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급체계 개편 시급하다" - 이태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발전원별 설비용량
자료 출처 : 한국전력 전력통계속보(’13.12, 422호)
올해는 그다지 무더위에 시달리지 않으며 지내고 있다.
새로 지은 발전소와 정지됐던 원전의 재가동으로 전력공급에 자신을 보이는 정부가 강제 절전조치를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력부족으로 경보가 수시로 발령되고 냉방기는 물론 조명조차 꺼야했던 작년을 생각하면 다행스런 일이다.
통계에 따르면, 2010년의 국내 1인당 에너지소비량은 5.05 석유환산톤(TOE)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업구조나 지리적 위치가 비슷한 이웃 나라 일본에 비해 30 정도나 더 많은 양이다. 하지만 과거 2000년에는 우리와 일본의 1인당 에너지소비량이 거의 같았다.
과거 10년 동안 선진국들은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인 반면(일본 -4.7 , 미국 -10.6 , 영국 -13.5 ), 우리는 오히려 26 이상 큰 폭으로 늘린 결과다. 결국 에너지소비량 자체가 많은 것도 문제려니와 소비증가율이 경쟁국들과는 반대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한편 2011년의 국내 1인당 전력소비는 1만162kW로 일본보다 30 가량이 많았다. 1인당 에너지소비량과 마찬가지로 1인당 전력소비량도 일본보다 30 많았다는 건 우연의 일치일까? 우리의 에너지소비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결국 전력소비가 많기 때문은 아닐까? 비록 전기는 더 쓰지만 다른 에너지는 덜 쓰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전기는 사용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생산부터 이용까지의 효율이 낮다는 점과 한 종류의 에너지에 소비가 집중되면 비효율성과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점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
먼저, 전기는 생산과정에서 반드시 열이 발생되고 그 대부분은 바다나 하천 또는 대기 중으로 버려진다.
정부통계에 의하면 국내 발전효율은 대략 35 수준이다. 전기를 생산하는데 국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40 정도가 사용되니, 발전 후 버려지는 에너지는 무려 26 에 달한다. 그나마 생산지로부터 수요처까지 장거리 전력수송에 따르는 손실은 제외한 수치다.
2010년을 기준으로 316억불의 외화가 버려지는 셈이며, 이는 같은 기간 자동차를 수출해서 벌어들인 외화의 60 와 맞먹는 막대한 액수다.
한편 2012년 기준 국내 발전시설 용량은 약 8,500만kW로, 일본의 76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1인당 전력소비량은 30 가 많음에도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발전시설의 규모는 3/4 수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하고도 별다른 전력부족 사태를 겪지 않은 배경이기도 하다.
작년 원전 몇 기를 중단하고도 작년 여름만 19차례의 전력경보가 발령된 우리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도 앞으로 발전시설의 용량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겠다. 과연 그럴까?
일단 생산에서부터 비효율적인 전기의 소비를 줄여야 한다. 단순히 일본의 예에 비추어 보더라도 30 이상의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절대적인 소비를 줄일 수 없다면 다른 종류의 에너지를 대신 쓰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은 전기를 아끼지 않고 물 쓰듯 펑펑 쓴다고 비난받아 왔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국내 가정에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전기를 아껴 쓰고 있다. 상대적으로 전력요금이 싼 산업부문에서 줄이는 한편, 같은 양의 에너지라도 합리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의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결국 전력소비를 줄이거나 대체하면서 발전시설도 늘리는 묘책이 요구된다. 수요가 있으니 발전소를 마구 짓는 건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전력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도시에 발전소를 지어야 한다. 대규모 발전소가 아니라, 발전 배열은 물론 지역의 모든 에너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소규모 지역에너지 센터를 짓는 것이다.
발전시설도 늘리고 전력소비도 대체할 수도 있어 일거양득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가 따른다. 지금까지 대도시와 대기업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너지 가격으로 혜택을 누려온 경제주체들의 양보가 필요하다.
또 획일적으로 운영되어온 에너지 수급체계를 이원화 해 지금까지 중앙정부가 도맡아온 에너지 수급체계 중 지역에서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히 지방정부에 이관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가 지역의 에너지 수급사정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지방정부가 관할지역의 에너지 수급체계를 최적화할 때 국내 에너지 이용효율도 개선되고 에너지 안보와 국가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태원 선임위원(한국건설기술연구원 그린빌딩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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