍보 
관련 산업 유치도 서둘러야 
美 텍사스 MD 앤더슨 암센터 한 해 수익만 부산 예산 절반 
일자리 무려 5만여 개 창출 , 지역 경제 파급 효과 엄청나 


부산 기장군에 들어설 '의료용 중입자 가속기 치료센터'의 조감도와 중입자 가속기로 암 치료를 하는 원리를 
나타낸 도식도. 에너지 가변장치에서 중입자를 빛 속도의 70%로 가속해 발생한 중입자 빔을 환자의 암 부위에 
쏘아 암 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방식으로 암을 치료한다. 부산일보DB·연합뉴스

케이콘텐츠 

 

 

삼성 이건희 회장과 효성 조석래 회장의 공통점은?

 
재벌 총수라는 점, 그리고 또 하나, 미국 MD 앤더슨 암 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에 암 치료를 받았다는 점.
 
이건희 회장은 1999년 폐 부근의 쇄골 밑 림프절에서 선암세포가 발견돼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수술을 받았으며 이후로도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폐암 치료를 받아왔다.

조석래 회장은 2010년 담낭암 수술을 받은 뒤 최근 전립선암이 추가로 발견돼 역시 MD 앤더슨 암 센터에서 정밀 진단을 받았다. 

재력가들이 암 치료를 받기 위해 찾는 MD 앤더슨 암 센터, 과연 어떤 곳일까.

연 매출 4조, 직업 5만여 개 창출…MD 앤더슨 암센터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시에 있는 MD 앤더슨 암 센터는 미국 시사 잡지의 조사에서 매년 성인 암 치료 최상위권에 자리하는 권위있는 암 센터다. 631개의 수술실과 352명의 전문의를 포함해 1천671명의 의료진이 있으며, 의대 등 관련 학과의 수련의는 6천474명이나 된다. 근무하는 직원만 1만 9천655명에 이른다. 

2013년 MD 앤더슨 암 센터의 총 수익은 41억 달러(약 4조 4천억 원)였다. 약 9조 원 가까이 되는 부산시의 올해 전체 예산의 절반과 맞먹는다. 수익의 가장 많은 부분은 76.9%를 차지하는 환자 수익으로 31억 7천890만 달러(약 3조 4천억 원)지만, 텍사스 주 정부의 지원금은 3.4%에 불과하다.

MD 앤더슨 암 센터가 휴스턴 시와 텍사스 주에 미치는 경제적인 파급 효과는 더 놀랍다.

미국 경제금융분석업체 페리맨 그룹(Perryman Group)이 지난 2009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수술을 진행하면서 따르는 비용을 포함해 환자 가족과 학생들은 MD 앤더슨 암 센터에 매년 73억 달러(약 7조 7천억 원)를 소비했으며, MD 앤더슨은 이와 관련해 38억 달러(약 4조 1천억 원)의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냈다. 관련 직업도 5만 1천960개나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 1억 8천110만 달러(약 2천억 원)는 주 정부 수익으로, 1억 820만 달러(약 1천200억 원)는 지역 수익으로 돌아갔다. 

MD 앤더슨 암 센터는 센터가 있는 지역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센터 내 연구소를 통해 얻은 연구 성과를 통해 연간 201억 달러의 소비 효과와 98억 달러 상당의 상품과 서비스 생산 효과, 11만 2천500만 개의 직업 창출 효과를 만들어냈다. 

센터를 통한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자 자연스럽게 건설과 개발 프로젝트도 활성화돼 2004~2009년 동안 총 44억 달러의 소비 효과와 20억 달러의 생산 효과, 2만 6천152명의 고용 효과를 만들었다. MD 앤더슨 암 센터는 휴스턴 지역 경제의 2%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꿈의 암 치료기', 중입자 가속기 
미국 MD 앤더슨 암 센터는 제대로 된 의료 센터 하나만 유치해도 지역 사회의 수익과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가 전체 경제에도 큰 파급 효과를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부산은 암 치료를 받기 위해 많은 사람이 서울의 종합병원으로 비행기와 KTX를 타고 올라가는 상황이지만, 이를 단숨에 역전시키고 의료 1위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들어서는 '의료용 중입자 가속기 치료센터'가 바로 그 열쇠다. 

'의료용 중입자 가속기 치료센터'는 2010년 4월 본격 사업에 착수했으며 지난해 1월 센터 착공에 들어갔다. 중입자 가속기는 중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암세포에 쏘는 치료 기기다.

기존의 X선과 양성자 치료장비의 경우, 정상 세포가 암세포와 함께 손상되지만, 중입자 가속기는 정상 세포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어 말기 암과 재발 암에 효과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또 치료에도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치료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꿈의 암 치료기'라고 불린다.

의료용 중입자 가속기는 현재 일본 4곳, 독일 2곳, 중국과 이탈리아에 각 1곳씩 전 세계 4개국 8곳에서 운영 중일 정도로 희소성이 있다. 부산에 치료센터가 완공되면, 이건희 회장과 같은 재력가들도 더는 암 치료를 위해 멀리 미국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의료용 중입자 가속기 센터가 제대로 갖춰진다면, 러시아와 중국 등 주변국가를 비롯해 다른 국가에서도 치료를 위해 부산을 방문하는 경우가 늘면서 MD 앤더슨 센터와 같이 환자 가족 등이 지역에 소비하는 비용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산시 경영진단을 담당하고 있는 엘리오앤컴퍼니 박개성 대표는 "바다 등 부산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 레저 시설 등을 제대로 갖춘다면 부산시는 동남아시아의 의료 허브로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또 중입자치료센터를 비롯해 오는 2016년과 2018년 각각 수출용 신형연구로와 방사선 동위원소 융합연구원을 함께 완공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각종 연구와 산업용에 사용되는 연구로는 현재 세계적으로 수급이 부족한 상황인데, 부산에서 수출형 신형 연구로 개발이 이뤄진다면, 국내 수급 안정은 물론 외국 수출까지 이뤄져 지역 경제에도 큰 이익이 될 수 있다. 

수출용 신형연구로와 방사선 동위원소 융합연구원 등이 기장에 자리 잡게 되면, 부산은 말 그대로 국내 유일의 첨단 방사선 의·과학 융합산업의 메카가 되는 것이다.

부산, 방사선 의과학 메카로 만들려면 
그러나 전문가들은 방사선 의·과학 클러스터를 이루기 위해 단순히 시설을 설치하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부산이 방사선 의·과학 클러스터로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의료용 중입자 가속기 치료센터뿐만 아니라 R&D 센터도 함께 자리 잡아야 한다. 

동남권 원자력의학원 양광모 원장은 "가속기는 치료뿐만 아니라 산업용 핵 데이터, 원자력 안전 연구, 원자로 폐로 등의 연구와 반도체 등 관련 산업 분야의 연구도 가능하다"며 "다양한 가속기를 들여와야 각 분야의 기업 연구 센터와 연구진 등 우수한 인력이 함께 유입돼 제대로 된 클러스터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용 중입자 가속기 치료센터가 조기에 활성화되지 않아 시설 유지비 등 돈만 잡아먹는 애물단지가 되지 않으려면 적극적인 홍보나 연구시설 유치 등 소프트웨어 확충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산일보 노정현·박진숙 기자 true@busan.com

edited by kcontents


"from past to future"

데일리건설뉴스 

콘페이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