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와 철도 - 한우진 교통평론가
전국 혁신도시 지정현황 ⓒ국토교통부
한우진 (인터넷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혁신도시와 철도의 상생이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혁신도시란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도시 개발 사업이다.
간단히 말해,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 국책연구소 등을 각 지방에 이전시키고, 이들 공공기관과 산학연 및 지자체가 힘을 합해 지방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려는 것이다.
결국 근본을 따져보면 신도시 개발 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지금까지의 베드타운식 신도시가 아니라, 실질적인 정주인구가 보장되는 공공기관 이전이 포함되어 있어서 성장 동력에 목마른 지방도시로서는 매우 기대가 큰 사업이다.
현재 혁신도시는 부산, 대구, 광주/전남(나주), 울산, 강원(원주), 충남, 충북(진천/음성), 전북(전주/완주), 경북(김천), 경남(진주), 제주(서귀포)에서 추진되고 있다. 여기서 충남은 세종시에 포함되어 진행되며, 대전은 이미 충분한 수의 공공기관이 이전해 있는 상태이므로 별도의 혁신도시는 건설되지 않는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이들 혁신도시의 교통, 그 중에서도 철도교통이다. 모든 도시는 새로 생기면 교통수요가 발생한다. 그리고 혁신도시같은 최첨단을 지향하는 도시라면 이들 수요는 친환경성을 갖추고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철도로 수송하는 게 옳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는 혁신도시가 과연 그러한 지는 의문이 생긴다.
KTX 김천구미역 바로 앞에 지어지는 경북혁신도시와 같은 우수사례도 있지만, 충북혁신도시처럼 철도와는 아주 먼 곳도 있다. 기후변화 시대에 철도 대신 도로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또 다른 문제는 혁신도시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도시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주는 교통시스템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혁신도시들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분산시킨 것이므로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서는 혁신도시와 수도권, 혁신도시와 혁신도시를 연결하는 교통망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철도교통망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인천공항 KTX 개통식 ⓒ국토교통부
또 하나 생각해볼 점은 국제화시대의 세계와의 연결이다. 인천공항은 동북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세계를 연결해주고 있다.
그런데 많은 공공기관들이 인천공항에서 가까운 수도권을 떠나 지방 혁신도시에 자리 잡는다. 어떤 식으로는 혁신도시와 인천공항의 연결을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당연히 철도다.
마침 지난 6월 30일일 KTX가 인천공항까지 연장되며 서울역에의 환승이라는 장벽이 줄어들었다. 여기에 철도는 높은 정시성과 안전성, 그리고 속도까지 갖추고 있으니 인천공항과 혁신도시 연결을 위해 꼭 필요하다. 혁신도시가 더욱 철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혁신도시의 성공을 위해 철도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우선 인천공항과 수도권, 세종시를 중심에 놓고 그 주변을 혁신도시가 둘러싸는 형태의 유기적인 철도교통망 구성이 시급하다. 중심부와 혁신도시를 연결하는 방사망은 대용량 고속의 철도로 연결이 보장되어야 한다.
아울러 철도는 뼈대를 이루고 철도역과 혁신도시를 이루는 지선교통망이 실핏줄을 만드는 위계질서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러한 위계질서가 무시된다면 무작정 고속철도역 신설요구가 튀어나온다거나, 빠른 고속철도를 타고 왔지만 혁신도시까지 이동하는데 시간을 모두 낭비해버리는 비효율이 발생된다.
이러한 위계질서 구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통노선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교통허브를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다. 혁신도시 중심의 교통허브과 중심환승센터 역할을 하고 이것이 철도역과 빠르게 연결되어야 한다. 이렇게 이동성과 접근성의 비율을 다르게 해가면서 위계질서의 균형을 맞추어야 가능 효율적인 교통망 구성이 가능해지고, 원가를 절감하여 교통망이 지속가능해질 수 있다.
