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빛섬(Sevit Island)', "미운오리가 백조로"

임대사업체 비리·부실설계 등 3년이나 늦게 개장

3가지 빛 품은 인공섬…주말에는 4000명 발걸음

카페·레스토랑·결혼식장·전시장 등 시민들 애용

대중교통·주차장 등 접근성 떨어져 방문객 한계

우여곡절 넘어 시민들 나들이 명소로

아직은 '2% 부족한 인프라' 남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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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관련자료링크]

'세빛섬'

http://www.somesevit.co.kr/kr/company/overview.do

 

*동영상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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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서울의 랜드마크가 많아 아직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까지는 아닌 것같지만 그래도 이 지역에선 명물이죠." "보기 좋아요. 이렇게 큰 건축물이 한강 위에 떠 있는 것도 신기하고 예뻐요."


지난 24일 찾은 서울 한강 반포지구의 '세빛섬'. 이 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세빛섬을 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시민은 "밤이 되면 인공섬마다 색색이 불빛이 켜져 눈이 황홀해진다"며 "날이 추워도 가끔 나와서 카페에도 가고 전시회장도 가고 하는데 그때마다 꽤 많은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세빛섬/사진=진경진 기자

 


세빛섬 /사진=진경진 기자


지하철 3·7·9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15분 정도 걷다보면 잠수교 옆에 자리잡은 세빛섬이 보인다. 이른 아침인 탓에 방문객은 많지 않았지만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식당과 카페 등에 손님들이 차기 시작한다는 게 이곳 직원들의 설명이다.

 

한 직원은 "평일에는 1500여명 정도가 세빛섬에 오고 주말에는 최고 3000명 정도 방문한다"며 "날씨에 따라 방문객수가 많이 다른데 따뜻할 때는 5000명까지 방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기 위해 세워둔 산타클로스와 순록의 몸통 위, 세빛섬 난간에 걸어둔 시민들의 소원종이를 통해서도 방문객수를 짐작할 수 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세빛섬 방문객은 하루평균 평일 2000여명, 주말 최대 4000여명이 다녀갔다. 최근에는 세빛섬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어벤저스2'의 배경이 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무관심하던 이들도 찾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실 두어달 전만 해도 서울시민들에게 '세빛섬'은 세금만 축내는 흉물덩어리에 불과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인 2006년 시민들의 상상과 제안을 정책으로 실현하자는 의미에서 만든 '천만상상 오아시스' 창구에 재미있는 제안이 올라왔다. 한강에 인공섬을 띄우자는 것.

 

오 전시장은 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강에 인공섬을 조성해 소형 이벤트 공간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했다. 하지만 이 소형 인공섬 조성사업이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핵심사업으로 부상하면서 한강 위에 3개의 섬을 띄우겠다는 초대형 사업으로 확대됐다. 그래서 이름도 '세빛 둥둥섬'이었다.

하지만 곧 문제가 발생했다. 2008년 최초 사업시행자이자 최대주주였던 C&그룹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선언, 그해 12월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이다. 이후 서울시는 새로운 사업자 선정에 나섰지만 난항을 겪었고 결국 초기 50억원이던 사업비는 1390억원까지 늘어나게 됐다.

 

다행히 효성이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사업이 다시 활력을 찾나 싶었지만 2011년 완공과 동시에 임대사업체 비리, 부실설계·시공에 따른 감사, 운영사 선정 문제 등으로 폐장했다.

 

결국 3년간 개장이 미뤄지면서 세빛섬은 '한강의 흉물' '세금 둥둥섬' '전시행정' 등의 지적을 받았다. 다행히 올 9월 서울시와 효성이 세빛섬에 대한 운영을 정상화하기로 합의했지만 지난 8년간 흉물로 방치돼 있던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가빛섬/사진=진경진기자

 


채빛섬/사진=진경진 기자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목표로 지어졌지만 개장도 전에 각종 오명을 쓰게 된 '세빛 둥둥섬'은 이미지 개선이 필요했다. 때문에 이름부터 '세빛섬'으로 변경했다.

 

3개의 빛이 한강에 둥둥 떠 있다는 의미로 '세빛 둥둥섬'으로 명명됐지만 '둥둥'이란 명칭에서 표류한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느껴지는 만큼 이를 빼기로 한 것이다. 각종 우여곡절 끝에 새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세빛섬은 올 10월 전체 개장을 했다.

 

세빛섬은 '가빛섬' '채빛섬' '솔빛섬' 3개 인공섬과 둔치와 바로 연결돼 있는 '예빛'으로 구성돼 있다. 한강 위에 총 9995㎡ 크기로 지어진 세빛섬은 행정상 '선박'으로 분류된다.

 

세빛섬 중 가장 먼저 문을 연 '가빛섬'은 연면적 5478㎡에 높이 27m로 3층 건물로 세빛섬에서 가장 큰 섬이다. '가빛'이란 고급스럽고 우아한 빛이 가득하다는 뜻으로, 건축물도 활짝 핀 꽃 모양을 형상화했다. 1층과 3층에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고 700여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2층에는 컨벤션홀이 있어 주말이면 결혼식이 열리기도 한다.

 

'채빛섬'은 3419㎡ 크기에 높이 21m, 3층 건물로 이루어졌다. 피어나는 꽃봉오리 모양을 형상화했으며 '채빛'이라는 이름엔 밝고 화려하고 즐거운 빛이 가득하다는 뜻을 담았다. 2·3층엔 뷔페레스토랑이 있다.

 


솔빛섬/사진=진경진 기자

 


예빛섬/사진=진경진 기자


'솔빛섬'은 꽃의 씨앗 모양을 형상화했다. 보기 좋고 훌륭해 본보기가 되는 빛이라는 뜻의 솔빛섬은 1098㎡ 크기에 높이 13m로 이뤄진 2층 건물이다. 1·2층이 전세관으로 돼 있으며 현재 내셔널지오그래피 전시전이 열린다. 가빛섬 왼쪽에 있는 미디어아트 갤러리 '예빛'은 문화행사와 영상관람, 무대공간 등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아직도 접근성에 대해서는 지적이 이어진다. 시행사 효성은 지난 22일부터 세빛섬과 고속버스터미널역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도입했지만 40분 간격으로 운행해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는 불만이 나온다. 고속터미널역에서 세빛섬까지 가는 시내버스는 405번과 740번 2개 노선밖에 없다.

 

자동차로 이동하면 되지만 성수기에는 한강고수부지 내 주차장을 이용하기가 힘들어 주차가 어렵다. 이에 날씨가 좋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오는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세빛섬 주변의 자전거거치대는 10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많은 이가 택시를 이용하지만 다시 돌아갈 때도 택시가 잡히지 않아 애매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세빛섬 근무자들의 설명이다.

 

한 세빛섬 근무자는 "주차장도 없고 교통이 불편해서인지 외국인 방문객 수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람들이 몰리는 주말과 휴일에는 농구장 부지를 임시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고 자전거 거치대 역시 세빛섬 바로 앞 10대 외에도 인근 반포지구 내 자전거거치대나 임시주차장 등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진경진기자 jk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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