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안전규제 재원(가칭 원자력안전규제기금)을 기금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해외 원전 선진국들의 기금 마련방안이 업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원자력안전규제 재원 마련에서 운영에 이르기까지 선진 제도를 도입,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원자력안전규제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 원자력안전 연간예산, 미국의 10분의 1
원자력 안전규제의 경우, 크게 원자력 안전과 원자력안보로 나뉜다.
원자력안전은 규칙제정과 검사·감독, 교육과 허가, 연구 등의 활동을 담당하며, 원자력안보는 핵안보체제와 물리적 방호, 국제협력과 수출입통제, 물질안전조치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의 원자력안전 재원은 총 1576억원 규모로, 주요 수입원은 정부예산 975억원, 안전법부담금 553억원(35%), 기타 46억원(3%) 등으로 정부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원전 선진국인 미국(1조1907억원)과 일본(6486억원), 프랑스(6318억원)보다 현저히 작은 규모이며, 캐나다(1640억원)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주요국들은 원자력안전규제 재원으로 일반회계와 사업자부담금을 혼합해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관계사업자의 부담금 비율은 69~90%로, 우리나라(35%)에 비해서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필요예산에서 출연금·연구개발비·수탁연구비 등을 제외한 잔여원가를 원자력관계사업자에 부담금으로 징수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필요예산을 국회로부터 선지급 받아 사업을 운영한 뒤 예산의 90%가량을 사업자에게 징수해 국회에 반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kWh당 일정금액을 전원개발촉진세로 징수해 일반회계에 전액 귀속한 뒤 필요금액을 에너지대책특별회계로 전입해 예산으로 활용한다.
기금 설치․운영 통해 규제기관 독립성 要
주요국들 모두가 원자력 규제기금과 관련해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안전규제 주체가 사업계획을 수립해 필요비용을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기금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원자력 안전규제기금의 설치·운영을 통해 규제 독립성을 확보하고 적정한 규제사업비를 확보하면 원자력안전 대응체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원자력안전기금 설치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IAEA는 우리나라에 줄곧 원자력안전기금 등의 설치를 통해 규제기관의 독립성을 유지할 것과, 규제기관과 피규제기관이 직접관계에 있지 않을 것을 권고해 왔다.
국회 역시 비용부담금의 직접 징수체계를 개선할 것을 수차례 지적했으며, 규제비용의 집행투명성 확보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원자력안전규제기관의 규제독립성 확보에 대한 대외적 요구가 증가된 셈이다.
또 국민과 원자력 전문가들이 원자력안전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인제공자 부담강화, 한수원 “동의할 수 없다”
원인자 부담원칙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찬반 입장차가 분명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발표한 ‘원자력안전규제기금 추진방향’에서는 원인제공자 부담원칙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IAEA가 규제기관 소요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분을 피규제기관을 통해 충당할 것을 권고했으며, 정부 역시 규제사업비를 원인제공자가 부담하도록 개선할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인제공자의 부담을 늘리기에 앞서, 세부적인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수원 측은 “원자력 안전규제기금을 마련하면서 구체적인 사용기준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기금 마련의 취지와 사용 목적 등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하지만, 사용 기준이 불명확한 가운데 사업자에만 무조건적으로 부담을 지우려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전기신문 이진주 기자 (jjlee@elec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