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꼭 '멍' 때려야 하는 이유
음악감상도 '노동'·
무념무상이 뇌에 '최고 보약'
서울시 멍때리기 1등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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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못 만났던 지인들과 만나거나 신년 계획을 세우느라 정신없이 바빠진다. 더구나 직장인들은 잦은 회식까지 더해져 체력은 물론 '뇌'도 방전 직전까지 가게 된다. "아무도 모르는 조용한 곳에 가서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쉽지 않은 일이다.
연말에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속된 말로 '멍 때리는' 것이다.
뇌 과학자들은 "가끔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시간을 '강제로라도' 가진다면 뇌 건강도 지키고, 뜻하지 않던 아이디어도 얻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뇌 혹사 당하면 충동적으로 변해"
적절한 자극은 뇌 활동에 도움이 되지만 자극이 지나치거나 장기간 이어지면 오히려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신 교수는 "이동 중 음악을 듣는 행동조차 뇌 입장에서는 정보를 수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뇌가 쉬지 못하면 충동을 억제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관장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져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뇌 전문가들이 '무념무상'을 최고의 뇌 휴식 방법으로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흔히들 휴식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음악 감상'도 뇌에겐 부담이 되니까 아무런 자극도 주지 말고 내버려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뇌연구원 서유헌 초대원장은 "가끔씩 뇌에 자극을 주지 않고 소위 팽개쳐두면 신경전달물질이 고갈되지 않고 잘 생산돼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는 과정도 수월해진다"고 설명했다.
"업무 아이디어 안 떠올라요? 멍하니 먼 산 바라보세요" 특별히 집중해서 하는 일이 없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을 '디폴트 네트워크'라고 한다. 그림에서 파랗게 표시된 부분이다. - 과학동아DB 제공 특별히 집중해서 하는 일이 없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을 '디폴트 네트워크'라고 한다. 그림에서 파랗게 표시된 부분이다. 과학동아DB 제공
뇌의 바깥쪽 측두엽, 두정엽, 안쪽 전전두엽 등을 일컫는 '디폴트 네트워크' 영역이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 영역은 뇌가 휴식 상태일 때 활성화되는데, 이 때 어느 한 시점에만 머무르지 않고 무의식 상태에서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무엇인가 억지로 기억해내려고 하면 잘 안되다가 멍하니 있을 때 갑자기 생각나는 '유레카 모멘트'를 경험하는 것도 디폴트 네트워크의 활성화 덕분이다. 실제로 디폴트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전전두엽과 측두엽은 '기억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부위다.
서유헌 원장은 "충분한 휴식 과정을 갖다보면 뇌 속에서 회로 간 연결성이 더 긴밀해지기 때문에 남들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릴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사이언스 전준범 기자 bbeom@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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