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들, 매출 채권만 '20조'... 현금 유동성 악화 우려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율 평균 30%, 현금흐름 악화 우려
지급보증 대출, 회계반영 기준 제각각…투자자 혼란 지적도

 

 

국내 건설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중이 다소 높아 실적회복 분위기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PF대출잔액 즉 우발채무를 회계에 반영하는 기준이 업체별로 제각각이어서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라온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이들 기업의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 금액은 19조3823억원이다.

 

6개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을 모두 더하면 65조2881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 비율은 30%에 이른다.

 

매출채권이란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건설업체가 공정률을 기준으로 발주처에게 대금 지급을 요청한 돈을 말한다. 앞으로 받아야할 공사대금(외상)을 의미하며 보통 3개월 안에 지급받는 게 일반적이다.

 

건설기업들은 매출채권 보유기간이 6개월 이상을 넘어서면 이를 장기매출채권으로 따로 분류한다. 대금지급이 6개월 이상 미뤄진 채권은 부채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매출채권과 장기매출채권을 별도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업계는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율의 적정 수준을 25% 내외로 보고 있다. 매출채권은 보통 분기(3개월)를 기준으로 회수된다. 분기별 자금회전율을 감안하면 매출액(100%)의 1/4 수준이 적정 비율이라는 것이다. 이 수준에서 매출채권을 관리해야만 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직전 분기와 유사한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6개 대형 건설기업의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중은 30% 정도로 적정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안심할 수만도 없다. 외상으로 남겨둔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사라지면 매출채권 일부는 부실채권으로 전환되는데 이때 건설업체는 벌어들인 돈을 통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하기 때문이다.

 

매출채권이 적정수준을 벗어났다는 것은 대손충당금을 설정해야할 리스크도 높아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실적부침을 딛고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손충당금 규모가 늘어나면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율이 25%를 넘어서면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또 매출채권이 많으면 이중 받지 못하는 돈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여서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제표에 PF대출잔액을 반영하는 정확한 기준이 없어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회계를 통해 업체들이 지급보증한 대출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워 우발채무에 따른 부실이 심화될 경우 건설업계에 어닝쇼크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PF사업은 대출주체가 시행자이고 시공사는 지급보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건설업체들은 PF대출잔액에 대한 1차 책임은 시행자에게 있다는 이유로 각각의 기준을 적용해 이 금액을 환산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우발채무와 관련된 리스크가 회계에 정확하게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GS건설은 올해 5월 투자설명서를 통해 PF대출잔액은 총 1조4808억원으로 자본총계의 46.9% 수준이라고 밝히면서 수분양자 대출(중도금 연대보증)과 이주비, 책임준공, 사회간접자본(SOC) 부문 대출과 관련된 지급보증은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당시 신용평가업계에서는 GS건설이 PF대출잔액에서 제외한 내용을 모두 더할 경우 지급보증 규모가 6조원까지 늘어나 우발채무 리스크가 생각보다 높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8월 발표한 투자설명서에서 SOC 공사와 재개발·재건축 관련 대출을 PF대출잔액과 별도로 분리해 계상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지난 10월 투자설명서를 내며 PF대출잔액에서 재개발·재건축과 관련된 지급보증만을 제외했다. 각 업체별로 PF대출잔액을 계상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른 것이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민간 SOC사업은 PF를 이용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회계 편의를 위해 이는 PF대출잔액과 따로 분류되고 있다"면서 "재무제표에 잘 드러나지 않는 우발채무가 부실해지면 장부에 없었던 부채가 확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도금 지급보증 역시 우발채무 중 하나"라며 "PF대출잔액을 기준으로 우발채무 리스크를 판단하는 투자자들에게는 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http://www.news1.kr/articles/?1946745
뉴스1 haezung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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