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프로치 완전 정복

굴릴까? 띄울까? 가까이 붙이기가 더 어렵네

 

 

 

린 주변에서 홀을 공략할 때는 굴릴 것인지 띄울 것인지를 놓고 먼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서민지(오른쪽) 씨가 김창욱(가운데) 교수의 지시에 따라 어프로치 샷을 익히는 모습을 김재은 씨가 지켜보고 있다.

 

90타 안팎을 치는 보기 플레이어들이 한 라운드에서 파온에 성공하는 홀은 3개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 15개 홀은 그린 주위에서 어프로치샷을 해야 하는 셈이다. 타수가 '백돌이'가 넘어가는 초보 골퍼라면 운 좋게 잘 맞은 1~2개 홀을 빼고는 거의 매홀 어프로치샷과 맞닥뜨려야 한다.
 
그린 주변까지 공을 잘 보내놓고도 '설거지'를 못해 '냉탕 온탕'을 오간다면 타수를 까먹는 것은 물론 멘탈이 무너져 그날 게임을 망쳐버리기 일쑤다.
 
"그동안 우리가 배워온 샷이 공을 멀리 보내는 데 중점을 뒀다면, 어프로치샷은 얼마나 핀에 정확하게 공을 붙이느냐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어프로치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두가지에요. 공을 띄우느냐, 굴리느냐 하는 것이죠."(김창욱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그게 무슨 차이에요?"

 

"핀의 위치와 경사도에 따라 공을 띄울지, 굴릴지를 선택해야 해요. 핀이 그린 멀리 있거나, 오르막이라면 굴리는 게 유리해요. 반대로 핀이 그린 앞쪽에 있거나 내리막일 경우 공을 굴리면 핀을 지나쳐 가버리기 때문에 띄워 쳐야 합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스핀을 먹여서 공을 강제로 세울 수도 있어요."

 

골프 샷에서 공의 이동 거리는 캐리(공중 비거리)와 런(볼이 땅에 떨어진 뒤 구르는 것)을 합한 거리다.

 

'칩 샷(chip shot)'이라고도 하는 '러닝 어프로치(running approach)'는 그린 에지에서 핀까지 공을 굴려서 보내거나, 공을 쳐 올려서 그린 위로 떨어뜨린 다음에 핀까지 굴러가게 하는 샷이다. 공과 그린 사이에 러프가 있거나 그린 위쪽까지 경사가 진 경우에 주로 사용한다.

 

'피치 샷(pitch shot)'은 그린 앞에 벙커가 있거나 핀과 에지 사이가 좁을 경우에 공을 위로 띄운 뒤 지면에 닿는 즉시 멈추도록 하는 샷인데 초보들이 구사하기에는 좀 어렵다.

 

"어프로치 기술은 많지만 초보들은 공을 굴려서 핀에 붙이는 러닝 어프로치를 연습하는 게 좋습니다."

 

"공은 어느 정도 굴러가게 해야 하나요?"

 

"어프로치샷에서 가장 피해야할 것은 캐리보다 런이 많은 샷인데 이 경우 거리감을 잡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15m 거리 어프로치샷을 한다고 했을 때 최소 중간 지점인 7~8m 이상은 공을 띄워 보내고, 나머지 구간을 굴러간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공을 띄울지, 굴릴지를 결정했다면 그에 맞는 클럽의 선택도 중요하다. 탄도가 높아지면 피치 샷이 되고, 낮은 탄도로 보내면 러닝 어프로치가 되는데 클럽의 종류가 볼의 탄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어프로치 샷에서는 클럽의 로프트 각에 따라 샌드 웨지(56도), 어프로치 웨지(52도), 피칭 웨지(48도)를 주로 사용한다. 로프트 각이 작을 수록 공의 탄도도 낮다. 극단적으로 공을 낮게 굴릴 때는 7번이나 9번 아이언 같은 미들아이언을 쓰기도 한다.

 

초보자들의 경우 클럽 헤드 페이스의 열리는 정도를 갖고 탄도에 변화를 주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클럽을 바꿔가면서 탄도를 조절하는 게 훨씬 유용하다. 다시 말해 어프로치 웨지를 들고 억지로 헤드를 열어 치는 식으로 피치 샷을 시도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얘기다. 로프트에 따른 정상적인 탄도각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드디어 러닝 어프로치에 도전한 재은 씨. 하지만 토핑을 내는 바람에 공은 뜨지 않고, 핀을 한참 지나쳐 굴러가 버렸다. 

 

"저는 왜 공이 안 뜨고 굴러가죠?"

 

"짧은 거리라도 어깨와 클럽을 같이 회전하면서 스윙을 해야하는데, 재은 씨처럼 손으로만 스윙을 하면 백스윙 때는 클럽 페이스가 열리고, 다운스윙 때는 페이스가 빨리 닫혀서 공이 뜨지 않고 굴러가게 됩니다."

 

민지 씨의 경우 공도 뜨고 런도 적당한 편이었지만, 공이 핀에서 심하게 왼쪽으로 굴러가버렸다.

 

"대부분의 초보들이 공을 치면 왼쪽으로 잘 갑니다. 백스윙 때 클럽 헤드가 약간 열려 있어야 하는데, 닫혀 있으면 다운스윙 과정에서 어드레스 때 정렬된 헤드 각도보다 헤드가 더 닫히게 됩니다. 이 때문에 공의 타깃 방향도 왼쪽으로 틀어져서 공이 왼쪽으로 날아가거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굴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러닝 어프로치샷을 제대로 구사하려면 백스윙 때는 클럽 헤드가 약간 열리고, 임팩트 후에는 셋업 때보다 페이스가 약간 더 닫혀야 합니다."

 

어프로치에서 기본적으로 기억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양발 간격을 좁히고, 왼발은 약간 열어 오픈 스탠스로 선다. 어깨의 방향은 비구선과 평행하게 유지한다. 10m 내외의 아주 짧은 거리라면 왼발에 체중을 80~90% 가량 두고, 거리가 멀어질 수록 왼발의 체중 비중을 줄인다.

 

 어프로치샷은 거리와 방향성이 중요한만큼 체중 이동이 필요한 통상적인 샷과 달리 백스윙 동안에도 최대한 왼발에 체중을 유지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둘째, 30m 이내 거리라면 클럽의 스윙 궤적은 비구선과 평행선 상에서 그려지는 게 좋다. 풀스윙과 달리 몸 앞에서 이뤄지는 짧은 스윙이기 때문에 방향성을 최대한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는 퍼팅과 같이 직선의 개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런 거리는 공을 치고 나서 헤드가 얼마나 닫혀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헤드가 많이 닫히면 공도 많이 구르고, 적게 닫히면 그만큼 적게 구른다. 따라서 본인의 스윙과 헤드의 닫힘 정도를 파악해 상황에 따라 구르기를 조절해야 한다.

 

"멀리 보내는 것만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 붙이는 게 더 어렵네요."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 

영상제작=박정욱 PD, 이상봉 대학생인턴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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