현재 혁신도시에는 다양한 개별적 교통망 계획이 존재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중심 교통허브 환승센터의 위치와 위상을 명확히 결정하고 이것이 혁신도시의 중심점으로 모든 이들에게 인식되게 하는 것이다. 승객들은 기본적으로 교통거점을 알아야 이를 기반으로 경로를 설정할 수 있다. 어느 곳이 중심인지를 모르면 경로를 스스로 만들 수 없고, 이는 대중교통대신 자가용을 이용하게 만드는 빌미가 된다.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조감도. 환승센터는 큰 건물보다 기능의 충실성이 중요하다 ⓒ대구광역시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현재 국내 철도에 부족한 횡축 노선들을 활용하여 혁신도시간을 철도로 이어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광주와 대전을 잇는 철도 등이 그것이다.
우선 영도에 지어지는 부산혁신도시와 울산 시내에 지어지는 울산혁신도시는 오랫동안 구상만 되어온 시내 경전철 사업의 본격 추진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이왕 신도시를 만드는 김에 향후 트램을 설치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좋다. 트램은 전기로 운행되어 매연이 없고, 진동이 적다. 노령화 시대에 교통약자를 배려한다. 혁신도시가 추구하는 가치인 ‘친환경 녹색도시’에 부합한다. 당장 어렵다면 우선은 BRT로 활용하다가 수요가 늘고 친환경 요구가 커지면 트램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신도시에서 트램이 잘 달리는 모습을 본 기존 도심 시민들은 트램의 연장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런 것이 바로 혁신의 전파다.
8월 18일부터 여객영업을 재개한 강원(원주)혁신도시 앞 중앙선 반곡역 ⓒ코레일
그런데 정작 이 구간은 원주-제천 복선전철화 사업에 따라 폐지된다. 아쉬운 일이다. 남는 선로를 혁신도시를 위한 철도교통망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보자. 경남(진주)혁신도시 앞에는 경전선 폐선부지가 있고, 대구혁신도시 앞에는 대구선 폐선부지가 있다. 이들 공간을 철도나 트램을 위해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비용을 적게 들여 최고의 효과를 내는 것, 그런 것도 혁신이다.
현재 한국교통연구원에서는 지역간 통합 대중교통체계 구축을 연구하고 있다. 2004년 서울시 버스개편 당시 버스와 지하철을 통합하고, 이후 경기도와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교통이 통합된 후, 이제는 전국의 대중교통체계를 하나로 묶는 것이 추진되는 것이다. 작년 말부터 출시되고 있는 전국호환교통카드는 그에 대한 기초 준비다.
자가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수송이 가능한데 비해, 대중교통은 수단별 지역별로 파편화되어 있던 것을 하나로 묶어 대중교통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기존 것을 바꾸는 것보다는 새로 만드는 게 쉬운 경우가 많다. 전국의 혁신도시들과 인천공항, 수도권, 세종시를, 철도를 중심으로 하고 버스가 보완하는 식으로 밀도 있게 연결하고 이들을 통합 교통체계로 묶어준다면 이는 우리나라 대중교통 혁신의 시작이 될 것이다.
전국 대중교통 통합체계 구축연구 보고서 ©한국교통연구원
들처럼 또다시 철도 없는 도시로 남는다면 이는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철도야말로 21세기 기후변화 및 급변하는 세계경제 시대에 꼭 필요한 교통수단인데 어떻게 철도를 외면하고 혁신을 시행할 수 있을까? 철도와 같은 시설을 우리는 기반시설이라고 부른다. 물론 든든한 표현이긴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혁신도시를 통해 철도 자체도 혁신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전국 곳곳에서 지어지는 동시다발적인 혁신도시 사업에서 위로는 고속철도부터 아래는 노면전차 트램까지 모든 철도가 혁신을 이루어내어 당당하게 혁신도시와 유기적으로 통합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혁신도시와 철도가 상생하며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인터넷레일뉴스 http://www.itrailnews.co.kr/news/article.html?no=1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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