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희망의 등불, 기초과학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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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희망의 등불, 기초과학

2015.01.20


이웃 나라 일본은 지금까지 노벨상 과학 분야의 수상자를 19명이나 배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 원인들 중에 가장 우선하는 것은 국민들의 기초과학에 대한 인식과 지속적인 지원의 부족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정계, 관계, 산업계, 언론계는 물론 학계 자체에서도 기초과학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관심이 높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우주를 포함한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밝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기본적인 학문 분야를 일컫는 기초과학은 순수한 지적 호기심에서 나오는 진리탐구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학문 분야라는 의미에서 공학이나 농학 등의 ‘응용과학(applied science)’에 대비하여 ‘순수과학(pure science)’이라고도 부릅니다.

기초과학의 연구에서 얻은 결과는 언제, 어디에, 어떻게 쓰여 인류에게 도움을 줄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장은 쓸모가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기초과학의 기반 없는 응용과학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는 기초과학의 성과가 축적되어야만 우리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응용과학 기술들이 제대로 개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주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우주선 개발로 이어져 화성탐사가 이루어지고 있고, 원자에 대한 관심은 원자력의 이용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생명 현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유전자인 DNA의 구조가 밝혀져 질병의 예측이나 치료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사물인터넷도 기초과학 연구에 기반을 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 일상생활에 편익을 주는 과학기술의 성과를 나무의 열매로 비유해 볼 때 기초과학은 나무를 지탱해주는 뿌리입니다. 씨앗에서 뿌리가 먼저 땅속에 자리 잡아 마침내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때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 것처럼 기초과학 성과의 실생활 응용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그리고 토양이 비옥해야 뿌리가 튼실해지고 잎이 무성해져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듯이 과학기술의 성과가 실생활에 응용되려면 기초과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토양인 사회 여건이 비옥해져야 합니다. 

김연아 선수가 피겨의 여왕으로 등극하며 대중의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한층 높아졌듯이 우리나라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과학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인식이 높아질 것이 확실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과학자가 탄생하여 노벨상을 수상하고, 일류 기술자가 배출되는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많습니다. 

우선 과학교육 현장이 변해야 합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이제 과학은 단순한 교과목이 아니라 미래의 행복한 삶을 위한 기반이라는 상식이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초중고의 과학교육 현장에서 신나고 재미있는 과학, 인생을 즐기는 과학자 모습들이 바르게 선을 보여야 합니다. 더 나아가 유치원에서부터 선행학습이 아닌 창의적 사고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만유인력 법칙, 상대성 이론, 진화론 등과 같은 막연하게 알고 있는 과학 지식들이나 복제동물, GMO, 줄기세포 등과 같이 현재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는 주제들이 대중에게 쉽게 이해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이나 학생들이 과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바로 과학자들이 담당해야 할 역할입니다. 

이공계 분야 젊은이들의 일자리 확충과 함께 그들에 대한 사회적 우대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 타파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공계 학생들의 실험실습을 위한 국가 차원의 재원 확보와 함께 이공계 전공자들에 대한 비전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과학기술인의 위상 제고를 위해 과학 관련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고위직 행정 관료, 국회의원, 기업의 CEO 등에 과학기술인의 참여도 확대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2011년부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사업이 정치적 입김과 지역 안배와 같은 구태를 불식하고, 우수한 과학자들이 연구와 개발에 몰두함으로써 기초과학이 진정으로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할 수 있는 과감하고 지속적인 지원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기초과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언론은 스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우수 과학자의 연구 업적과 사회적 기여도 부각과 함께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우대 등 국민들의 기초과학에 대한 인식과 환경 변화에 앞장서야 합니다. 

국가 경쟁력의 제고에는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이 요구되는데, 그의 기반에 과학이 있고 과학의 바탕에 기초과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제 기초과학에 기반을 둔 국가경영의 비전이 제대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미래 국가 발전에 희망의 등불이 될 기초과학이 청소년들과 젊은 세대 그리고 대중에게 제대로 인식되어 가까운 장래에 우리나라에서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탄생하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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