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갚는 겁니까, 안갚는 겁니까?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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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기업의 직장동료 5명은 올 초 시차를 두고 B저축은행에서 수천만원씩 신용대출을 받았다.
이들은 이자만 2~3개월간 내다 똑같이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들의 재무여건만 살펴보고 자녀가 많아 교육·생활비가 많이 들고, 부채가 재산보다 훨씬 많다는 이유 등을 인정해 개인회생 인가를 내줬다. 이 중 월 420만원을 버는 김모씨는 소득 중 월 최저생계비(310만원)를 제외한 110만원으로 5년간 빚을 분할상환하는 조건으로 원금 2억3400만원을 탕감받기도 했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개인회생이 개시되는 순간 채권추심·압류가 금지된다"면서 "충당금을 쌓아 손실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개인회생 신청자가 사상 최대인 11만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금융회사들이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개인회생은 최다 5년간 생활비를 제외하고 전체 부채(무담보 채무는 5억원 이하, 담보 채무는 10억원 이하)의 3~5%만 갚고 원리금의 최대 95%까지 탕감해주는 제도인데,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기 때문이다.
저축銀 신용대출 연체 60%, 개인회생
이 때문에 2004년에 도입된 개인회생 신청자는 2010년 4만6972명에서 2013년 10만5885명으로 1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부채 증가율(21%)의 6배에 이르는 것이다.
채무자가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법원은 금융회사에 고객에 대한 채권추심 금지 명령을 내린다.
개인회생을 악용하는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과도한 대출을 일으키고, 재산을 이런저런 방법으로 숨긴 다음 1~3개월 안에 개인회생을 신청한다. 금융회사 입장에선 멀쩡한 직업과 소득이 있는 사람의 대출을 거절하기 어려운 데다, 대부업체 대출 정보의 경우 저축은행·캐피탈·은행 등 일반 금융회사에 공유되지 않는 제도적 허점이 있어 제도 악용자를 걸러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선진국처럼 신용상담 의무화해야
이들은 개인회생 희망자를 모아 개인회생 받는 절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도하며, 추가 대출까지 유도해 한 건당 100만~200만원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국내 법원은 매뉴얼을 만들어 지난 9월부터 최근 1년 내에 일으킨 대출이 전체 부채의 50%가 넘거나, 갑작스러운 소득변동이나 지인·배우자에게 명의 이전한 신청자들을 솎아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개인회생은 실제 생활고에 빠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실제 직업이 의사인데 아르바이트생으로 꾸며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등의 모럴 해저드성 신청자도 늘었다"며 "그러나 법원이 채무자 채무관계에 대해 100% 파악하는 건 한계가 있어 완벽히 솎아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처럼 개인회생이나 파산에 돌입할 사람을 대상으로 따로 공공기관이나 금융전문가들로 하여금 사전 신용상담을 의무화해 신청 남용을 줄여야 한다"며 "개인회생 신청 전에 얼마나 최대한 성실하게 대출금을 상환했는지도 엄격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회생 조선비즈 | 이신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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