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규제, "일괄처분·입찰제한 풀어 수주 숨통 터줘야"

'1사 1공구 낙찰제'로 정부도 담합 원인 제공

 

호남고속철도 노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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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은 입찰 담합행위를 인정하면서도 건설사들을 담합으로 내몬 공공공사 입찰방식에 일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대규모 국책사업을 발주하면서 조기 완공을 위해 하나의 사업을 여러 공구로 나눠 동시에 발주하고 업체별로 1개의 공구만 수주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담합을 유도 내지 조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철도시설공단은 지난 2009년에 3조9,600억원 규모의 호남고속철도 사업을 19개 공구로 쪼개 동시 발주했다.

 

아울러 입찰공고문에 한 개의 건설사가 다수의 공구에서 낙찰을 받더라도 하나의 공구만 낙찰을 인정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건설사들은 올해 7월 이 사업 입찰에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 4,35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건설사는 한정돼 있는데 여러 공구를 동시에 발주하고 1개 건설사가 1개 공구만 낙찰 받을 수 있도록 해 건설사 입장에서는 담합의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항변이다. 게다가 건설업체들은 턴키 방식 공공공사 입찰에서 떨어질 경우 공사비의 3~5% 정도인 설계비를 고스란히 날려야 하는 처지다. 철도시설공단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달 '1사 1공구 낙찰제도'를 폐지하기로 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공공공사 발주방식이 담합을 유도한 측면이 있는 만큼 기업활동 정상화를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건설업계가 공공공사 입찰 담합으로 폭리를 취하지 않았고 입찰제도의 문제점도 있는 만큼 중복제재로 업계를 고사시키기보다는 일괄 처분(그랜드바겐) 및 입찰제한 해제를 통해 건설업계의 숨통을 틔워주고 해외 수주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도 "2008~2009년 집중적으로 발생한 4대강과 인천·대구도시철도, 호남고속철도 등 담합에 대한 조사 결과를 지난해부터 잇달아 발표해 건설업계가 마치 범죄자 집단인 양 매도당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담합 관행이 사라졌으니 건설업계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업계의 주장처럼 선진국에서도 건설업계 담합에 대한 일괄 조치를 내린 사례가 있다. 영국 공정거래청(OFT)은 2009년 건설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입찰 담합 건을 일괄 조사해 119개 사업자에 총 1억2,920만파운드(한화 약 2,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후 사건을 종결한 바 있다. 네덜란드 경쟁국(NMa) 역시 2008년 건설업계 입찰 담합 사건을 일괄 조사해 토목과 도로공사 분야에 각각 7,100만유로, 9,400만유로의 제재금을 부과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와 함께 이미 과징금을 낸 담합 사건에 대해서는 입찰참가 제한을 풀어달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선진국의 경우 담합 제재로 입찰참가를 제한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거나 범죄성이 중대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경제 이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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