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충전해 '서울-부산' 왕복하는 전기차 없나?

 

배터리액 갈아넣고 마그네슘 끼우고,

전기차 연구진 전력 효율 각축전

 

전기차는 주행 중에 일체의 오염물질을 발생시키지 않는데다 승차감이나 동력 성능도 우수해 장점이 많다.

세계 각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기차 대중화가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 시판 중인 전기차들도 시내 운전용 보조 자동차, 혹은 미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내 놓는 ‘컨셉트카(Concept Car)’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이런 흐름에 변화가 보이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를 점칠만한 첨단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콴트 e스포츠 리무진. 고성능 전기자동차로 ‘플로우 셀’ 방식의 배터리가 처음으로 사용됐다. - 위키미디어 제공 

 

주유기에서 기름 대신 ‘배터리액’ 교체

사람들이 전기자동차를 적극적으로 구매하지 않는 이유는 먼 거리를 가지 못하고, 충전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판매하고 있는 국산 전기차 ‘레이 EV’를 예로 들어보자. 이 자동차를 급속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5분. 한 번 충전하면 140km를 채 달리지 못한다.

 

에어컨을 틀면 주행 시간이 더 줄어들어 1시간 남짓 달리고 나면 30분 가량을 충전에 써야 한다는 우스꽝스러운 계산이 나온다. 더구나 잦은 급속충전은 배터리 수명을 단축할 염려가 있어 가급적 6시간 이상이 걸리는 완속충전이 권장된다. 또 속도를 끌어 올릴수록 전기소모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사실상 장거리 운전은 불가능하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자동차 회사나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저마다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받는 기술이 ‘플로우 배터리’ 라는 기술이다. 올해 7월 말 독일 자동차 관련 연구개발 기업 ‘나노플로우셀 AG’는 주행거리 600km가 넘고, 최고 출력 920마력이 넘는 고성능 전기자동차 ‘콴트 e-스포츠리무진’을 독일 기술감독협회(TUV Sud)의 인증을 받아 일반 도로에서 주행이 가능해졌다고 발표했다.

 

이 차가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8초. 최고속도는 379km에 달해 흔히 말하는 ‘슈퍼카’ 반열에 들어간다. 전기자동차로 이만한 성능을 낸 것도 유례없는 일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자동차에 ‘플로우 셀 배터리’를 최초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주목한다.

 

플로우 셀 배터리는 내부에 들어 있는 ‘건전지 액’을 외부로 뽑아내 별도의 탱크에 담아두는 독특한 형태다. 어떤 전지든 내부에서 두 종류의 액체를 섞으면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만들어 내는데, 플로우 셀 배터리는 배터리 밖에 있는 탱크에서 액체를 배터리 내부로 순환시키면서 전기를 만든다.

 

본래 이 기술은 빌딩 등에 대규모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대용량 전기저장장치(ESS)’ 용으로 개발됐다. 이 방법을 쓰면 외부(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듯이 배터리 액을 주입하면 충전시간 문제가 사라지게 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를 위해 주유소에 배터리 액을 갈아 넣는 시설을 설치하고, 이렇게 갈아 넣고 난 배터리 액을 재충전 할 수 있는 시설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건물용 에너지공급을 위해 플로우 셀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다.

 

충전에 시간 걸리면, 배터리 통째로 갈고 끝

현재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간단한 방법은 충전소에 들러 표준화된 배터리를 통째로 갈아 넣는 방법이다. 처음 차량을 구입할 때 배터리 비용을 일정 금액 지불하고, 약속한 기간이나 횟수만큼 배터리를 갈아 넣을 권한을 얻는 것이다.

 

다만 이 방식은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기름을 절반만 채울 수 없어 사용자 입장에서 불합리하게 느낄 수 있다. 여기에 현재 200~300㎞ 정도인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를 일반 승용차의 최대 운행 거리인 600~700km와 유사한 수준으로 늘릴 필요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상당히 자주 충전소를 찾아야 한다.

 

비슷한 아이디어로 ‘마그네슘-소금물’ 전지를 쓰는 방법도 있다. 마그네슘은 소금물과 반응하면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전기를 만들게 되는데, 이 원리를 적용해 자동차를 달리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기차 운전자는 충전소에 들러 배터리가 아니라 차 속에 들어 있는 ‘마그네슘 판’을 갈아 넣고 소금물을 보충하게 된다.

 

이 방식은 배터리를 통째로 갈아 넣는 방법에 비해 무게 대비 전기 저장 용량이 3~5배 정도로 높기 때문에 한번 충전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도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교체한 마그네슘 판은 재처리를 거치면 다시 쓸 수 있다. 2012년 한국과학기술원(KIST)은 이 배터리를 개발해 시험운행까지 마쳤지만 아직 상용화 논의는 없는 상황이다.

 

아예 고속 충전과 방전이 가능한 고성능 배터리를 새롭게 개발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시도되고 있다. 흔히 ‘슈퍼 커패시터’라고 부르는 초고성능 배터리를 새롭게 개발하는 것으로, 개발이 완료되면 1분 안에 빠르게 고속 충전해도 수명에 문제가 없고, 용량도 몇 배 이상 늘릴 수 있어 일반 자동차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

 

올해 4월 이효영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팀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공동으로 충전 용량이 기존 배터리보다 3배 많고, 충전 시간은 약 1000분의 1로 줄인 ‘수직구조 그래핀 플레이크를 이용한 고성능 저장장치’ 배터리 전극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배터리의 전극만을 개발한 것으로 상용화 과정을 추가로 연구해야 한다.

 

무인자동차 전문가인 심현철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플로우셀 배터리 등 첨단기술이 전기차 상용화를 한층 앞당기고 있다”면서 “전기차가 대중화 되려면 첨단기술을 발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정비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대전=전승민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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