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처럼 가벼운 공기,
그러나 그 공기에도 무게가 있다
집 안의 공기 무게와 그 집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몸무게와는 어느 쪽이 더 무거울까?
그러면 누구나 다 그것을 질문이라고 하는가, 당연히 사람들의 몸무게이지하고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사실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듯이 공기처럼 가벼운 물건은 이 세상에 별로 많아 보이지 않는다.
사실 영어에서도 공기(air)라는 명사를 형용사화한 airy란 말에는 가볍다는 뜻이 있고, 또 ‘깃털처럼 가볍다(as light as a feather)’란 말과 더불어 ‘공기처럼 가볍다(as light as air)’란 말도 자주 쓴다. 그래서 보통의 경우 사람들은 공기는 아주 가벼운 것, 또는 더 나아가 무게가 없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공기에는 정말 무게가 없을까?
집 안의 공기 무게, 사람들의 몸무게보다 무겁다 가볍다고는 하지만 그 공기에도 무게는 있다. 그 무게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까닭은 우리가 대기권이라는, 말하자면 ‘공기로 가득 찬 일종의 바다’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살고 있는 물고기가 물의 무게나 존재를 못 느끼듯이 우리들도 대기권이라는 공기의 바다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공기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온도와 기압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가 살고있는 1기압에서는 1㎥당 기온이 20。C일 때는 1.2kg중, 10。C 때는 1.25kg중이나된다.(1kg중의 무게는 질량 1kg인 물체에 작용하는 지구 중력으로서, 그 크기는 1kg중 = 1kg × 9.8m/s2 = 9.8kgm/s2= 9.8N = 약 10N이다.)
쉽게 말해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책상의 부피는 약 1㎥인데 그 안에 들어 있는 공기의 무게는 약 1.25kg중,
따라서 근(1근은 0.6kg)으로 따지면 약 2근이나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공기라 해서 그 무게를 깔보아서는 안 된다.
보통 소설책 한 권의 무게가 1근이나 2근이 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본다면 공기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것이다.
그 공기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집 안에 가득 차 있다면 그 무게는 얼마나 될까? 예컨대 우리나라의 중산층 가정이 사는 주택의 평균 건평 수는 약 30평으로서 이것을미터법(국제 단위계인 MKS 단위계)으로 고치면 약 100㎡가 된다.
그 방의 높이를 2.5m라 한다면 이 100㎡(약 30평)의 방 안에 들어 있는 공기의 부피는 100㎡ × 2.5m = 250㎥이 된다. 공기의 무게는 1㎥당 1.25kg중(20。C 기준)이었으므로 방 안의 공기의 총 무게는 250㎥× 1.25kg중/㎥ = 312.5kg중이나 된다.
한편 우리나라의 가정의 평균 가족 수는 약 3.5∼4명(사사오입해서 4명), 1인당 평균 체중은 60kg중이므로 가족의 몸무게는 60kg중 × 4 = 240kg중이 된다.
따라서 이 무게는 집 안에 들어 있는 공기 무게인 312.5kg중보다 가볍다. 뜻밖의 결과이지만 틀림은 없다. 가볍다, 가볍다 했던 공기 무게가 실은 이처럼 그 집 안에서 사는 가족의 몸무게의 합보다 더 무거웠던 것이다.
양 어깨에 8t의 무게를 받으면서 사뿐히 걸어 다닐 수 있는 이유 상식과는 달리 이처럼 공기 무게는 의외로 무겁다. 그 무게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까닭은 우리가 대기권이라 불리는 ‘공기로 가득 찬 바다’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가 바닷물이나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헤엄칠 때, 물도 무게를 갖는다는 사실을 깜박 잊게 된다. 그런데 그 물은 사실은 ㎥당 1t중이라는 어마어마한 무게(대략 소형 자동차의 무게)를 갖고 있다.
그러니 대기권이라는 ‘공기로 가득 찬 바다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1㎥당 1t중인 바닷물의 무게와 비교할 때 1.25/1000 =1/800밖에 안 되는 ㎥당 1.25.kg의 공기 무게를 느낄 리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에서 보듯 물의 약 1/800밖에 안 되는 이 공기 무게도 대기권 저 높이까지 모두 합치면 1㎡당 약 10만 kg중(1대기압 = 10만 kg중/㎡), 즉 약 100t중의 무게가 된다!
그러니 보통 사람의 경우 그 양 어깨(어깨의 단위 면적은 약 0.4m × 0.2m = 0.08㎡)에 걸리는 공기 무게는 100t중의 0.08배인 약 8t중이나 된다. 쉽게 말해 1.3t중무게의 중형 자동차 약 6대분의 무게이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그 무게를 전연 느끼지 못할까?
그것은 우리가 대기권이라는 공기로 가득 찬 바다’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바다 속에서는 공기의 무게(압력)는 파스칼(Blais Pascal; 1623∼1662)의 원리에 의해 사방 팔방 모든 방향으로 분산되어 골고루 작용된다.
우리 몸속으로도 들어가 각 세포의 상하 전후로 골고루 작용한다.
