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문화유산, "로봇이 발굴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업무협약,
인양기술 공동 개발 추진
영화 <타이타닉>의 첫 장면은 아직도 우리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심해의 칠흑같은 어둠 속에 장고한 세월을 견딘 침몰 선박의 잔해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이제 우리도 직접 바다에 뛰어들어 잠자고 있는 해양유물을 깨울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6일 오후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명량>을 관람하기에 앞서 배우 안성기(왼쪽 끝) 씨,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오른쪽)과 함께 이순신 장군 의상을 살펴보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하 해양과기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지난 8월 20일 수중문화유산 조사·보호를 위한 과학기술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수중문화재 조사에 필요한 장비와 인양기술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고, 수중로봇 활용기술은 물론 수중문화재 인양기술 개발도 함께 하기로 했다.
또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해 수중문화유산 조사·보호체계 구축도 추진한다. 사실 해양유물 발굴이 공개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1985년에 이뤄진 ‘타이타닉호’ 발굴 작업부터다. 선체 일부와 회중 시계 등 수장돼 있던 각종 물건들이 발견돼 큰 관심을 끌었다. 또한 그 과정은 영화 제작으로까지 이어졌다. 유네스코는 2012년 타이타닉호를 수중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수중 발굴 조사 모습 출처 세계일보
우리나라도 지난 2006년 국립해양유물전시관(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이 수중문화유산 조사 전용선 ‘씨뮤즈(Seamuse)’를 바다에 띄우면서 ‘신안 해저유물 발굴’ 시도로 해양유물 탐사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로선 첨단 장비였다.
이후 2012년 아시아 최대 수중유물 발굴선으로 취항한 ‘누리안호’가 국내 연안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진도 명량대첩로(오류리) 해역에서 고려시대 유물을 비롯한 조선 임진왜란 당시 유물 등을 발굴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그러나 조류가 빠르고 시계가 좋지 않은 우리나라 근해에서는 유물 발굴을 위한 ‘기술의 고도화’가 필수다. 이번 업무협약체결은 이런 맥락에서 비롯됐다.
수중로봇 크랩스터(Crabster CR200)는 해저에서 초당 0.1미터의 속도로 6족 보행하는 수중로봇이다.
수중음파탐지기(67킬로헤르츠)와 초음파카메라(1.8~3.0메가헤르츠) 등이 장착돼 있다.
현재는 해양과기원이 보유한 수중로봇 ‘크랩스터(Crabster CR200)’의 활용 방안까지 거론될 정도로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 로봇은 지난 4월 세월호 사고에도 투입됐다. 해양과기원 측은 이 로봇이 앞으로 우리나라 해양유물 발굴·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중로봇 발굴은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부터 본격화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과 정용화 연구사는 “현재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로 올해 수중로봇 개발 및 활용 준비단계에 착수했다”며 “내년에는 수중로봇을 수중문화재 발굴현장에서 실제 운영하며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양역사 관련 조선시대 기록물 9점 복원 성공
이와 더불어 최근 영화 <명량>이 인기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역사고증을 통해 만든 소품이 주목받았다. 이보다 앞서 2012년 <난중일기>만큼이나 명량해전을 세세하게 설명한 문헌이 발견돼 세간이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바로 이순신의 곁에서 함께 전쟁을 지휘했던 사호(沙湖) 오익창(吳益昌)의 <사호집(沙湖集)>이다. 이 책의 발견으로 영화 속 명량해전도 사실감이 더해졌다. 그만큼 관련 기록물을 해독하고 복원하는 일도 해저유물 발굴만큼이나 게을리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역사 기록물 복원 작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국가기록원 역사기록관이 조선시대 기록물 복원에 성공한 것. 지난 8월 28일 국가기록원 역사기록관은 국립해양박물관이 소장한 해양 관련 기록물 9점을 복원해 박물관에 인계했다. 특히 이번 복원 처리가 완료된 기록물은 조선 수군 기록물 6점과 근대기까지의 어업기록물 3점이다. 역사기록관 측은 우리나라 해양역사를 조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라지역 좌수사 등 각 사에서 점고(조사·검열)하는 내용을 담은 수군조련홀기 복원 전(위)과 복원 후(아래).
복원된 자료 중에서는 조선시대 왕이 수군절도사 등을 임명할 때 내린 명령서인 유서(諭書)와 수군의 훈련 모습을 추정할 수 있는 조련절차를 기록한 홀기(笏記)가 주목받았다. 당시 조선 수군의 ‘임명’에서 ‘훈련’까지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자세한 그림이 담겨 있는 어업면허문서와 어장도 등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이 문서들은 곧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역사기록관 조은혜 주무관은 “이번에 복원이 완료된 기록물을 곧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며 “앞으로 기록물 보존처리의 전문성을 기틀 삼아 지역 내 유관기관의 중요 기록물들을 안전하게 복원해 나가겠다”고 했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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