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대장주' 은마아파트 어떻게 돼 가나
단지 내 폭 15m 도로 '발목'
전용 76㎡형 9억1000만원,
84㎡형 10억1000만원 매물 나와
뛰어난 입지와 큰 덩치(4424가구)로 아파트 가격기준 된 적도 있어
최근 수년 간 재건축 사업 속도가 더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대장주, 강남 아파트 값의 바로미터….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붙은 화려한 수식어다.
올해 입주 35년째를 맞은 이 아파트는 강남을 대표하는 재건축 단지로,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단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뛰어난 입지와 큰 덩치(4424가구) 덕분에 과거 주택시장의 거래와 가격 동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그런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사업에 있어선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한 지 13년이 지났지만, 2010년 3월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을 넘은 뒤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조합 설립 일정도 불투명한 상태다. 재건축 사업이 더딘 행보를 보이면서 서초구 반포동이나 강남구 개포동 일대 단지들에 재건축 선두주자로서의 입지를 넘겨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건축 추진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단지 내 폭 15m짜리 도로다. 서울시가 2006년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설계한 것인데, 추진위 측은 사업성이 악화된다며 도로 설치 계획을 반대하고 있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도로로 인해 단지가 둘로 쪼개지면 사선제한 규제에 걸려 도로 주변의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없다"며 "가구 수가 줄어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1억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로 사선제한 규제는 도로변에 건축물을 지을 때 건축물 반대쪽 도로 끝 지점과 도로 폭의 1.5배 높이가 되는 지점을 잇는 사선을 긋고, 그 사선의 안쪽에만 건축물을 짓도록 한 규제다.
여기에 더해 주민 간 소통 단절, 외부차량 통과 교통량 증가에 따른 소음공해·안전사고 우려 등도 단지 내 도로 설치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기본계획을 변경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량 동선 등 도시계획적 측면을 고려할 때 단지 안에 해당 도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단지 규모가 크다 보니 서울시 입장에선 단지를 분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 같다"며 "시가 기본계획을 변경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기본계획 변경은 최종적으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의 심의를 거쳐야 가능하다. 통상 기본계획이 확정된 후에야 정비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조합설립도 가능한데, 기본계획 단계에서 꼬인 실타래가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추진위는 최근 자체 정비계획 수립에 나섰다. 이를 위해 아파트 주민과 상가 소유주 총 497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71%가 1대 1 재건축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희망 주택형은 전용면적 84㎡(28%)가 가장 많았고 91㎡(26%)가 그 뒤를 이었다. 설문에는 전체의 62%(3076명)가 참여했다.
추진위는 용역업체를 선정, 설문 결과를 반영한 정비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오면 추진위는 강남구청을 거쳐 서울시에 정비계획안을 낼 방침이다.
시 도계위에서 추진위 측 계획안을 수용하면 내년 초쯤 조합설립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청을 통해 주민 제안이 들어오면 신중히 검토해서 계획안 변경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 와중에도 시세는 강보합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7억9000만원에 거래되던 전용면적 76㎡형이 지난달 9억원에 팔렸다.
호가(부르는 값) 기준으로는 전용 76㎡형이 9억1000만원, 84㎡형이 10억1000만원 정도에 매물이 나온다. 지난해 말보다 평균 1억원가량 오른 수준이다.
대치동 S공인 관계자는 "이달 들어 매수 문의가 주는 등 시장 분위기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내년에 조합만 설립되면 집값이 최소 1억원 이상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려면 수년 이상 걸리는 데다 중층(14층)으로 지어져 사업성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서다. KB국민은행 박합수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용적률이 200%에 가까워 법정 상한선(300%)까지 올려도 일반분양분이 많지 않아 사업성이 생각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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