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설업체들, '제2의 텃밭' 아시아권 건설 인프라 수주에 올인

중국 등 경쟁국 입지 커져,

올해 수주 물량 작년의 반토막
건설사 플랜트·초고층빌딩 등 주력,

정부 차원 지원 절실

 

 

말레이지아 메르데카 경기장. 이 자리에 100층짜리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다.

현재 입찰이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건설업체들이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957년에 건설된 메르데카경기장은 50대 올드 축구 팬들이라면 영원히 잊지 못할 축구 경기장으로서의 기억이

남아 있다. 말레이지아 축구의 몰락과 함께 과거 아시아 축구의 꽃이었던 메르데카컵 대회도 중단되고 아울러 이

경기장도 폐쇄되고 말았다.<에디터 황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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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건설시장은 중동과 함께 국내 건설사들의 전통적인 수주 텃밭으로 꼽힌다.

 

중동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공사를 수주하고 있으며 세계 건설시장 가운데 가장 많은 국내 건설업체들이 진출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들어 중국·유럽 등 경쟁국가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 정부 차원의 수주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아시아 지역 공사 수주 중국 등 경쟁국가에 '흔들'

2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0월 현재 해외건설 총 수주금액은 총 518억2천510만2천 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중동에서 전체의 53.8%(계약금액 기준)인 278억7천864만2천 달러를, 아시아지역에서 22.65%를 117억3천659천 달러를 각각 수주하며 중동과 아시아가 해외 건설시장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올해 수주액이 가장 많은 국가는 베트남으로 총 68건, 31억2천886만6천 달러에 이른다. 2위는 싱가포르로 16억6천797만3천 달러(14건), 3위는 말레이시아로 16억1천306만3천 달러(11건)를 따냈다.

 

그러나 올해 아시아 지역의 수주는 전반적으로 작년만 못하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지난해 10월 현재까지 실적이 212억7천290만8천달러 였던 것과 비교해 55% 수준에 그친다.

 

정부는 지난해는 독립국가연합(CIS)의 대규모 발전소 공사 발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사상 최대의 수주실적을 올렸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올해 아시아지역은 CIS 국가 등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감소하면서 국내 건설사의 수주 물량이 작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올해 수주액이 작년을 제외한 최근 5년간 아시아지역 평균 수주액(103억 달러)보다는 많아 올해도 예년 수준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아시아 지역의 수주 물량 감소가 발주 물량 감소외에 경쟁국과의 수주 경쟁에서 밀리는 영향도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저임금과 대규모 자금력을 무기로 한 중국의 바람이 매섭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중국은 낮은 인건비로 국내 건설사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높은 시공기술이 요구되는 대규모 플랜트나 초고층 빌딩 등에서는 한국업체가 유리하지만 기술력을 요하지 않는 일반 건축·토목 공사들은 중국업체에 물량을 뺏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특히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최근들어 중국에 우호적인 동남아시아 건설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국이 민간투자사업에 대규모 파이낸싱과 차관을 제공하기 때문에 수주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종전까지 아프리카 시장 개척에 나섰던 중국이 최근 동남아시아쪽으로 눈을 돌리며 국내 건설사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 앞서는 플랜트·초고층 수주 주력…정부 지원 절실

국내 건설사들은 이에 따라 중국에 비해 기술력에서 강점이 있는 대형 플랜트나 초고층 빌딩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를 집중 공략하고 있는 대우건설[047040]은 1980년 진출 이후 건축공사에 주력해왔으나 앞으로 플랜트 수주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대우건설의 한 승 말레이시아 지사장은 "대우건설 전체 해외수주의 60% 이상이 발전·석유화학 플랜트인데 말레이시아만 유독 건축 공사에 수주가 집중됐다"며 "앞으로 강점을 보이는 초고층 빌딩은 물론 플랜트 분야로 수주 공정을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마감한 말레이시아 조호르 지역의 'Track 4A 발전소' 입찰에는 대우건설을 비롯해 대림산업·포스코건설·현대산업개발 등 15개의 국내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메르데카 경기장에 건설하는 100층짜리 초고층 빌딩 수주에도 대우건설과 삼성물산[000830]이 사전적격심사(PQ)를 통과해 올해 말 본입찰을 앞두고 있다. 

 

이르면 내년중 발주될 것으로 예상되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 고속철도 건설 사업도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 120억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공사로, 사업 진행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정부가 철도 부지를 확보하면 민간 건설사가 직접 건설·운영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국토부도 연초부터 서승환 장관이 말레이시아 육상대중교통위원회 위원장과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장을 차례로 만나 국내 건설사의 KTX 시공 기술력을 알리는 등 수주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속철도는 중국을 비롯해 일본·중국·이탈리아·프랑스 등 수많은 국가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어 수주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며 "그러나 해외건설 수주 공정을 다양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건설시장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동남아시아처럼 전 세계의 나라들이 경쟁을 벌이는 곳은 수주 환경이 점점 열악해져가고 있다"며 "특히 파이낸싱을 통한 개발사업 참여가 가능하도록 국가 차원의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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