그 결과 우리 어깨를 누르는 공기의 무게(압력)는 어깨를 구성하는 여러 세포 안쪽, 즉 위쪽으로 밀어 올리는 힘(압력)과 상쇄가 된다.
그 결과 우리는 대기 속에서 살면서 대기의 무게(대기 압력)를 전연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뿐이랴, 우리는 산소 탱크(스쿠버 장치)를 짊어진 채 수심 40∼50m나 되는 깊은 곳에서 5∼6기압(10m마다 1기압씩 증가)이라는 큰 압력을 받으면서도 납작하게 눌리어 찌부러지는 일 없이 태연하게 헤엄칠 수 있다.
그러니 대기권 안에서 사는 우리가 1기압밖에 안 되는 대기 압력을 전연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 대기압은 대기 속에 싸여 있는 모든 공기층의 총무게와 같다는 사실을 최초로 갈파한 사람은 파스칼이었다.
대기권: 높이에 따른 기온 분포에 따라 4개의 층으로 분류
대기압이 우리들 머리 위에 싸여 있는 대기층의 무게 때문이라 한다면, 높은 산에서 공기 층이 산 높이만큼 줄어들어 공기가 누르는 압력만큼 줄어들 것이란 것을 결론을 내린 파스칼은 1648년 그 실험을 매형인 페리에 수도사에게 부탁했다. 이때 파스칼은 건강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실험은 이듬해 가을에 표고 1465m인 퓌드돔 산의 기슭과 정상에서 같은 날에 이루어졌는데, 수은주의 높이는 산기슭에서는 760mm, 산꼭대기에서는 637mm로서 둘 사이에는 123mm의 수은주 높이 차가 생겨 파스칼의 탁월한 예견이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지하 53km 지점에서는 사람은 공기 속에 둥둥 뜨게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대기압이 대기권 내에 들어 있는 공기의 무게 때문에 생긴다면, 높은 산에 올라갈수록 기압은 낮아지고, 반대로 광산의 갱도처럼 지하 깊숙이로 내려간 곳에서는 압력이 높아질 것이 예상된다.
예컨대 저 유명한 공상과학 소설가인 쥘 베른(Jule Verne; 1828∼1905)은 그의 공상 과학 소설 <땅밑 여행>에서 지하 여행을 떠난 노과학자 리덴블록 교수 일행이 지하 53km 지점에서 큰 고난에 부딪치는 이야기를 쓰고 있다.
즉 지하 53km 지점에서는 압력이 올라갈 대로 올라가 800기압이 되고, 고기압에 눌린 공기의 밀도는 800배, 즉 물의 밀도와 같아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더 이상 지하로 내려가려 해도 몸이 공기 중에 둥둥 뜨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미리 준비해 간 납덩어리(물의 밀도의 11.34배)를 발에 달고서야 겨우 더 깊은 곳으로 갈 수 있었다고 했다.
물론 이 이야기는 공상과학 소설 속에서의 이야기이고, 사람은 800기압은커녕 5기압 정도에서 질소 마취(질소 분압 4기압), 13기압 정도에서 산소 중독(산소 분압 2.5기압)에 걸려 죽게 된다. 계산에 의하면 기압이 5기압으로 올라가는 지점은 지하 13km, 13기압으로 올라가는 지점은 20km이다. 따라서 특수 장비를 갖추지 않는 한 이보다 더 깊은 곳까지는 사람이 갈 수가 없게 된다.
깊이에 따라 지수 함수적으로 늘어나는 압력 그렇다면 왜 지하 53km에서는 압력이 지상에서 보다 800배나 커지는가?
상온에서 1기압의 공기 무게 또는 밀도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물의 1/800이다.(물의 밀도는 1t/㎥, 10。C에서 공기의 밀도는 1.25kg/㎥이므로, 1.25/ 1000 = 1/800)
그런데 알다시피 수중에서는 10m 깊이로 잠수할 때 압력은 약 1기압이 늘어나 절대 기압(늘어난 1기압과 대기압을 합친 것을 절대 기압이라 부른다)은 2기압이 된다. 따라서 밀도가 물의 1/800인 공기의 경우라면 물의 경우의 800배, 즉 10m × 800 =8km의 깊이가 되면 1기압이 더 늘어 절대 압력은 2기압이 된다.
실제로는 심해 밑으로 내려갈 때마다 공기의 밀도는 물의 경우처럼 일정하지 않고 조금씩 늘기 때문에 8km가 되기 훨씬 전에 절대 압력이 2기압에 도달하게 되지만 여기서는 대략적인 계산을 하기 위해 대충 8km 깊이에서 1기압이 더 늘어난다고 하자.
그러면 잘 알려져 있는 보일(Robert Boyle; 1627∼1691)의 법칙(동일 온도에서 기체의 압력과 부피는 역비례한다)에 의해 지하 8km 지점에서의 공기의 부피는 지표면에서의 1/2로 줄어드는 결과, 밀도는 2배로 늘어나 물의 밀도의 1/400이 된다.
