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뉴타운 해제 소송 ‘폭탄’...“우려가 현실로”

출구전략 후폭풍,
해법도 없어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해제된 뉴타운 구역들에서 건설업체와 주민들간 소송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의

한 뉴타운 예정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뉴타운 해제 ‘후폭풍’이 조합원들을 덮치고 있다.

 

조합 측에 사업 비용을 대여했던 건설업체들 뉴타운 사업이 무산되자 조합원들을 상대로 빌려준 사업 비용을 내놓으라는 소송전이 시작됐다.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해제되면서 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서울시와 경기도 뉴타운·재개발 사업장이 수백 곳에 달하는데 이 중 적지 않은 곳의 지구 지정이 해제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사례가 늘면 업체들의 손해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213곳 가운데 절반이 해제

경기도에 따르면 관내에서만 9개 사업지에서 260여 억원에 이르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GS건설은 최근 경기도 부천시 소사본5B구역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60억원에 달하는 입찰 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사본5B구역의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이 해제되고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지구 지정이 해제되면서 비용을 회수할 방법이 없어져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부천 원미7B구역과 부산 전포1-1구역 등지에서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서울에서도 본격적인 소송전이 시작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서울 동대문구 전농7구역과 석관1구역 등 3곳에서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 등을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은 신림4구역과 제기4구역 등 3곳에서 관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같은 소송전은 ‘뉴타운 출구전략’이 시작되면서 예견됐던 일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 이후 100여 곳이 넘는 뉴타운·재개발 구역의 지구 지정을 해제했고, 경기도 역시 213개의 뉴타운·재개발 구역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0여 곳을 해제했다.

 

지금도 계속 해제 지역이 늘고 있는 만큼 업체들의 소송은 늘어날 전망이다. 추진위 단계에서 지구 지정이 해제된 곳은 지자체로부터 비용을 일부 보전받을 수 있지만, 이미 조합이 만들어진 곳에서는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업체 관계자는 “조합이 만들어진 이후 업체들이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해 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출구전략 지자체 지원 해법 없어

문제는 이 같은 소송전에서 조합들이 힘을 못쓰고 있다는 데 있다. 앞서 진행된 유사 소송에서 대부분 조합 측이 패했다. 뉴타운 출구전략의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안양 삼신6차 재건축조합은 서희건설이 제기한 비용 반환 소송에서 져 20억원을 반환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해결책도 없다. 서울시는 조합설립 구역까지 출구전략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는 입장이다. 조합설립에 관한 비용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고보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설립 비용에 대해서도 보전해줘야 한다면 국고보조는 필수”라며 “현재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된 관계법령이 여러 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계류 중인 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도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출구전략이 현실화하고 있지만 법안 개정이 필요한 만큼 정치권의 관심이 절실하다”며 “소송 상황 등을 파악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인 지원 방안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업체들이 소송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송에서 이겨도 조합이나 조합원을 상대로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는 쉽지 않다”며 “그래도 일단 소송에서 이기면 지자체의 지원이나 사업 재개 등 주변 환경이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스랜드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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