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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무역수지 적자를 벗어나려면
2015.01.14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공개한 ‘2013년도 기술무역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3년에 기술수출 68억 달러, 기술 수입 120억 달러로 약 52억 달러 기술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통계를 낼 때부터 적자였고, 기술무역수지 비율은 2011년 0.48에서 2013년 0.57로 개선됐지만, 아직 만성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기술무역은 기술 및 기술서비스와 관련 나라 사이 상업적 비용 지출과 수입이 있는 거래를 말합니다. 특허 판매, 기술사용계약, 기술비결 전수, 기술지도, 연구, 설계 자문, 연구개발 서비스 등이 포함됩니다. 기술 무역은 기술수준이 반영되는 무역거래입니다.
기술무역수지 적자는 우리가 기술을 들여와서 기술료를 주면서 상품을 만들어 수출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일 것입니다. 수출이 늘면 늘수록 기술료 지급액이 많아지니 기술수지 적자가 늘어납니다. 기술수지 적자는 기술을 수출할 기초기술이나 원천기술이 모자란다는 뜻입니다.우리나라 연구개발비 총액은 세계에서 5번째로 많고, 국민총생산액에 대한 연구개발예산 비율은 세계에서 제일 높을 정도로 연구에 많이 투자합니다. 정부마다 연구개발예산을 끊임없이 늘려왔고, 올해는 18.8조 원으로 작년보다 5.9% 늘렸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많은 예산을 투입했는데 그 성과는 뭐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미래부는 앞으로 기술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산업계 수요에 기반을 둔 기초원천연구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어떻게 해야 기초기술이나 원천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까요? 기술은 주로 연구원이 개발합니다. 연구는 없는 것에서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연구원의 자세와 사기가 핵심입니다. 우리는 연구원이 자기 끼를 발휘하며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기존 틀에 얽어매면서 새로운 것을 연구하라 한다면 모순입니다. 우리나라는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 있을까요?연구할 때 연구원은 연구 자체도 그렇지만 행정절차에 진절머리를 냅니다. 국가 예산을 쓰는 일이기 때문에 엉뚱한 데 쓰면 안 됩니다. 그걸 막을 목적을 마련한 장치가 연구원을 숨 막히게 합니다. 연구는 자유롭게 머리를 굴려야 나올 텐데, 연구비를 관리하는 방식 때문에 머리를 못 쓰게 만드는 틀, 즉 철저하게 행정편의로 되어 있다 합니다.연구예산 배분체제를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부총리급 과학기술부에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두고 연구개발 예산을 통괄하게 했습니다. 선진 각국이 부러워했다는 이 제도를 이명박 정부는 없앴습니다. 연구개발 예산을 다시 기획재정부가 배정합니다. 기재부에는 과학기술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예산을 따려는 연구자는 한숨이 나옵니다. 과학기술자의 불평이 쏟아지자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역할도 의심스러웠지만 현 정부 들어서면서 이마저도 없앴습니다.기초 원천연구의 꽃은 노벨과학상입니다. 우리나라가 노벨과학상을 타려고 오랫동안 노력해왔지만 언제 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습니다. 기술개발은 없는 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로운 작업입니다. 남을 따라 해서는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대학은 그 어려운 전문분야 학문을 원어(영어)로 공부시키려 합니다. 교육부도 이에 동조하는 것 같습니다. 기준을 영어로 잡아놓고 영어로 아무리 열심히 배워도 영어 수준을 뛰어넘기 어렵습니다. 언어는 모든 활동의 바탕입니다. 우리말로 우리 지식을 쌓고 이것이 우리 문화와 결합할 때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지식의 기준을 남의 것에 두는 한 그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교육정책의 바탕을 점검해야 할 때입니다.기술수지 적자는 그냥 줄어들지 않습니다.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 환경, 이들이 활동하는 연구 환경, 연구예산 관리 체계, 개발한 기술을 보호하고 산업에 연계하는 환경, 이런 것이 함께 작용한 결과입니다. 기술수지를 흑자로 돌리려면, 노벨상을 받을 과학기술자를 길러내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우리 과학기술 생태계를 진지하게 성찰해 봐야겠습니다.
필자소개
고영회(高永會)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과실연 수도권 대표, 세종과학포럼 상임대표, 대한변리사회 회장 mymail@patinfo.com
박대문의 야생초사랑
미국낙상홍 (감탕나무과)
짙푸른 이파리 사이로 피어났던 화사한 연꽃은 사라지고 메말라 사그라져 가는 앙상한 연꽃 줄기만 남은 두물머리 세미원에서 만난 미국낙상홍입니다. 붉은 매화꽃이 가지가지마다 흐드러지게 피어나 황량하고 싸늘한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듯했습니다.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잎새 무성한 봄 여름에는 꽃도 작고 보잘것없어 있는지조차도 몰랐던 미국낙상홍!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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