이렇게 압축되고 농축된 공기 속을 또다시 8km 내려가면 압력은 또 다시 2기압이 더 늘어 절대 압력은 4기압이 된다. 따라서 공기의 밀도는 지표면에서의 4배인 물의 밀도의 1/200이 된다.
그러므로 공기의 압력과 밀도는 8km씩 내려갈 때마다 2배씩 늘어난다. 그 결과 80km 깊이에서는 공기의 압력과 밀도는 2의 10제곱 배, 즉 1024배가 되고 72km에서는 2의 9제곱 배인 512배가 된다. 그래서 이 중간 지점 어디에선가 공기의 압력과 밀도는 지표면에서의 800배가 되어 물의 밀도와 같아진다.
위 계산에서는 깊이를 8km 단위로 변경시켜 계산했고, 깊이가 8km씩 변하는 사이에는 공기의 밀도가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을 썼다. 물론 이 가정은 지나치게 대략적이다. 그래서 8km씩이라는 단위에서 1km 대신 1m, 1m 대신 1cm 등등으로 단위 길이를 짧게 잡고 계산하면 깊이 53km 지점에서 공기의 밀도와 압력은 꼭 지표면에서의 값의 800배가 되어 공기의 밀도는 물의 밀도와 같아진다.
미분학을 쓴 정확한 계산을 해보면, 깊이 h 지점에서 밀도 ρ(h)는 ( )로 주어진다.
지표면에서의 공기의 밀도인 ρ0 = 1.25kg/㎥, 지표면에서의 압력인 p0 = 1기압 = 약 10만 N/㎡, 중력 가속도의 크기인 g = 9.8m/s2 을 대입하면 p0/ρ0g = 8km이 된다. 그 결과 윗식에 의해 길이 h가 8km가 될 때마다 밀도는 e = 2.718……(자연 대수의 기저)배가 된다.
반대로 지하가 아니라 상공으로 8km를 올라가면 밀도와 압력은 대략 지상의 1/e = 0.368……배가 되는데 이것은 실제의 관측값인 0.351과 대략 일치한다. 다만 이때는 상공으로 올라가는 데 따라 기온이 -37。C로 내려가고, 또 공기의 구성 성분비(수소나 헬륨 등 가벼운 기체가 더 늘어남)도 변하기 때문에 이론값과 관측값 사이에 약간의 불일치가 생긴다.
그러나 저위도 지방에서는 약 16km까지 대기권으로서 구름, 비, 바람 등 기상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며, 이보다 위가 성층권이다.
공기의 엄청난 무게 깃털처럼 가볍다는 공기, 보통은 그 존재를 느끼기조차 못했던 공기였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기(대기)의 총량은 얼마나 될까? 공기는 보일의 법칙에 따라 그 부피가 압력에 역비례하지만, 만약 공기의 압력이 1기압이라 일정하다면, 공기는 8km의 두께로 지구 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셈이 된다.
지구의 평균 반경(r)은 r = 6370km이므로 지구의 표면적은 4π r2= 4 × 3.14 × ( r2) = 5.1억 ㎢이 된다. 여기에다 공기(대기)의 높이 8km를 곱하면 지구상 공기의 총부피는 5.1억 ㎢ × 8km = 약 40.8억 ㎦이 된다.
또한 공기의 밀도인 1.25kg/㎥을 곱하면 510경 kg이 된다. 그러므로 지구상의 공기의 총무게는 5100조 t중이라는 어마어마한 무게가 된다.
항상 13조 t의 구름이 떠 있는 대기권 이 어마어마한 양의 공기로 구성된 대기 안에는 언제나 약 13조 t의 구름이 떠 있다.
우리가 보는 구름은 조그마한 것마저 4만 1000t에서 수만 t의 무게를 갖는다. 이 구름은 평균 약 9일 동안 머물러 있다가 비나 눈이 되어 지상으로 내린다. 그 결과 1년 사이에 내리는 비(강수량)의 총량은 418조 t이나 된다. 이 가운데 약 1/3700인 1140억 t의 비가 우리나라의 땅 위로 내린다.
이 비를 내리게 하기 위해 항상 우리나라 상공에 떠 있는 구름의 총무게는 약 35억t 이나 된다. 즉 약 35억 t이나 되는 구름이 항상 우리나라 곳곳의 하늘 위에 떠 있으며, 평균 약 9일간 머물다가 비나 눈 또는 안개의 형태로 지상에 내린다. 그리고 이 구름을 받치고 있는 공기의 양은 우리나라의 국토 면적 10만 ㎦ × 8km ≒ 80만 ㎦나 되며, 무게로는 80만 ㎦ × 1.25kg/㎥ ≒ 1조 t이나 된다.
이 공기층이 구름, 안개, 비, 눈, 바람 등 기상 변화를 일으키고, 제트 여객기를 날게하고, 때로는 태풍을 몰아와 물난리를 일으키기도 한다. 한편 때로는 농업에 알맞은 단비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인간을 비롯해 모든 생물이 살아나가는 데 절대로 필요한 산소도 제공해 준다.
김정흠/선문대학교 교수 참고문헌 : 한국뉴턴
에디터 황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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