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의 원가는 얼마일까 [허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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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의 원가는 얼마일까

2015.01.16


스타벅스 커피값이 전 세계를 통틀어 서울에서 가장 비싸다고 합니다. 세계의 주요 도시 물가를 조사한 결과 손님들이 즐겨 찾는 아메리카노 톨사이즈(355㎖)의 경우 한국이 4,100원으로 단연 1위에 올랐다는 것이 소비자시민모임의 발표입니다. 무엇보다 스타벅스의 본고장인 미국보다 1,600원 이상 비싸다는 사실에 눈길이 쏠립니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던 고가(高價) 논란이 새삼 확인된 셈입니다.

스타벅스의 가격 정책은 브랜드 파워를 과시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입니다. 지난 1999년 이화여대 앞에 제1호점을 오픈한 이래 전국 720여개 매장으로 확장한 지금까지의 일관된 전략입니다. 그래도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이러한 작전이 성공을 거뒀다고 해야 하겠지요. 아메리카노 한 가지만 해도 1년 동안 한국에서 팔리는 분량이 대략 3만 잔에 이른다고 합니다.

커피 열풍을 얘기하자면 스타벅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스타벅스 상륙에 자극받아 다양한 브랜드들이 선보이면서 현재 전국적으로 커피 전문점이 거의 2만 개에 육박할 것이라는 추산입니다. 2009년에 5,200개가 있었다고 하니, 4~5년 사이에 네 배 규모로 늘어난 것입니다. 그야말로 도심에는 서너 집 건너씩 커피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중에서도 스타벅스가 가격 수준을 앞장서서 끌어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 가운데서도 어느 사이에 우리 국민들이 이토록 커피 문화에 빠져들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직장인들마다 점심을 먹고는 으레 커피 한 잔씩 즐기는 것이 습관화되어 버렸습니다. 고객을 만나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하루에 두세 잔씩은 보통입니다. 식사를 하고 나서 커피를 거르게 되면 어딘지 허전하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커피 수입량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이 그런 까닭이겠지요. 지난해에는 수입량이 10만 톤을 넘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베트남과 브라질, 콜롬비아, 온두라스, 페루 등에서 두루 수입되는 데다 2012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미국을 통해서도 원두 수입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국내의 커피관련 시장 규모가 6조원을 훌쩍 넘었다는 사실에서도 커피 열풍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렇다 해도 국내 커피값이 파리나 베이징, 도쿄, 암스테르담보다도 비싼 데 대해서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개인의 기호에 관계없이 설탕에 프림까지 섞어 일률적으로 제공되는 사무실의 봉지 커피나 자판기 커피와 비교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종업원들의 친절한 서비스와 안락한 실내장식을 감안한다 해도 그렇습니다. 커피 수요가 늘고는 있지만 수입원가는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라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커피 한 잔의 원가는 과연 얼마 정도일까요. 일단 커피 원두의 가격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웬만한 상품(上品)의 경우라도 킬로그램에 3만원 안팎이며, 1킬로그램이면 대략 130~140잔을 뽑아낸다는 게 언론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아무리 원두에서 차이가 난다 해도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이겠지요. 인건비와 가게 운영비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바가지라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도심 곳곳에 한 잔에 1,500원에 팔고 있는 브랜드 커피가게가 적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 봅니다. 일부 생활용품 전문 판매장에서는 1,000원에 제공하기도 한다지요. 그것도 무한 리필입니다. 그조차도 손해를 보고 파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일부 커피 전문점의 경우 도심의 비싼 임대료를 가격 책정의 근거로 내세우기도 합니다만, 그것이 하나의 요인이 된다고 해도 서울의 임대료가 뉴욕보다 비쌀 수는 없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커피 전문점들의 커피값에 대해 잘못됐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나름대로 손님을 끌려고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만큼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커피보다도 그러한 서비스가 마음에 들어 전문점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니까요. 아예 테이블에 노트북을 펼쳐놓고 들락거리며 사무실처럼 이용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손님들이 문제입니다. 아무 생각도 없이 습관적으로 커피 전문점에 돈을 갖다 바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비싸면 가지 않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래야 커피값도 내리도록 유도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설사 커피가 좋아서 죽고 못 산다고 하는 경우라도 커피 전문점들이 막대한 이윤을 낸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소비행태가 올바른 것인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소비자들이 현명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널리 소문난 사실입니다. 커피뿐만 아니라 수입 와인이나 맥주, 치즈, 체리, 파인애플 등에서도 기꺼이 바가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관세가 내려갔을 텐데도 가격은 요지부동입니다. 그런 점에서, 탓할 것은 바가지 상혼이 아닙니다. 각자의 아둔한 소비행태입니다. 그래도 지갑을 열겠다면 말릴 수 없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필자소개

허영섭

이데일리 논설실장. 전경련 근무. 경향신문과 한국일보에서 논설위원을 지냈다. '법이 서야 나라가 선다',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 '대만, 어디에 있는가'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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